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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시장 위축에도 ‘녹색 인프라’ 산업은 호황, “인프라 기업 투자로 떠오르는 ESG 시장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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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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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있는 지속 가능한 유리 오피스 빌딩/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투자가 줄어든 가운데, ‘녹색 인프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는 늘고 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투자 시장이 위축되자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이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반면, 향후 ESG 시장 선점을 위해 인프라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주요국 대비 ESG 투자 시장의 변화가 미진한 국내 상황을 두고 관련 법안 제정을 통해 ESG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물의 수명 주기에 따른 건축 환경 다루는 녹색 인프라산업

친환경 시멘트에서 방수 목재에 이르기까지 주거용 및 상업용 건물의 건축 환경 분야를 다루는 녹색 인프라 산업에 대한 글로벌 VC들의 관심이 뜨겁다. 녹색 인프라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기후테크의 한 분야에 속한다. 기후테크는 수익을 창출하면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에 기여하는 모든 혁신기술을 의미한다.

글로벌 벤처 투자 정보기업 피치북이 28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녹색 인프라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후테크 기업들은 18억 달러(약 2조2,995억원) 이상의 VC 거래를 성사했다. 이는 역대 상반기 최고 실적으로 지난 2021년 조달된 자금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올해 2분기 주요 거래 가운데 건물의 난방, 환기 및 공기 조절 시스템(HVAC·Heating, Ventilating, and Air Conditioning)을 다루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다. HVAC 에너지 효율 기업 리댑티브(Redaptive)가 린스캐피털로부터 2억5,000만 달러(약 3,194억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했으며, 또 다른 HVAC 업체 블록파워(BlocPower)도 에너지 전기화를 연구하는 데이터 분석 기업 보로 어스 벤처스(VoLo Earth Ventures)로부터 1억5,400만 달러(약 1,967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모든 기후테크 기업의 투자 유치가 활발한 것은 아니다. 전 세계 기후테크 분야의 벤처캐피탈 투자 현황을 추적하는 클라이밋 테크 VC(CTVC)가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130억 달러(약 16조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투자금 220억 달러(약 28조원) 대비 약 40% 줄어든 규모다.

글로벌 투자시장 침체기, 제도적 정비 필요등에 따라 투자 규모 줄어

올해 기후테크 분야의 투자 유치 규모가 줄어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벤처투자 시장 전반이 크게 위축되면서 금리에 민감한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었다. 특히 리스크를 줄이려는 VC들이 늘어나면서 후기 단계 투자 중심으로 위축됐다.

기후테크가 신규 산업이라는 점도 VC들이 적극적인 투자에서 한발 물러선 이유다. 아직 제도적으로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도 도입 과정에서 논란이 생기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공화당 주 정부의 반 ESG(Anti-ESG) 움직임이 심화됨에 따라 주 정부별로 관련 투자 방향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체투자 시장 투자 정보기업 프레킨(Preqin) 관계자도 “2022년 기업들이 혹독한 시기를 보내자 운용성광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이 올해 ESG 투자 축소를 부추김에 따라 전체 투자 유치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는 기후테크를 비롯한 ESG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가 차차 되살아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TVC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테크와 같은 ESG 투자와 수익률간의 상관관게는 여전히 논란 소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투자자들이 ESG투자에 관심이 많고, 이 트렌드가 딜과 투자에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후테크 분야에서 투자받은 스타트업 수는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자금 조달에 성공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수는 633곳으로 지난해 상반기(586곳)에 비해 47곳이나 늘어났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도 “여러 연구에서 기업의 ESG 성과가 위험 대비 수익률 측면에서 높음이 증명됐다”면서 “기업의 ESG 성과가 시장에서 정보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투자 수익률의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기후테크 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가 지난해 1분기 최고점 수준으로 회복했다/출처=피치북

국내 ESG 투자의 현실과 개선 방향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에서 기후테크를 비롯한 ESG 투자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간 ESG 펀드가 늘어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이 있어 왔다. 그러나 ESG와 관련해 경영 및 경제계에 부각된 논의와 비교할 때 실제 변화의 열기는 미미한 상황이다. 특히 국제 시장과 비교해 국내 ESG 펀드 및 ESG 채권 발행 규모는 절대적으로 작다. 해당 펀드들의 실제 ESG 수준 또한 일반투자자들이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펀드 투명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ESG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이 정보 공시에 적극적이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ESG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데는 새로운 투자 트렌드에 따른 수익성 논란도 있지만, 투자자들이 정보의 신뢰성을 담보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공시를 통해 신뢰할 만한 정보가 유통되고 그것을 투자의사 결정 과정에서 사용하면 ESG 투자도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5월에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했다. 나아가 2030년에는 모든 코스피 기업이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 정비를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선 현재 여러 개별법으로 산재한 ESG 관련 법규를 하나의 하나의 법률로 통합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은 지난 20일 ESG 기본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ESG 영역을 다루는 법규는 현재 60개의 개별 법안으로 산재해 있고 관련 부처의 범위도 넓다"며 "ESG에 대한 국내의 방향성과 국가 차원의 비전 및 체계적 전략 수립을 위한 법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ESG 기본법안 제정을 촉구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 ESG 기본법 제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본법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본법 제정을 시도한 사례는 드문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ESG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지만 법안 심사까지 통과한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다. 이번 기본법안 추진이 국내 ESG 활성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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