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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저축 등 ‘예금보호한도’ 확대 검토, 5,000만원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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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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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금저축, 사고보험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대해 예금자가 보유한 일반 예금과 별도로 예금보호한도(5,000만원)를 각각 적용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노후소득보장과 상품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한 반면, 일각에선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대한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대한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위,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금융위는 예금자보호 범위를 퇴직연금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26일부터 8월 7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5일 밝혔다. 예금보호한도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금융회사가 파산 등으로 예금을 돌려줄 수 없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지급해 주는 최대한도 금액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의 DC형 및 IRP 퇴직연금과 마찬가지로 연금저축신탁 및 연금저축보험, 사고보험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각각에 대해 일반 예금과 분리해 별도로 5,000만원의 예금보호한도를 적용한다. 가령 은행 예금과 연금저축신탁을 같이 들었다면 예금자보호한도는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먼저 연금저축 가운데 은행의 연금저축신탁과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을 5,000만원 한도로 별도 보호한다. 다만 연금저축펀드(자산운용사)는 예금보호대상이 아니며, 연금저축공제(상호금융권)에 대해서는 개별법에 따라 자체 예금자보호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사망, 중대 장해 등의 사고보험금도 5,000만원까지 별도 보호된다. 이들 사고보험금은 가입금액이 상대적으로 큰 경우가 많아 보험사의 부실에 따른 예금자보호 우려가 높았다. 이에 금융위는 사회안전망으로서 보험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일반 예금과 분리해 별도 보호한도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상시 30명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중소퇴직기금)도 5,000만원 한도의 예금자보호 혜택이 주어진다. 중소퇴직기금은 운용리스크를 근로자가 부담한다는 점에서 DC형 퇴직연금과 유사하고, DC형 퇴직연금과의 상호 간 전환도 자유로우나, 현재 DC형 퇴직연금과 달리 중소퇴직기금의 예금에 대해서 실예금자(근로자)별 보호 및 별도 보호한도 적용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예금자보호 범위가 확대된 진짜 이유

금융당국은 이번 예금자보호 범위를 퇴직연금 등으로 확대한 배경을 두고 “국민의 노후소득보장과 상품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올해 신년 업무보고에서 연금저축 등의 상품에 대한 별도 예금보호한도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대한 조치가 단시간 내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외 적용을 먼저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예금보호한도를 직접 높이지 않아도 그와 유사한 효과를 줄 수 있다. 현재 일반 예금과 별도로 예금보호한도가 5,000만원씩 적용되는 상품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 담긴 예금이 있다. 이번에 별도로 예금보호를 해주는 금융상품이 늘어날 경우, 두 계좌에 담긴 예금 모두 보호 대상에 포함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실질적으로는 예금보호한도가 늘어나게 된다.

현재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대한 논의가 난항을 겪는 이유는 은행권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을 본격 논의하기 위해 은행, 저축은행, 보험 등 업계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금융회사들이 대체로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퇴직연금에 대한 예금자보호도 2014년이나 돼서야 제도 적용을 받았다.

한도 상향에 따라 금융사들이 내는 예금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고스란히 은행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나아가 금융당국도 이 비용이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소비자에 전가될 우려로 한도 상향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3년째 5,000만원인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 급물살 탄 배경은?

현재 예금자보호한도는 2001년부터 23년째 1인당 5,000만원으로 묶여있다. 그러나 국회에선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계기로 한도 상향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당시 국회는 자금 위기를 공표한 지 불과 36시간 만에 초고속으로 파산한 SVB 사례를 통해 스마트폰을 통한 대규모 예금 인출 가능성에 주목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김병욱 의원은 “초고속 디지털 뱅크런이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이 같은 뱅크런은 금융당국이 개입할 시간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 이틀 사이에 은행이 파산하게 된다”며 “금융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고 그동안의 물가 인상도 반영하고 마음 놓고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예금자보호 금액을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도 “예금자보호법상 보호한도 5,000만원을 넘어서는 예금의 비율은 2017년 61.8%(724조3,000억원)에서 2022년 6월 기준 65.7%(1,152조7,000억원)으로 높아졌다”며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해서 예금자보호한도 확대 논의를 포함해 보다 실질적인 예금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국내 보호한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미국은 1인당 25만 달러(약 3억2,630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약 1억4,242만원), 일본은 1,000만 엔(약 9,083만원)까지 보호한다. 주요국 대부분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도 상향 조정을 시작했다.

국내 보호한도가 그간 성장한 우리 경제 규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예금자보호한도가 설정된 2001년(약 1,492만원)의 2.8배인 약 4,187만원이 됐다. 반면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대비 예금자보호한도는 1.2배다. 미국(3.3배), 영국(2.3배), 일본(2.3배) 등과 비교하면 훨씬 낮다. 특히 온라인 및 모바일 거래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고속 뱅크런에 더욱 취약한 구조를 가졌다. 궁극적으론 한도 상향을 위한 은행권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절차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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