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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업이 뜬다’, 자원 기반 스타트업 투자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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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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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에너지 혁신에 리튬, 희토류, 구리 등으로 대표 되는 주요 자원이 각광 받으면서 VC의 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채굴로 대표되는 공급 차원의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수요 차원의 스타트업들도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추세다. 향후 광물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국가 안보 차원의 광물 확보 움직임에 따라 국가적 차원의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찬밥 신세는 옛말,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광업'

오랜 시간 동안 광업은 전형적인 레거시 산업으로, 호주 원료 공급사 리오 틴토(Rio Tinto)나 세계 최대 규모의 호주 광산회사 비에이치피(BHP)같은 탄탄한 소수의 기업이 독점적으로 지배해 왔다. 탄소 규제 강화는 각 기업의 탄소 배출량 증가와 높은 탄소 관리 비용을 초래한다. 탄소 규제가 심화할수록 광업에 필요한 비용 역시 증가하는 만큼, 신생기업이 광업을 시작하기란 극히 어렵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기업들이 보유한 채굴 기술을 토대로 혁신을 거듭하며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기술 혁신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했다. 더욱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의 입맛에도 광업은 맞지 않았다.

허나 전기자동차로 대표되는 혁신 산업의 중심으로 광물이 떠오르면서 광업은 전환기를 맞았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과 전력망 선진화에 필요한 구리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주요 광물에 VC들이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 탄소 중립이란 범세계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지금보다 6배 더 많은 광물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VC에 있어 고무적 요인이다.

VC, 광업 관련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 대쉬

이에 최근 많은 VC들이 광업과 관련된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즉각적이고 전폭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테크멧(TechMet)이 대표적이다. 이달 초 리튬, 니켈 등 희귀 광물에 투자해 왔던 산업용 금속기업 테크멧은 S2G 벤처스(S2G Ventures), 랜즈다운 파트너스(Lansdowne Partners) 등 VC로부터 2억 달러(약 2,638억원) 규모의 신규 자본을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 등극을 목전에 뒀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투자펀드 회사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 역시 머신러닝 기반으로 희토류 금속의 매장량을 효율적으로 식별하는 기술을 보유한 코볼드 메탈스(KoBold Metals)에 투자했다. 코볼드 메탈스는 지난 6월 자사 트위터를 통해 총 1억9,500만 달러(약 2,571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코볼스 메탈스의 기업가치는 10억 달러(약 1조3,187억원)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광업에 대한 본격적인 VC 투자는 아직 시작도 안 한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투자회사 이클립스 벤처스의 파트너인 에이단 매디건-커티스(Aidan Madigan-Curtis)는 "VC 사이에서 광업에 대한 투자 건수가 여전히 폭발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까지의 광업 투자 딜 메이킹은 이미 작년도 실적을 넘어섰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광업 기반 기업들은 작년 1분기 광업 총투자 금액 5억5,800만 달러(약 7,357억원)에 비해 5억5,000만 달러나 많은 VC 자금을 유치했다. 유동성 감소로 냉각된 자금 조달 환경을 고려할 때 이같은 광업의 투자 실적은 놀라운 의미를 가진다.

친환경 관련 기술 스타트업, 수요 차원의 새로운 '광업'

다만 VC의 광업 투자 열풍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있다. 주요 광물 채굴의 악영향을 추적하는 NGO 비즈니스 인권 자원 센터의 캐롤라인 아반(Caroline Avan) 연구원은 "광업이 환경 피해와 관리 리스크가 가장 심한 산업 중 하나기 때문에 광업 투자자들은 광물 채굴과 관련된 리스크에 대해 미리 인식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 인권 자원 센터는 현재까지 리튬 채굴 기업의 인권 침해와 관련해 21건의 고발장을 접수한 바 있다.

이어 아반 연구원은 "일부 투자자들이 말하는 주요 광물 수요 폭증 시나리오는 자기만족적 예언일 수 있다"며 "채굴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는 솔루션뿐만 아니라 수요를 줄이는 솔루션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 레드우드 머터리얼즈(Redwood Materials)다. 이 회사는 민간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친환경 기술 스타트업 중 하나다. 지난 29일 레드우드 머터리얼즈는 골드만삭스, 테크놀로지 임팩트 펀드, 티로우 프라이스가 주관한 에쿼티 투자 라운드에서 1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올해 2월에는 네바다주에 위치한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증축에 미 에너지부(DOE)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6,370억원)의 조건부 자금 대출 승인을 따내기도 했다.

커티스 파트너는 레드우드 사례와 관련해 "광업 투자에 대한 인식을 단순한 유행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세계적 환경 규제 정책과 인류의 안전에 맞서, 현명한 방식으로 변화하는 기업이 주목받은 것"이라며 "점점 높아지는 규제라는 벽을 뛰어넘는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투자도 잇달아

광업에 대한 VC 투자 열풍을 고조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주요 광물 채굴이 국가 안보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주요 국가들은 희귀 금속과 주요 광물 확보에 국가 차원에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국가적인 노력을 통해 전 세계 리튬 공급 시장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지난해 산업용 금속기업 테크멧에 3천만 달러(약 395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추가적으로 8천만 달러(약 1,055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VC와 정부 차원의 활발한 움직임에 따라 자원 관련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역시 적극적인 투자 구애에 나서고 있다. 리튬 채굴 효율 증진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애더(Aether)는 최근 내추럴 캐피탈(Natural Capital)과 언리스(Unless)가 주도한 시리즈 A 투자에서 4천8백만 달러(약 633억원)를 유치했다.

이처럼 광업 및 자원 기반 기술 기업 투자가 열풍을 이어감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의 무게추가 자원에 기울어질지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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