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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시대는 기술 패권 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내외에서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나 시장을 기점유하고 있던 기업들은 특허권을 행사하며 기존 시장을 지키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개발한 제품이나 기술에 대해 수출이 기업을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만큼 수출 시 벌어질 수 있는 특허분쟁에 대해 사전에 철저한 대비도 요구되고 있다.
이에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발간한 ‘수출기업을 위한 특허분쟁 대응 가이드’는 가장 좋은 특허분쟁 대책으로 연구개발 과정에서 선도기업이나 경쟁사가 보유하고 있는 선행특허를 철저히 조사해 회피 설계하고, 대리인-의뢰인 간 비밀유지특권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또 해외 전시회나 설명회 현장에서 특허에 관한 분쟁을 대비하기 위해 취해야 할 방어전략도 전했다.
해외 수출 시 특허분쟁에 대비하려면? 선행특허조사·비밀유지특권 활용
일반적으로 기업은 기술을 개발해 수출하거나 제품을 납품할 때 선행특허 조사를 실시한다. 해당 조사는 무료 서비스인 KIPRIS(특허정보검색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민간업체가 제공하는 전문적인 특허검색서비스(윕스, 키워트 등)를 이용해서 수행할 수 있다. 이때, 연구개발 주제와 관련성이 높은 특허를 추출하기 위해서 ▲개발 중인 제품(기술)의 키워드를 추출해 검색하거나 ▲연구개발 주제와 관련된 특허분류코드(CPC)를 활용하여 검색하거나 ▲연구개발 주제와 동일 기술 분야의 기업, 연구소, 발명자가 출원한 선행특허 등을 검색해야 한다. 기업은 선행특허 조사 이후 선행특허가 밀집되지 않은 방향이나 특허가 없는 공백 영역으로 기술개발 방향을 수정해 특허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수출 예정 국가가 있는 경우, 그 국가의 선도기업이나 경쟁사가 출원하거나 보유한 특허까지 꼼꼼하게 조사해야 향후 특허분쟁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만일 선행특허 조사 결과 기술개발 방향을 수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기술개발 방향과 가장 유사한 선행특허를 선별해 특허 청구범위 비교표(Claim chart)를 작성한 후, 개발하려는 기술이 선행특허에 있는 독립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를 포함하지 않도록 회피 설계 방안을 도출하여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개발 시 선행특허에 기재된 독립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를 구비하면 특허침해가 성립하지만, 회피 설계를 통해 선행특허에 있는 독립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를 포함하지 않도록 개발하면 특허침해가 성립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를 특허침해여부(FTO: Freedom To Operate, 혹은 자유실시 가능성) 분석이라고 한다.
기업은 FTO 분석 시 ‘대리인-의뢰인 간 비밀유지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사실 대리인의 특권이 아니라 의뢰인(즉 특허권자, 기업)의 특권이다. 미국의 경우 특허소송 시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에 의해 기업의 많은 내부 문서가 소송 상대방에게 공개될 위험에 처한다. 이렇게 내부 문서가 공개되면 특허소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해당 특권이 나오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기업이 연구개발 단계에서 경쟁사가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선행특허에 대해 FTO 분석을 대리인에게 의뢰한 경우, ‘대리인-의뢰인 간 비밀유지특권’을 활용해 ‘디스커버리 제도’에 저촉되지 않도록 하면 해당 FTO 분석 관련 내부 문서를 소송 상대방에게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대리인-의뢰인 간 비밀유지특권을 이용하지 않으면 디스커버리 제도에 의해 소송 상대방에게 해당 내부 문서를 증거자료로 공개해야만 하고, 고의침해까지 성립되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 재판부는 특허 침해자가 특허의 존재를 인지하였음에도 고의로 특허침해 행위를 지속한다고 판단될 경우 침해자의 악의적 행위를 벌하는 취지로 손해배상액을 최대 3배까지 증액해 부과하는 징벌적 배상(3배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고 있다.
아울러 ‘대리인-의뢰인 간 비밀유지특권’에 따른 비밀 유지의 대상은 대리인과 의뢰인 간의 의사소통이며, 이러한 의사소통은 대리인이 의뢰인에게 법적 자문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의사소통이어야 한다. 이를 활용하여 특권에 의해 보호받고자 하는 이메일을 보낼 때는 외부 변호사를 수신인, 참조인에 포함하고, ‘Confidential & Attorney-client Privilege(또는 Attorney work product)’라고 표시하는 등 형식적 조건도 갖추어야 한다. 만일 보고서를 보호받고자 한다면 보고서 첫 페이지에 ‘Confidential & Attorney-client Privilege’라는 문구를 기재하고, 보고서 각 페이지에도 ‘Confidential & Attorney-client Privilege’를 표시해야 하며, 마지막 페이지에 변호사의 법적 자문임을 기재하면서 변호사의 서명과 날짜를 기입해야 한다.
특허 보증 조항 체결 시엔 양측의 주의 필요, 각자의 안전장치 마련해야
부품 구매자(buyer, 완제품 제조업자)에게 불필요한 특허분쟁을 예방하고 방지하는 중요한 조항도 존재한다. 이는 특허 보증(patent warranty) 또는 면책(indemnity)으로, 구매자가 공급자로부터 납품받은 부품을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판매하던 중 납품받은 부품과 관련된 특허분쟁이 구매자에게 발생한 경우, 공급자가 구매자를 위해 특허분쟁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손해를 보증한다는 의미다.
특허 보증의 범위에는 매출 손해, 법률 비용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액도 포함되며, 특허 보증 조항을 체결할 때는 최대한 조항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전문가와 상의하여 계약서에 명문화해야 안전하다. 이때 공급자는 특허 보증의 범위를 제한할수록 유리하고, 반대로 구매자는 특허 보증의 범위가 제한되거나 조건이 붙지 않도록 그 범위를 넓게 명시하는 편이 유리하다.
일례로 완제품 제조업자인 구매자가 부품을 생산업자(공급자)로부터 구매했는데, 향후 해당 부품이 특허침해 제품으로 판명 나게 되면 완제품의 제조·판매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구매자는 공급자로부터 부품을 납품(공급)받을 때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특허분쟁에 대한 안전장치로 보증 및 면책 내용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반대로 공급자 입장에서는 향후 필요한 범위 이상으로 특허 보증 및 면책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므로 계약 체결시 보증 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실제 제품 설계를 구매자가 진행하고 공급자는 단순 생산 역할만 수행한 경우에는 그 설계 및 디자인에 대해서는 특허 보증 및 면책을 제공하지 않도록 미리 계약서에 조건을 명시하는 것이다.
해외 진출 기업, 전시회 참가 전 분쟁예방도 필수적
한편, 경쟁사가 전시회에서 물품을 전시하는 경우 이는 판매의 청약에 해당한다. 이때 특허권자는 특허침해를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조기 침해금지 절차 명령(가처분 결정)을 받을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권리행사에 나설 수 있다. 가처분 결정에 따른 권리행사 절차가 진행되면 피소자가 법원에 의견을 제출할 수 없고 특허권자의 주장만을 근거로 명령이 내려질 수가 있어 전시회 참가 기업으로서는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다. 일례로 지난 2017년 3월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 치과 전시회(International Dental Show)에 참가했던 한 국내 기업이 특허권자(스위스)로부터 치과용 믹싱튜브 관련 특허침해를 이유로 뒤셀도르프 법원의 가처분 결정문을 행사장에서 수령하였고, 그에 따라 전시제품을 압류당하고 전시 부스를 철거하는 일이 있었다.
따라서 전시회에 참가하기 전 특허 관련 분쟁이 예상되는 경우 특허권자의 침해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방어서면(“Schutzschrift”, protective letter)을 작성하여 법원에 미리 제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다. 만일 전시회 현장에서 침해금지 경고장 등의 문서를 수령한 이후 해당 내용을 정밀하게 확인하지 않은 채 서명하거나 권리자의 주장을 무시하면 향후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사안이 발생할 경우 즉시 해당 국가 주재 공관이나 해외지식재산센터(IP-Desk) 또는 특허대리인 등에게 상황을 공유하여 자문을 구하고 특허침해 주장에 대하여 반박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번 가이드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실제 특허분쟁에서 활용된 경고장, 소장 및 증거보존조치 이행 사례 등이 기재되어 중소기업과 특허분쟁의 피해를 입었던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별 특허침해 소송 절차와 우리 정부의 지식재산 보호 관련 정부지원 시책 등을 제공하여 활용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김용선 한국지식재산보호원장은 “이번 가이드는 추상적인 내용이 아닌 실제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현실성을 높였다”며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만큼 해외 특허분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우리 수출 기업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