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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떨어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의 '문어발식 경영' 한계 봉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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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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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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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 나선 이경진 대표의 모습. (사진=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의 B2B(기업 간 거래)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희망퇴직안을 공개했다. 최근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모회사 카카오로부터 퇴직금과 위로금 등을 대출받은 바 있다. 그러나 카카오마저 누적된 적자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희망퇴직안 공개

13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오픈톡을 열고 전사 차원의 희망퇴직안을 공개했다. 알려진 바에 빠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앞으로 클라우드 외 사업은 전면 중단 혹은 축소·이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희망퇴직 대상은 클라우드 CIC(사내독립기업)를 제외한 전 구성원이다. 현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클라우드 CIC에 소속된 인원은 180여 명이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내 이동 등을 통해 200~250명 규모까지 증원될 전망이다.

카카엔터프라이즈는 기업용 통합 클라우드 플랫폼 ‘카카오 i 클라우드’를 비롯해 업무 플랫폼 ‘카카오워크’, 인공지능(AI) 컨택센터, 카카오톡 채널 기반 챗봇 서비스, AI 기반 물류 생태계 플랫폼, AI 기반 공간 솔루션,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사실상 '문어발식 운영'을 하고 있었던 셈인데, 자금 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앞으로는 클라우드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단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지난해에만 1,406억원 적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적자를 이어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4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보다 500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희망퇴직을 위한 퇴직금, 위로금 등을 지급할 여력도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날 본사인 카카오로부터 1,000억원의 자금 대여를 공시했다.

급한 불이라도 꺼보자는 속셈이지만 적자가 지속되는 데다 영업 과정에서 현금이 유출되는 상황인 탓에 향후 이자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대한 금리를 7.36%로 책정했다. 이자율이 변동 없이 유지된다면 1년 뒤 지급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무려 73억6,000만원에 달한다. 이렇다 할 현금 유입이 없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2021년 말 기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266억원이다. 여유가 많지 않다. 또 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단기차입 150억원 및 신한·기업은행 및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장기차입금도 24억원이었다. 부채비율은 167.7%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타인자본의존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는 100% 이하를 표준비율로 본다.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기업신용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시중은행 차입조차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모회사 카카오에 손을 벌리는 것만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분사 후 꾸준히 유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대주주인 카카오 역시 증자를 통해 후방지원을 했다. 분사 초기 이미 카카오는 유증을 통해 626억원을 지원했고 올해 6월에도 주주배정 유증을 통해 1,000억원을 추가로 수혈했다. 현재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율은 84.9%다. 그런데도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총차입금 규모는 824억원까지 불어났다. 더군다나 지난해 12월 카카오로부터 연 8.15% 금리로 빌린 1,000억원의 만기도 다가오고 있다.

카카오 판교 사옥 입구 전경/사진=카카오

위기 처한 카카오, 계열사 적자 문제 '심각'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의 구조조정 칼날을 대면한 첫 계열사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019년 출범한 뒤 다양한 서비스를 문어발처럼 운영해 왔지만 시장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이렇다 보니 출범 이후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은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영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만 나는 상황이 4년째 지속됐단 의미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 처한 계열사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뿐 아니라 카카오스타일(2022년 기준 -518억원), 카카오페이(-455억원), 카카오브레인(-301억원), 카카오인베스트먼트(-285억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138억원), 카카오헬스케어(-85억원) 등 대부분의 자회사에서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지난해 카카오는 총 13개 주요 계열사 가운데 7개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모회사 카카오의 상황도 그다지 좋지만은 못하다. 카카오의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251억원가량이었는데, 지난해 10월 28일 2억7,000만 달러 규모의 교환사채(EB)을 조기상환하면서 3,800억원가량의 자금 유출을 겪었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보상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승승장구하던 카카오 공동체가 모회사를 포함해 일제히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성장에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에 카카오의 '문어발식 운영'도 이제 막을 내릴 때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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