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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순방 '경제 외교' 집중하는 尹, '탈중국' 가속화 아래 韓의 자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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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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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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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하나의 미래' 세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인도네시아와 인도 순방 일정을 마치고 11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인도와의 경제 협력을 약속하고 우크라이나 지원금 지급을 가시화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특히 유럽의 탈중국화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에 이번 회의의 중요성이 커진다.

국제 교역 위축에 위기 겪는 韓, 인도가 새로운 '탈출구'?

이번 다자회의 개최국이었던 인도네시아와 인도는 최근 급변하는 세계 경제질서에서 우리나라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며 국제 교역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인도네시아와 인도는 새로운 수출시장으로의 개척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실제 양국은 역동적이고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각각 1위, 4위 국가로 특히 청년 비중이 높은 데다, 최근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거대 신흥 소비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양국의 경제성장률은 전 세계 성장률인 3.5%를 크게 웃돌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인도의 경제 규모가 세계 3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50년까지 인도네시아의 경제 규모가 세계 4위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순방한 윤 대통령의 핵심 역량도 우리 기업의 시장을 넓히기 위한 ‘경제외교’에 집중됐던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번 순방의 경제외교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한 마디로 ‘신시장 확충과 연대 강화’였다고 강조했다.

尹, 인도와 경제 협력 약속

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서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 정상회의, 그리고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별국과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를 통해 수출시장 확대, 첨단산업 공급망 연대, 디지털 리더십 강화에 집중했다. 우선 우리 기업이 좀 더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FTA 네트워크 확대'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세안 국가들과 가장 촘촘한 FTA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번 순방에서 한-필리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필리핀 FTA’에 양국이 서명했다. 기존 한-아세안 FTA, RCEP에 이어 이번에 한-필리핀 FTA가 더해지면서 필리핀은 전체 품목 중 96.5%를, 우리는 94.8%의 관세를 철폐하는 높은 수준의 개방을 달성하게 됐다. 특히 자동차 관련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그동안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필리핀 자동차 시장에서 우리 자동차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인도와의 경제 협력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과 인도 양국 정부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40억 달러(약 5조3,480억원) 한도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약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한국 기업이 인도 내에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우호적인 통관환경 조성, 수입제한 완화 조치와 관련한 각별한 관심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은 "두 정상이 올해 관세당국 간 '원산지 증명서 전자교환 시스템(EODES)'이 개통되면 상호 교역과 투자 촉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또 한·인도 방산협력의 상징인 K-9 자주포(인도명 바지라) 2차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우주 협력 강화와 정보기술(IT), 전자 등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 체계 폭을 넓혀나가는 데에도 합의했다. 북한의 도발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지역 및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데 공감하고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고 공조해 나가겠단 합의도 이끌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오는 2024년 3억 달러(약 4,000억원), 2025년 이후 중장기적으로 20억 달러(약 2조6,600억원) 이상을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대통령실 측은 "향후 재건 사업 참여를 위한 기반 조성의 일환"이라며 "통상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이지만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 참여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임을 고려하면 손해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유럽 탈중국 가속, 일대일로 대항 MOU 체결되기도

이번 G20 정상회의에 대해 외신은 대체로 '예상 밖'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불참 등으로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할 것이란 게 지배적 전망이었음에도 공동선언이 도출됐기 때문이다. 당초 회의 전 미국을 비롯한 서방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책임을 묻고 강력히 비판하는 내용이 공동선언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G20 틀이 전쟁을 논의하는 포럼이 아니라고 맞서면서 갈등이 가시화됐다. 그러나 이후 인도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면서 전쟁과 관련한 표현을 완화하는 식의 타협이 나왔다. 공동선언에는 유엔 헌장을 준수하고 영토 침략을 위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은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를 계기로 중국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대한 미국의 맞불 성격의 사업 구상이 나왔다는 점도 괄목할 만한 점이다. 이날 미국 주도 아래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맞서 인도-중동-유럽의 철도·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구상이 출범했다. 미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이 회의 첫날 이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구상에 대해 "역사적"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철도 연결만으로도 EU와 인도 간 교역 속도를 40%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악관은 "이 기념비적 회랑은 두 대륙에 걸친 연결성 강화와 경제적 통합을 통해 경제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G20 회의를 통해 미-중 갈등 및 이로 말미암은 국제 질서의 재편이 가시화된 모양새다. 특히 유럽의 탈중국화가 직접적으로 표출됐다는 점이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의의라고 외신은 전했다. 앞서 EU 27개국 정상들은 중국과 계속 교역하면서도 의존도는 줄여나가는 이른바 ‘디리스킹’(위험 제거) 전략을 천명한 바 있다. 중국과의 대립 수위를 다소 낮춘 결과인데, 이번 회의에선 일대일로 대항 MOU를 체결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중국과의 이별을 가속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경제안보전략’을 발의하는 등 중국 의존도 탈피 전략을 세우고 있는 만큼, 유럽의 탈중국화는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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