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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시장 전망치 한참 웃돈 미국 물가상승률에 금리 인하 가능성 ‘또’ 미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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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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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CPI 상승률 전망치 2.9%→실제 3.1%
전월 대비 0.6% 오른 주거비가 상승 견인
금리 인하 가능성 옅어지며 시장 분위기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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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와 비교해 3.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이 절정에 달했던 2022년 9%대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초반까지 둔화됐지만, 2%대로 떨어질 것을 기대했던 시장의 예상치는 크게 빗나간 모습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물가 목표치로 2%로 제시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조치도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며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 오던 주요 주가지수는 급락세를 그리며 시장의 실망감을 대변했다.

연준이 제시한 물가 상승률과 1%p 넘는 격차

1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상승률인 3.4%보다는 다소 둔화했지만, 당초 시장의 전망치인 2.9%와 비교하면 0.2%p 높은 수준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조금씩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지만, 연준이 목표치로 제시한 2%에 근접하기까지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0.3%로 12월 월간 대비 상승률(0.2%)보다 소폭 오른 가운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가 전년 대비 3.9% 오르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상승률과 같은 수치지만, 당초 전문가 예상치(3.7%)를 웃도는 결과다. 전월 대비 근원 CPI 상승률 역시 0.4%로 전문가 예상치(0.3%)를 상회했다.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며 높은 수준을 유지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주된 원인으로는 지속적인 상승세에 있는 주거비가 꼽힌다. 1월 미국 주거비는 전월 대비 0.6% 오르며 1월 상승분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했다.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료 상승률 둔화 움직임이 포착되긴 했지만, CPI 산정에 시장 상황이 반영되기까지는 일정 기간 시차가 필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물가 상승률 둔화세가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면서 증시는 약세를 나타냈다. 13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24.63포인트(1.35%) 하락한 38,272.75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또한 전장 대비 68.67포인트(1.37%) 내린 4,964.17에 장을 마감해 지난 9일 5,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2거래일 만에 다시 5,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반도체 기술주 중심으로 고공행진을 이어 오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6.95포인트(1.80%) 떨어진 15,655.60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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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휩쓴 실망감에 증시는 약세·채권 금리는 급등

이같은 증시 약세의 배경에는 물가 안정과 함께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의 실망이 짙게 깔려 있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 압박이 해소돼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연준이 제시한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와 차이가 커 완화 행보를 취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 관련 질문에 “지금 가장 신중히 해야 할 것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우리가 제시한 2%에 수렴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예상을 넘어선 CPI 수치와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하자 채권금리가 급등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경 증시 마감을 앞둔 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32%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거래일인 12일 같은 시간과 비교해 15bp(1bp=0.01%포인트) 오른 수치며,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두 달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상보다 견고한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하 가능성의 무게를 낮췄다”고 진단하며 “당초 5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암시했던 금리 선물은 6월로 옮겨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가속 등 부작용 우려에 금리 인하 카드 ‘보류’

연준이 자국 경제에 충격을 주는 대규모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경기 침체가 임박한 신호가 포착될 경우에 한해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선언했다는 점도 금리 인하 시점을 미루는 요소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12월 19명의 위원 중 2명을 제외한 모든 위원이 2024년 최소 1회 이상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다만 그 요인으로 ‘경제에 충격을 주는 부정적 사건 발생’과 ‘경기 침체에 앞선 선제적 대응’ 두 가지를 꼽았다. 경기 침체에 앞선 선제적 대응의 일환에서 단행되는 금리 인하는 경기 사이클의 중간 조정에 해당한다.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3월 진행한 1.25%p 금리 인하가 대표적 예다. 당시 연준은 긴급회의를 통해 이같은 결론을 도출하며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초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미국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계획된 만큼 지금과 같은 높은 물가 상황에서는 도리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역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저스틴 와이드너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함에 따라 실업률이 대폭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으며 “이와 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하에서만 금리 인하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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