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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은행권 역대급 성과급, 경기침체를 바라보는 서민들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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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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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간 '성과급'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대출이자 급등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는 보도가 나왔다. 국내 시중 은행들이 작년에 역대 최대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올 상반기에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식이다.

14일 국회 황운하 의원실에서 제출한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2022년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무려 3,629억원이나 늘어났다. 영업력으로 대형 성과급을 받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작년 내내 경기 침체로 이자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데다 시중의 유동성이 말라 어려움을 겪었던 서민들 입장에서는 은행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은행원은 역대급 성과급, 소상공인은 파산

은행이 성과급 잔치를 하는 와중에 소상공인들은 '빚'으로 버티다 포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2021년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개인 파산은 1,0873건으로 11,746건이었던 2016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새출발기금'은 작년 6월에 출발부터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며 정상적인 정책 집행이 이뤄지지 못했다. 한 소상공인은 "과거에 있던 빚에 코로나19로 추가 대출까지 받으면서 사업으로 생긴 부채가 총 2억6천만원이 넘어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더는 버티기 힘들어 사업 정리와 신용회복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며 "매출액이 70% 이상 급감하면서 사실상 회생이 어려워졌다"는 체념 섞인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에 피해를 입은 개인사업자 및 법인 소상공인 중 저신용, 휴폐업자, 단기연체자, 장기연체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최대 원금의 90%를 탕감하고, 10~20년 장기 분할 상환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고의적으로 신용등급을 낮추는 사례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역대급 성과급에도 대출 건마다 보험 가입 유도는 여전

작년 역대급의 성과급이 지급될 만큼 영업 활동이 탄탄했던 은행 사정에도 불구하고, 대출 신청을 할 때마다 각종 연금, 보험 등에 가입하기를 요구하는 사례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대출길이 막혀 고민하던 한 소상공인은 어렵사리 지역 농협에서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으면서 "월 5만원짜리 화재보험과 10년 납입, 3년 만기의 월 10만원짜리 정기적금에 가입하기를 사실상 강요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은행 측에서 대출 실행 후 금감원에서 확인 전화가 올 텐데, 적금 및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전화는 없었다고 답변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며 씁쓸해했다.

올 1월 들어 금리가 크게 오르자 4% 초반대의 부동산 담보대출이 5% 초반대로 뛰어올랐고, 문의 전화를 하자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라 변동금리가 재산정되는 4월에는 자칫 6%대로 오를 수도 있다는 사실상의 경고를 듣기도 했다.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의 영업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라, 거꾸로 대출 한계 영역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끼워팔기'를 함으로써 더 큰 성과급을 얻을 수 있는 시장 기제로 작동한 것이다.

지난 7일간 '성과급'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성과급은 역대급, 희망퇴직도 역대급?

서민을 지원하는 영업이 핵심인 은행들이 되려 서민들의 묶인 돈줄을 이용해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희망퇴직 바람도 크게 불고 있다. 이제 만 40세가 되는 83년생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금융권에서는 올해 약 2천 명이 은행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0대 퇴직자는 올해 최소 6억원씩의 퇴직금을 챙기게 된다.

인터넷 뉴스, 커뮤니티, SNS 등에서 수집한 여론에서도 역대급 성과급에 대한 일반 서민들의 불만과 함께 금융권의 조기 퇴직 바람이 거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과급' 키워드를 기준으로 지난 일주일간의 인터넷 언급량을 키워드 네트워크로 도식화할 경우 '이자', '수익', '사상', '최대' 등의 성과급 관련 주요 키워드가 붉은색 그룹으로 배정되었고, '희망', '퇴직', '대상' 등의 퇴직 관련 키워드가 녹색 그룹에 배정되었다. 인간이 임의로 배정한 것이라 아니라 각각의 키워드 간 정보량에 따라 알고리즘이 직접 배정한 그룹으로, 최대 성과급 지급에 서민들의 냉랭한 시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내부적으로는 퇴직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은행권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들어 금리 인하가 예상되기는 하나, 여전히 고금리로 신음하는 서민들이 많은 만큼 당분간 은행권에서 경기침체를 활용한 이른바 '성과급 타먹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1금융권에서 쉽게 대출이 어려운 채무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기 전 지역 농협 등에서 대출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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