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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과 민생 현장의 고충 경감을 위해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의 개선 수요가 큰 규정을 대상으로 경제 형벌규정 2차 개선과제를 마련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체감도가 높고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의 개선 요구가 큰 규제를 중점적으로 개선한다. 2022년 7월 15일에 창설된 TF가 반년 만에 규정 개선을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일 처리다. 정부는 비교형량, 과잉금지, 일관성이라는 3대 검토 원칙 아래 법무부, 기획재정부, 법제처 등 관계기관 원팀 협업 체계를 통해 국민 체감도가 높은 경제형벌 규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경제 형벌규정 개선을 위한 14개 법률의 일부개정
정부는 공정거래법, 관광진흥법 등 주요 경제 62개 규제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기업의 자유와 창의성을 위축시키고 징벌적 보편주의에 기반한 처벌로 사소한 의무까지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가 개선되면 기업이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어 경제의 혁신과 성장이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식품위생법, 공인회계사법 등 생활밀착형 23건의 규제도 개선한다. 이들 규제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최근 5년간 1,000건 이상 적발된 법령 중 형사상 중요도가 낮은 규제다. 정부는 이번 개선을 통해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 보다 원활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전자서명법, 소프트웨어진흥법 등 23개 사문화된 규제에 대해서는 대검찰청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해, 최근 5년간 불기소 처분된 적이 없는 규제를 선별해 국민의 재산과 안전에 중대한 우려가 없는 한 적극적으로 합리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불합리한 규제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형벌 규제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기업 투자 프로젝트와 경제 벌칙 규제가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경제 규제혁신 TF와 경제 벌칙개선 TF를 통해 발표된 과제에 대한 이행 점검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점검을 통해 수출과 투자 관련 애로사항 및 개선이 필요한 규제를 파악하고 기업들과 적극 소통하여 이를 해소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이차전지-전기차, 에너지, 물류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을 중심으로 9개 투자 프로젝트에서 규제 및 행정절차 지연 등 현장 애로를 해소해 총 2조8,000억원의 투자와 1만2,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한편 정부는 법제처를 중심으로 일괄 개정 절차를 조속히 추진하여 5월 중 국회에 개선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불합리한 규제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벌칙규정을 발굴하고 개선하여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규제혁신 성과 창출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경제단체 및 협회와의 간담회, 장·차관 현장방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민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빛 좋은 개살구
특이사항 중 하나는 대규모 유통업 공정거래화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2022년 유통분야 서면 실태조사'에서 전년 대비 유통거래 관행이 개선되었다고 응답한 납품업체의 비율이 증가한 것은 공정위의 제도개선 및 홍보 노력, 법 집행 강화와 더불어 납품업체의 자구노력 등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지난해 불공정행위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던 온라인 유통 분야는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없어진 관행이기에 사문화된 규정이라고 판단해서 없애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본 법안은 본래 한국에서 우유업체들이 밀어내기식으로 물량을 떠넘기고, 제 업체와만 계약하도록 하는 등의 문제들 때문에 만들어진 법이다. 재정 당시에는 독일의 경쟁제한방지법을 베껴왔다는 평도 파다했고, 요즘은 온라인 상점이 늘어나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그런데도 굳이 없애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 식품위생법에 호객행위를 하는 식품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눈에 띈다. 2013년까지만 해도 호객행위로 인한 영업정지가 유효했고 2018년까지도 처벌 규정이 있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1항 8호에 따르면 호객행위를 하다가 단속에 적발될 경우 1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거나 유치장에 갇힐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 8월, 이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단 6개월 만에 108개의 처벌 조항을 발굴하고 정리했다는 건 분명한 성과다. 언뜻 보기에는 인상적이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폐지되었거나 폐지된 처벌 조항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가 새롭거나 혁신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라 이미 처리된 사안에 대해 변죽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변죽을 올리는 이유
최근 정부가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압박을 가하자 식음료 업체들이 가격 동결에 나서고 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가격 인상 요인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하고,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2개 식품업체 대표를 만나 상반기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직접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여러 업체들이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등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풀무원샘물은 이달부터 생수 출고가를 5% 인상하려던 계획을 철회했고,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당분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풀무원에 이어 CJ제일제당도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CJ제일제당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고추장, 조미료 등 일부 제품의 출고가를 1일부터 최대 11%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이 계획을 철회했다.
이러한 채찍질에 따른 당근이 이번 규제 개선이다. 기업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당장의 물가는 잡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눈에 덜 띄는 위생과 노동 안정성을 희생시켜 비용을 맞추는 것이다. 가격을 내리라 채찍질했으니 슬그머니 당근을 쥐여 주는 격이다.
이미 사문화된 규정, 사실상 폐지가 확정된 규정들 사이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0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0조 등이 슬그머니 끼어 들어있다. 각각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위반사항을 즉시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삭제하고, 오염물질 불법 배출에 대한 형사처벌을 완화하는 규정이다.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접근 방식이 단기적으로 효과적일 수는 있겠지만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