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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뉴욕의 모건스탠리 택티컬밸류(MSTV)로 부터 약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KCD는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른 지 1년여 만에 또다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투자로 KCD의 기업가치는 약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달성했으며, 누적 투자금은 약 2,600억원이 됐다.
모건스탠리의 한국 첫 투자, 한국신용데이터
뉴욕에 소재한 MSTV는 기업 경영진과의 개별적 협상을 통해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프라이빗 크레디트 에쿼티 투자자(private credit & equity investor)다. 모건스탠리 투자운용사업부(MSIM)의 일부로,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유연한 투자 구조를 통해 전 세계 다양한 자산군과 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투자가 MSTV의 첫 한국 투자라는 점이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아시아의 핵심 시장으로 급성장하는 한국의 자본 시장에 대한 진출을 뜻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현성 MSTV 이사는 “KCD의 사업 내용은 그동안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며 “KCD의 비즈니스는 서비스 사용자인 소상공인들만 아니라, 거시 경제 측면에서도 한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닌 기업”이라고 호평했다. 이어 “KCD팀과 함께 일하게 되어 기쁘며 그동안 축적된 인프라와 툴을 활용한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KCD는 이번 시리즈 D2 익스텐션 라운드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현재 운영 중인 소상공인 경영관리 앱 ‘캐시노트’의 고도화에 나설 전망이다. 김동호 KCD 대표는 "KCD의 '동네 가게 사장님 중심 비즈니스 생태계' 사업 모델이 글로벌 유수의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무척 기쁘다"며 "글로벌 투자사의 자금과 노하우, KCD의 데이터를 결합해 사장님의 매장 운영과 자금 흐름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동네 사장님 돕던 캐시노트, 글로벌 시장서 인정받다
KCD는 동네 가게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경영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가게 매출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시보드인 캐시노트를 통해 ▲장부 기능 ▲사업자를 위한 맞춤 금융 ▲사업자 전용 장터(B2B 마켓) ▲소상공인 지원 정책 정보 ▲사장님 전용 커뮤니티 등 소상공인에게 필수적인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아임유, 한국결제네트웍스 등 공동체사를 통해 ▲포스(출납기) ▲결제관리망(VAN) 등의 서비스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전국 약 120만 곳의 사업장이 캐시노트를 사용 중이며, 공동체사를 포함하면 이달 기준 약 200만 곳의 사업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200만 곳에 달하는 오프라인 사업장에 서비스와 인프라를 공급 중인 스타트업은 KCD가 유일하다.
매출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올해 상반기 600억원 대의 매출을 기록해 지난해 매출인 560억원을 넘어섰으며, 전년 동기 대비로는 4배 넘게 성장했다. 영업손실률 역시 개선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신용데이터의 2021년 영업손실률은 약 363%이며, 2022년에는 약 57%까지 줄었다. 김 대표는 “이전까지 고객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면 지난해부터는 비즈니스 모델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며 “소상공인 대상 결제 서비스와 솔루션 판매 등에서 가시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올 4분기 전후로 월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고 내년엔 확실한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약 1,800억원 대의 매출도 전망했다.
잇따른 호재에 기업가치 역시 수직 상승세다. KCD의 기업가치는 2017년 5월 첫 서비스 출시 이후 현재까지 2,600%가량 증가했다. 2018년 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KCD는 2019년 2,000억원, 2020년 3,000억원, 2021년 4,000억원 등 순차적으로 증가했으며, 2022년에는 시리즈 D2 투자를 유치하며 1조1,000억원까지 끌어올려 유니콘 반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후 KCD는 이번 투자를 통해 10개월 만에 기업가치 2,000억원을 불리며 1조3,000억원을 인정받았다.
국내 소상공인 시장 장악한다면 성장세 더 강화될 듯
한편 일각에선 KCD의 수익구조가 불확실한 측면을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VC 심사역은 “한국신용데이터는 인터넷 은행 이슈나 매출 성장세 등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수익모델은 없어 보인다”며 “유니콘으로 인정받을 만한 기업인지 VC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대규모 투자가 없었던 상황을 고려할 때 유니콘 기업이 10개월 만에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도 있다. VC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VC들 사이에서는 플랫폼 투자를 리드해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한국신용데이터가 해외 투자자를 유치한 것은 성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인정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KCD의 주 서비스 대상인 국내 소상공인 시장 규모는 약 65조원 수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시장 규모가 큰 만큼 소상공인 관련 생태계 전반을 장악한다면 KCD의 기업가치는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도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의 창업부터 폐업까지 사업의 모든 순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대규모 투자를 확보한 만큼 소상공인들의 사업 활동에 공백이 있었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한 바 있다.
KCD는 이번 투자금을 통해 캐시노트를 이용하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B2B 마켓플레이스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업종과 구매 이력뿐만 아니라 매출 추이, 날씨와 같이 해당 매장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상품 추천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소상공인 특화 은행 설립도 준비한다. 캐시노트로 확보한 소상공인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사업에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겠단 구상이다. 이번 투자 유치가 디지털 전환이 막 시작된 소상공인 생태계의 변화를 가속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만큼 KCD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