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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선산업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efund Guarantee, RG) 공급 확대 등 금융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수주 증가와 선가 상승으로 선수금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선수금 환급보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의 금융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조선업계 “수주 잔량은 계속 쌓여가는데, 정부 금융지원은 부족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재개되면서 세계 선박시장은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고 2021년부터 발주량이 크게 증가했다. 국내 조선산업도 2021년부터 친환경·고부가 선박 부문 위주로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데, 최근 수주 증가와 선가 상승, 선수금 비중 확대로 인해 RG 확대 공급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RG는 조선업체가 선박을 정해진 기한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선주(船主)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을 말한다. 조선업체가 배를 적기에 납품하지 못하면 선주가 피해를 보게 되니, 보증을 선 보험사나 은행이 피해액을 대신 지불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위험에 대한 보증이 있기 때문에 선주가 조선업체에 자금을 공급하게 되는데, 조선업체는 이 자금으로 원자재 구매 등을 하게 된다. 한편 은행은 조선업체로부터 보증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데, 보통 이 수수료는 보증 금액의 0.2~2% 사이에서 책정되며 조선사의 신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8개 금융기관, ‘RG 적기 발급 및 분담제’ 등으로 금융지원 확대
다만 지난해부터 중소 조선사들의 RG 한도 소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이는 RG 공급을 늘려 우리 조선사들이 조선산업 호황에 발맞춰 양질의 일감 확보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조선산업 금융지원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중형 조선사의 특례보증 비율을 70%에서 85%로 상향 조정하고, 삼성중공업 등 대형사에는 남은 RG 한도를 적기에 발급하기로 했다. 만일 한도를 초과한 경우 8개 금융기관이 추가 분담안을 마련하도록 은행 간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해외시장을 통한 RG 발급도 지원한다. 특히 무역보험공사가 특례보증에 무역보험기금을 활용해 대형 조선사 RG 발급에 시중은행의 참여 확대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아울러 과도한 RG 발급으로 금융권 부실이나 저가 수주 등의 문제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산업부, 기재부, 금융위 등 관계부처 공동용역을 통해 ‘저가 수주 방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방침이다.
생산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한 조선업계, 정부 대책은?
한편 조선업계는 생산 인력 부족으로 공정이 지연되는 등 심각한 인력난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국내 조선 3사의 공정이 한두 달 지연되고 있다”고 말하며 “팬데믹과 함께 불거진 불황이 끝나면서 최근 수주 물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 투입할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일부 공정이 약 한 달 이상 밀려 있으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의 다른 대형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력난이 심각한 일부 사외 협력사들이 공정에 차질을 빚고 있어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금융지원과 별개로 조선업 인력난에 대한 대책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산업부는 올해 2천 명 규모의 조선업계 생산인력을 양성하고, 국내 조선업 구직자와 조선사 간의 일자리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조선업 취업박람회 등을 연달아 개최하기로 했다. 또 조선업이 발달한 거제시는 조선소에 새로 입사한 신규 취업자에게 1,000만원 안팎의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조선업이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선박 수주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지금, 전문가들은 수주 증가가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지에 관해선 올해가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선사의 금융 애로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금융지원책과 원활한 인력 수급을 위한 정책적인 역량이 집중되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