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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바이오헬스를 차기 주력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복지부는 우선 바이오헬스 인재 양성 방안을 마련해 바이오헬스 기술 초격차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복지부는 바이오헬스 분야가 '저성장 시대의 핵심 성장엔진'임을 강조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문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역설했다.
정부, '바이오헬스 핵심인재' 양성한다
바이오헬스는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 및 건강관리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급속한 성장이 예상되는 미래 유망 신산업이다. 특히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은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 대비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 중 하나다. 실제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 산업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로 수출되는 우리나라의 의약품·의료기기는 2017년 72억3,000만 달러에서 2019년 89억1,000만 달러, 2020년 107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연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정부는 핵심인재 양성이 중요한 시기라 판단, 핵심인재 11만 명 양성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우선 산업현장에 기반한 학교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바이오헬스 마이스터대를 도입하고 특성화고·마이스터고와 공공·민간 실습시설 연계 등을 통해 실습 교육을 확대한다.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바이오헬스 중소기업 계약학과와 산업단지 내 바이오헬스 학과를 조성하는 산학 융합지구도 구축한다. 전반적으로 현장 친화형 직무 중심 기술교육을 중요시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또 바이오헬스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생산·규제과학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우선 K-NIBRT, K-BIO 트레이닝 센터(가칭) 등 대규모 생산공정 실습시설을 신규로 구축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기존에 구축된 공공시설과 연계해 대학과 민간의 실습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산업별 전문 규제과학 교육도 실시한다. 특히 중국의 원료 안전성 평가보고서 제출 의무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화장품 안전성 평가역량 강화교육 등 바이오헬스 산업의 환경변화를 반영한 중소기업 재직자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도록 한다.
바이오헬스를 'NEXT 반도체'로
정부는 핵심 연구인재를 육성함으로써 바이오헬스 산업을 '차기 반도체 산업'으로 도약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의료 AI 등 첨단·융복합 특화 교육을 강화하고 석·박사급 연구인재 양성과정을 확대한다. 우수한 보건의료 연구개발(R&D) 결과를 의료현장으로 바로 연계할 수 있도록 의사과학자도 육성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력·단계별 양성체계를 강화하고 창의적·혁신적 바이오헬스 연구를 지원키로 했다.
든든한 지원체계도 구축해 바이오헬스 산업에 마중물을 붓는다. 정부는 지역인재 육성 및 취·창업 연계, 거버넌스 구성 등 바이오헬스 인재 양성 지원기반을 구축함으로써 대학과 지역이 협력해 바이오헬스 지역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또한 제약바이오 박람회 개최 및 첨단의료복합단지 내 창업지원센터 설치 등을 통해 유능한 인재들의 바이오헬스 취·창업을 연계를 강화한다.
'급성장'하는 바이오헬스, 하지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바이오헬스 분야의 일자리는 약 17.5만 개 정도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수요에 비하면 명백히 부족한 숫자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은 급속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5년간 약 11만 명에 달하는 신규 인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향후 5년간 신규 대학 졸업자 중 바이오헬스 산업에 진출하게 될 인력 예상치는 고작 약 3.4만 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핵심인재 11만 명 양성 계획에 돌입한 건 이 때문이다.
예상 수요 인력에 맞춰 핵심인재를 양성하는 건 실제로도 필요한 일이다. 인력이 부족해 신산업의 성장세가 멈춰버린다면 이보다 더 큰 국력 손실이 따로 없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인력 양성 방침엔 우리나라의 잘못된 교육관과 인식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정부는 '현장 친화적 실무 인력 양성'만 강조하고, 내실을 다지기 위한 기초과학 발전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결국 또 다른 나라의 지식을 가져와 패스트 팔로어(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만 하겠다는 것인데, 정책을 조금씩 바꾸며 아무리 지속한다고 해도 이러한 방식으로는 세계 경쟁력을 갖춘 제약사를 만들 수 없다.
국내 과학은 현장에서 '과학기술'로서만 소비되고 있다. 과학대중화를 외치면서도 기초과학의 사멸을 지켜보고만 있는 모순이 우리가 지닌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물론 그간 정부가 기초과학 R&D에 완전히 손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수년간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기초과학연구원 IBS(Institute for Basic Science)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표면적으로 기초과학 연구비가 늘었다 한들 국내 기초과학 경쟁력이 크게 발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과학경쟁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기초과학을 수행하는 국내 대학의 경쟁력도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고, 중국조차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을 거의 따라잡은 실정이다. 특히 이공계 대학원은 미달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고, 지방대학들은 신입생조차 제대로 채울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에 신규 핵심인재를 11만 명이나 창출해내겠다는 건 말 그대로 '창조경제'다.
업계 "바이오헬스 메가펀드 조성은 선택 아닌 필수"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은 또 있다. 바로 연구비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57곳 제약사들은 총 9,224억원을 신약 개발 R&D에 사용했다. 글로벌 혁신신약 한 품목을 개발하는 데엔 10년이라는 시간과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국제적 통설인데, 이에 비하면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비용은 압도적으로 모자라다.
이에 업계에선 "제약바이오 메가펀드 조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이 글로벌 차원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높은 비용이 소요되는 후기 개발 단계에 국가주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교의 권영직 교수는 "하나의 약물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데 30억 달러가 필요하다"며 "50억 달러 규모의 메가펀드만 조성해도 1·2개의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의 R&D 지원 사업은 지원 범위를 기초 연구와 초기 개발 단계에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자본이 들어가는 건 임상 후기 단계인 3상이다. 3상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 산업은 후기 개발 동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기초 연구 측면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상 후기 단계나 제품화 측면에서 국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메가펀드 조성을 통한 후기 임상시험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
3년 전 국제과학기술평가원에서 실시한 세계 주요 국가 과학기술 혁신평가에서 한국은 혁신지수 12,531점을 받았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을 제치고 세계 5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는 노벨과학상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응용기술은 세계 최상위권이나 기초과학 분야에 있어선 매우 뒤떨어져 있다는 방증이다. 기초과학은 모든 과학기술의 포석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급성장기를 준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전문적인 R&D를 진행할 수 있을 만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인재 양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바이오헬스 산업의 성장기도 뚝 끊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무작정 현장형 인재 채우기에 급급하지 말고 차근차근 상위권 인재를 쌓아나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