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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산업 재편의 중심, 게임 ② 정부와 업계의 '원죄', 말라가는 게임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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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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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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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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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의 진수' 게임 산업, "IP 다변성 높아"
이도 저도 못 하는 정부, 게임사 '일탈'도 제대로 못 막아
구렁텅이 빠지는 국내 게임사들 "IP 활용성 높이려면 정부 역할 중요해"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은 이미 연간 매출 20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으로 꼽히는 이차전지가 75억 달러(약 10조2,600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할 때, 국내 게임 산업은 82억 달러(11조185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제조업 중심으로 돌아가던 전통적인 한국의 모습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K-게임은 우리나라 산업 재편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모습만 보인다. 한편으론 게임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 드높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질병'으로 치부하며 촉법소년 문제 등 사회 문제의 원인을 게임으로 돌리고 있다.

IP 활용성 높은 게임 산업

국내에서 '게임'이 갖는 위상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우리나라가 '게이밍' 강국이라는 사실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롤)>가 대표적이다. 두 게임에서 우리나라가 거둔 실적은 매우 높은데, 특히 <롤>의 경우 아시안 게임 출전 종목으로 채택된 뒤 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게이밍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콘텐츠 수출 비중의 절반 이상을 게임이 차지하고 있을 만큼, 게임 개발에도 일가견이 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연간 기준 게임 분야 수출액은 94억3,540만 달러(약 12조7,755억원)로 K-콘텐츠 수출의 69.5%를 차지했다. 산업계에서 K-게임이 차지하는 파이가 점차 커져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게임 산업의 진가는 게임 자체에만 있는 게 아니다. 게임 산업계의 꽃은 단연 'IP 개발 및 활용'이다. 미키마우스, 포켓몬, 마블 슈퍼히어로 등 거대 IP가 콘텐츠 산업에서 갖는 의미는 단순한 캐릭터 그 이상이다.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 또한 단순한 K-POP 아티스트에서 전 세계 어디서나 소비될 수 있는 콘텐츠 IP로서의 생명력을 보유하고 있다.

K-게임의 주역인 3N(넥슨·NC소프트·넷마블), 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는 모두 이런 IP 성공 법칙에 따라 게임을 제작 중이다. 모바일 게임으로 유명한 컴투스는 지난 5월 <서머너즈 워> 세계관에 기반한 웹툰 6종을 일본에서 최초 공개했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도 영화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외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NC소프트는 <도구리>, 넷마블은 <쿵야>의 IP를 활용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게임 IP가 지닌 '다변성'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게임은 즐기는 것을 넘어선 엔터테인먼트로의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종합 콘텐츠 차원에서 업계가 게임 IP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보건복지부 복따리TV

방향 못 잡는 정부, 무너지는 IP 기틀

이처럼 국내 게임 업계는 다양한 IP를 활용한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인터뷰에서 “한국 개발자는 이미 개발과 운영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IP를 확보해 큰 기회를 도모해야 한다”며 “우리는 가상세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성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게임 산업은 여전히 '벽'에 가로막힌 모양새다. 게임을 둘러싼 사회적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은 탓이다. 특히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현상을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번진 '게임=질병'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국내 게입 업계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게임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실제 규제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야에 16살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막는 ‘게임 셧다운제’는 ‘게임은 악’이란 입장에서 나온 대표적인 규제 중 하나다. 10년간 운영되던 게임 셧다운제는 결국 실효성 부족, 청소년 권리 침해, 산업 경쟁력 약화 등 숱한 논란 끝에 2년 전 폐지됐지만, 셧다운제가 남기고 간 상흔은 크다. 게임 업계는 여전히 셧다운제 등 규제가 새로이 도입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성장을 거듭하며 국가의 중심축으로 발전할 만한 산업이 정부에 의해 '격파'되고 있는 모순이 이어지는 셈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이중적인 잣대'가 국내 게임 산업에 아이러니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정부는 게임 산업에 대해 '일관적인 입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대우하겠다 밝힐 때, 보건복지부는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했다. 더욱 아이러니한 건, '게임=질병'이란 입장을 고수하던 복지부가 정작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선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서 게임을 즐기라는 식의 홍보물을 내놨단 점이다. 결국 복지부 내에서조차 게임에 대한 일관적인 시선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역할론을 들이밀며 가져간 '게임물 관리' 사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발생한 게임물관리위원회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게관위는 사후관리 미흡, 각종 실언, 비리, 횡령, 성추행 논란 등으로 점철된 상태다.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사태 당시 시위를 위해 준비된 트럭/사진=게임 커뮤니티 인벤 캡처

게임사 인식 저하 가속, "정부가 줄 잡아야"

다만 일각에선 게임 산업계가 처한 현실을 마냥 정부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게임 업계의 '원죄'가 산업 발전 저해의 원인이 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게임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든 건 편견과 고정관념이 전부는 아니다. 사행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를 예로 들어 보자.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기 위해선 현금을 쏟아부어 아이템을 구입해야 하는데, 문제는 돈을 쓰더라도 꼭 강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모르는 ‘랜덤박스’ 형태로 파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다. 특히 몇몇 게임사는 매출 증진을 위해 뽑기 아이템 확률을 조작했단 의혹에 휩싸이면서 게임 산업계의 근간을 흔들어 놓기도 했다. 그 유명한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2,197억5,800만 달러(약 293조원)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7.6%다. 미국(22.0%), 중국(20.4%), 일본(10.3%)에 이어 전년과 동일한 4위를 기록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게임 시장 점유율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동기간 대비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6.9%에서 7.6%로 0.7%p나 높아졌다.

그러나 해외 시장 내에서 국내 업계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낮아지는 모습이 포착된다. 국내 게임사의 일탈과 이에 따라 부수되는 '줄다리기'가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엔 업계 내부에서도 <다크 앤 다커>를 둘러싼 마찰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진흥'과 '억제'의 균형을 맞춰 가는 등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하는 이유다. 국내 게임 산업은 대내외적으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왔지만, 지나친 '자가성장'은 외려 IP 확장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제는 정부가 종전의 보수적 시선을 버리고 방향타를 제대로 쥠으로써 게임사의 병폐를 개선하는 등 산업 발전의 기틀을 닦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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