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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적자 전환, 2015년 이후 처음 조달비용 상승 및 대손충당금 증가 영향 부동산 시장 침체에 기업대출 연체율도 증가
지난 2015년부터 8년 동안 흑자를 내며 호황을 누리던 저축은행이 지난해 약 5,6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고금리 환경 탓에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크게 늘린 영향이다.
저축은행, 지난해 순손실 5,000억원 넘겨
금융감독원이 22일 발표한 ‘2023년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은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1조5,6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1년 전보다 무려 2조1,181억원(-135.6%) 줄었다.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26조6,000억원으로 138조6,000억원으로 집계된 2022년 말 대비 12조원(8.7%) 줄었다.
총대출은 104조원으로 1년 전보다 11조원(9.6%) 감소했다. 기업대출은 58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68조7,000억원이던 전년 말 대비 9조8,000억원(14.3%) 줄었다. 2022년 말 40조2,000억원이었던 가계대출은 38조9,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도 오름세다. 저축은행의 지난해 연체율은 6.55%로 3.41%였던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4%포인트(p)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고객층은 시중은행 고객 대비 신용도가 낮은 중‧저신용자의 비중이 높은데, 급격한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취약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8.02%로 1년 전(2.9%)보다 5.12%포인트(p), 가계대출 연체율은 5.01%로 전년 말(4.74%) 대비 0.27%포인트(p) 높아졌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64%포인트(p) 오른 7.72%로 집계됐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14.35%로 13.15%였던 1년 전보다 1.2%포인트(p) 올라 법정 규제비율 대비 약 2배 수준을 유지했다. 자산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8% 이상, 자산 1조원 미만 저축은행은 7% 이상이어야 한다.
금융당국의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 영향
업계는 적자의 주요 요인으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 증가를 꼽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요적립액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3.9%로 전년 말 대비 0.5%포인트(p) 상승하며 모든 저축은행이 법정 기준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13.89% 초과해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4분기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압박한 영향이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대손충당금으로 3조9,000억원을 적립했다. 이는 2022년(2조6,000억원)에 비해 1조3,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만 4,000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는데, 이는 적자 확대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분기별 실적을 보면 4분기 당기순손실만 4,154억원으로 1분기(-527억원)·2분기(-432억원)·3분기(-446억원)와 비교해 월등히 많다.
금융당국의 압박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금융감독원은 제2금융권 임원들을 소집해 새로운 PF 충당금 적립 강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금감원은 '정상' PF 여신을 제외하고 다소 연체가 있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PF 대출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대폭 쌓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은 '요주의' PF 대출 충당금 적립률을 20%로 올려야 한다. 기존 저축은행의 PF 대출 충당금 적립률은 '정상' 2~3%, '요주의' 10%, '고정' 30%, '회수의문' 75%, '추정손실' 100% 등이다.
금감원은 또 토지담보대출에 대해서도 PF 수준으로 충당금을 쌓으라고 요구했다. 토지담보대출은 담보 인정 비율이 높아 일반 대출 수준으로 충당금을 쌓아왔다. 일반 기업대출 충당금 적립률이 '정상' 0.85%, '요주의' 7%, '고정' 20%, '회수의문' 50%, '추정손실' 100%임을 고려하면 토지담보대출에서도 각각 '요주의'는 3%포인트(p), '고정'은 10%p, '회수의문'은 25%p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제2의 저축은행 사태 터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지난 2010년대 초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가 다시금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건설산업연구원은 '부동산 PF위기, 진단과 전망 그리고 제언'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부동산 PF 위기는 지난 2010년대 초 발생한 건설사들의 대량부도, 그리고 PF 대출에 참여했던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동반 부실사태와 비교해 발생 원인과 구조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저축은행 사태는 지난 2011년 1월 14일 삼화저축은행 부실기관 지정을 시작으로 저축은행들이 연속해서 영업정지를 받으며 촉발됐다. 이후 5년간 저축은행 30여 곳이 파산했고 무려 10만여 명이 넘는 소비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 건산연은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부동산 규제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미분양 주택이 급증했고, 이는 △개발사업장의 현금유입 축소 △PF 연대 보증 건설사의 대거 부실화 △금융기관의 PF회수 곤란 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의 부동산 PF 위기는 미국발 금리인상이라는 외부 요인에서 시작됐고 건설사의 1차 부실과 금융기관으로의 2차 부실 등 구조적으로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당시 부동산 PF 노출액은 100조원 이상이었던 점에 반해 현재는 200조원이 넘는 금액이 연루돼 있는 등 위험 노출액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건산연은 투자경로의 다양화 등으로 위기 촉발 요인에 대한 예상과 선제 대응이 훨씬 더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