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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공약 중 하나였던 우주항공청 설립이 국회에서 법안이 계류된 채로 진척이 없는 상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과 맞물려 파행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우주경제에 있어 (한-인도) 양국 간 상호보완적 협력 구조가 대단히 크다는데 모디 총리와 뜻을 같이했다”며 우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더 이상 진척이 없자 윤 대통령은 “미래의 우주경제에 투혼을 불사를 우리 청년들이 지금, 국회에 제출된 우주항공청 설립 법안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국회를 압박했으나 여전히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우주항공청 설립 지연, 정부 믿고 벤처하면 안 된다는 예시
벤처업계에서는 우주항공청 설립 지연이 그간 익숙하게 봐 왔던 정부 정책 의존성 사업의 실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정부에서 특정 산업을 밀어주겠다고 선언해서 재야의 인재들이 용기 있게 창업에 나서지만, '정책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허송세월만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관계자들은 정권의 성공을 위해 정부 역량을 집중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으나, 정쟁에 휩싸인 국회 소위원회 진행이 파국을 맞으면서 사업 성장에 제동이 걸린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의지는 언론을 통해 여러 번 확인했으나, 대통령도 마음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투자업계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도 성공하기 어려운 우주 산업 같은 고(高)기술 산업이 스타트업 대표 혼자의 힘으로 성공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내 우주기업 '비츠로넥스텍'의 이병호 대표는 우주항공 스타트업들에게 적절한 제도적 지원과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간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열악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을 주변에 여러 차례 알린 바 있으며, 최근 들어 윤 대통령의 주도 아래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해 사세를 확장했다가 투자 연기에 어려움이 가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항공청 설립, 대통령도 특별법 통과 못 시키는데 스타트업은 언감생심
우주산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리스크가 큰 분야다. 이 때문에 우수한 전문인력의 양성이나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을 자생적으로 가져가기 힘들다. 우주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 400여 개의 우주기업, 항공 분야까지 합치면 700여 개 기업이 있으나 대부분 연 매출 10억원 미만의 중소 스타트업들로, 단독으로 글로벌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심지어 내일 당장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정부가 실제로 정책을 설립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데 1년 이상의 시차가 생기는 것을 감안하면, 2025년이나 돼야 가시적인 정부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인도 총리와 만나고 와 욕심이 나는 상황이겠지만, 한국 현실이 전혀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일부 관련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2025년 이후 정부 지원이 가시화될 때까지 다른 기업에서 비전공 분야 업무를 하거나, 관련 정부 기관에서 단순 프로젝트들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항공청이 무사히 설립된다고 해도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의 통폐합 및 지방 이전으로 논란이 많은 상황이라 단시일 내에 프로젝트 진전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별법에만 의존하지 않는 대안 찾아야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한국 시장에서 고급 기술 도전이 거의 불가능한 이유로 작은 시장 규모, 인재 부족과 더불어 정부의 무능을 꼽는다. 정부가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예산 부족이나 이번 우주항공청 사태처럼 정치적인 이유로 결정이 늦어지는 탓에 스타트업 관계자들만 괴로움을 겪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의 도전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매년 예산 편성에서 기술 스타트업들에게 대통령실 예산으로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가 약속을 지켜야 국내로 인재들이 돌아와 기술 창업에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술적으로 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배정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억원의 TIPS 프로그램(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자금이 낭비되는 것도 함께 지적된다. 기술력이 부족한 공학도들이 실현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신경망을 적용해서 AI 기반 주식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 놓고 5억원의 TIPS 사업 지원금을 받아 간 사례를 꼬집은 것이다. 대전 일대의 한 정부 기관 예산 배정 관계자는 "팀 구성을 봤을 때 과제가 실패한 것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팀에 배정돼 있기 때문에 선정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런 예산을 돌려 우주항공청 설립 지연으로 고생하는 기술 전문 스타트업들 지원에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