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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L생명 매각, 노틱인베스트 팔부능선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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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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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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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BL생명

지난해부터 매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ABL생명 인수전에 최근 들어 사모펀드들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KDB생명이 매각 시도 10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 진척을 보인 탓에 다음 매물인 ABL도 매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 인수전에는 노틱인베스트먼트, JC플라워, 파운틴헤드PE 등 사모펀드 운용사가 참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업계에서는 노틱인베스트먼트(이하 '노틱')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인수전이 격화된 이유는 IFRS17 적용 이후 ABL생명이 보유한 저축성 보험의 실제 가치가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는 시장 공감대가 형성됐고,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다자보험(안방보험)도 3천억원 수준의 희망매각가를 고집하기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모펀드들, ABL생명 인수전 뛰어든 속내는?

IFRS17 적용 이후 저축성 보험이 사실상 미래 갚아야 할 부채로 책정됨에 따라 정상화를 위한 자본적정성 관리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때문에 ABL생명 인수자는 보장성 보험 위추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꾸리기 위한 추가 투자금을 공급할 여력이 있어야 한다는 업계 인식이 팽배했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ABL생명의 이익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생명보험에 진출하려는 금융지주사들과 수익성을 노리는 사모펀드들이 모두 인수전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여의도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매각가액이 인하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가운데, ABL생명이 보유한 여의도 본사 사옥 가치가 3천억원에 달한다는 업계 평가가 나오면서 사모펀드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업 정상화에는 장기간의 인력 투입과 비용이 들지만, 사실상 부동산 투자로 보고 ABL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안방보험은 작년부터 IFRS17 대비 차원에서 ABL생명의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해 왔다. 특히 올해부터 도입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 기준으로는 부동산 자산에 대한 위험계수가 증가해 자산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동산 자산을 털어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지급여력제도(RBC)에서는 부동산 자사 위험계수가 업무용에는 6%, 투자용에는 9% 수준에서 적립금을 준비해야 했지만, K-ICS에서는 최대 25%까지 상향된다. ABL생명 본사 건물을 매각할 경우 자본적정성 관리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위험계수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이유로 한화생명, 하나손해보험, 현대해상, 신한라이프 등의 주요 보험사들이 보유 부동산을 이미 매각한 상태다.

출처=금융통계정보시스템

보장성 보험 위주 포트폴리오는 어렵나?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1999년 제일생명을 인수했던 알리안츠가 어려움을 겪다 결국 2016년에 안방보험에 매각하고, 이어 안방보험도 보장성 보험 시장을 뚫지 못한 채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 보장성 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고 설명한다. 국내에는 이미 대형 보험사들이 속칭 '보험아줌마'들을 고용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신규 인력으로 새 시장을 뚫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보장성 보험의 실제 판매 채널도 설계사 혹은 온라인 판매 채널인 반면, 저축성 보험은 방카슈랑스 등의 채널을 통해 판매된다.

저축성 보험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 이자율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이차마진을 기대할 수 있는 점, 대규모 인력 투입 대신 외부 판매 채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지난 2년처럼 시장 이자율이 급변할 경우 보험 상품의 가치가 크게 변해 자본적정성 관리가 어려워진다. 반면 보장성 보험은 손해율 관리에 용이하고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전통적인 보험 영업 채널은 보장성 보험 위주로 운영돼 왔다.

이번 인수 후보자들이 대부분 중소형 PEF인 만큼, 업계에서는 ABL생명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풍부한 경험을 보유했던 기존 대주주도 ABL생명의 이익체질 개선에는 실패했는데, 경험도 자금력도 충분하지 못한 중소형 운용사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향후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 등을 고려하면 ABL생명을 정상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며 "자금 투입 능력과 보험업에 대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노틱인베스트먼트

노틱, 여유자금까지 조달해서 인수전 승기 잡겠다

10일 IB업계에 따르면 노틱은 최근 국내 금융사 및 연기금 등 2곳으로부터 출자확약서(LOC)를 발급받았다. 출자 논의를 마치고 LOC 발급을 앞둔 곳까지 합치면 총 4~5곳으로부터 펀딩받는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 이밖에 복수의 출자자(LP)들도 노틱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될 경우 출자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틱은 오는 18일 마감되는 본입찰까지 최대한 많은 LP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틱이 ABL생명 매각설이 나오던 2021년부터 ABL생명 관련 정보를 철저하게 분석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IFRS17 적용이 가시화되며 매각 예상 가액도 조정되자 지난해 말부터 적극적으로 LP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당시 금융권 자금경색으로 출자는 불발됐으나 본사 사옥 건물 매각을 통한 수익성 강화 전략 등에 대해 LP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였던 것이 10개월 후에 펀드레이징(자금조달)에서 전략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본사 사옥 매각을 감안해도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의견이 많다"며 "인수 이후에도 최소 2,000억원 이상의 추가적인 금액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수가를 낮춰야 실제 딜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알리안츠생명이 2016년에 300만 달러(약 35억원)에 팔고 나갔던 것을 생각하면 높은 매각 가액이 책정될 경우 중국계 자본에 대한 시장 불만이 커질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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