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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자 72% 이상 정신 건강 악화’, VC들 대책 마련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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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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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 커뮤니티에서 스타트업 창업자의 정신 건강도 투자 고려 요소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창업자의 정신 건강 악화가 해당 기업의 운영 관리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일부 VC는 기투자된 스타트업에 대해 창업자 정신 건강 케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돌발적인 운영 관리 리스크를 감소시키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의 새로운 리스크 ‘창업자의 정신 건강’

창업자의 정신 건강 악화는 최근 경기 침체 영향으로 심리적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창업자들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하는 추세다. 데이터 공유 플랫폼 스냅샷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창업이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전체의 약 72%에 달한다. 스냅샷은 자금 조달, 성과 달성, 일과 삶의 균형 등에 대한 이유로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정신 건강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이에 기존 VC 네트워크에서 크게 논의 되지 않았던 투자 대상 기업 창업자에 대한 정신 건강 문제가 VC 업계에 대두되고 있다.

창업이 정신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선 정신과 임상 연구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 정신과 임상 교수로 재직 중인 마이클 프리먼(Michael Freeman)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창업가는 일반인보다 양극성 장애를 앓을 확률이 약 10배, ADHD를 앓을 확률이 약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에서 투자자로 전이되는 리스크

미국 플러리시 벤처스(Flourish Ventures) 글로벌의 인적 자본 책임자 리사 미켈슨(Lisa Mikkelsen)은 “스타트업 창업자의 심리 상태는 거대한 압력솥 안에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사람과 같다”며 “책임져야 할 투자자와 직원들이 주는 압박이 거세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가 정신적 고충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켈슨은 본인의 정신 건강 악화에 대해 투자자에게 공유하는 창업자가 적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냅샷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신건강 악화가 대다수의 창업자들이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투자자에게 말하는 창업자는 전체 창업자의 약 1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에게 정신 건강 악화 사실 전달을 꺼리는 주요인은 투자 자금 확보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영국 소재 투자기업 바델톤 캐피탈(Balderton Capital)의 제너럴 파트너 수랑가 찬드라틸라케(Suranga Chandratillake)는 “CEO나 창업자가 자신의 정신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 번아웃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영역에서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이미 정신적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창업자의 정신 건강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기업에 투자한 투자 수익률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의사 결정을 해야 할 창업자나 CEO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게 되면 해당 기업의 원동력 자체가 손실될 수 있다”며 “실제로 번아웃 증후군은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기 때문에 창업자의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도 투자 포트폴리오의 관리 요소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 건강 케어 프로그램, VC 새로운 이정표 될까

창업자의 정신 건강 케어 프로그램 유무가 스타트업과 VC 간의 투자 계약 성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창업자 정신 건강 개선단체 수퍼차저 벤처스 앤 파운더스 타부(SuperCharger Ventures and Founders Taboo)의 공동 설립자 야노스 바베리스(Janos Barberis)는 “정신 건강 케어 프로그램은 VC가 제공하는 스타트업 지원 방안 중 질적인 측면에서 큰 차별화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의 정신적 한계를 인지하고 더 나은 상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결국 본인이 소속된 기업을 위해 유리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지원해 주는 VC가 있다면 해당 VC가 내미는 투자 계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스타트업 창업자의 정신 건강 문제가 논의 됨에 따라 최근 해당 부분에 관심을 보인 일부 VC에서 관련된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델톤 캐피탈이 대표적이다. 바델톤은 지난달 익명의 참여할 수 있는 웰빙&건강개선 지원 플랫폼을 신설했다. 이와 관련해 바델톤 관계자는 영양, 피트니스, 수면, 정신 건강 등 CEO를 위한 맞춤형 강좌로 구성됐고, 익명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바델톤 같은 프로그램은 자금과 인력이 충분한 대형 VC들만 추진할 수 있어 지원 여력이 없는 중소형 VC는 불리해질 것이라 지적한다. 이에 대해 바델톤의 찬드라틸라케 파트너는 “VC가 창업자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투자자에 대한 창업자의 신뢰를 높여 정신 건강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지원 프로그램 외에 스타트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찬드라틸라케는 “수면시간을 포함한 개인적인 삶을 포기하고 밤낮으로 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오랜 세월 동안 당연시됐고, 스타트업의 모범으로 미화됐다”며 “이런 문화와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스타트업보다 힘이 강한 투자자 입장의 VC가 먼저 나서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켈슨 책임자도 “스타트업과 투자 시장엔 번아웃 증후군을 미화하는 문화가 존재한다”며 “건강한 창업자가 건강한 회사를 만들기 때문에 스타트업 정신 건강에 대한 VC의 투자는 곧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 개선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시장 관계자들의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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