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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일본에 먹힐 수 없다" 바이든,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에 '심각 우려' 표명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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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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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에 본격 제동거나
트럼프도 지난 1월 '즉각 저지' 반대 입장 표명
인도 미탈 & 프랑스 아르셀로 합병 추진 당시와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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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본제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예정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블루 칼라’들의 표심 이반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어깃장에 두 기업 간의 인수합병(M&A)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도 한층 더 커진 모양새다.

바이든, 日의 美 철강 인수 우려 표명키로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달 18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기 전에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미 미국 정부 관료들과 변호인들이 성명서 초안을 작성했으며 백악관이 일본 정부에 대통령의 결정을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강생산량 세계 4위인 일본 제철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철강업체 US 스틸을 149억 달러(약 19조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철광석 조달이 가능한 US 스틸을 인수해서 철강 시장 지배력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였다. 두 기업의 철강 생산능력을 합치면 세계 2위 수준에 등극하게 된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미국 정치권에선 M&A에 대한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미국의 핵심 산업을 일본에 넘겨준다는 지적이다. 전미철강노조(USW)도 반대 의사를 밝혔고, 백악관은 국가안보에 중요한 물자를 생산하는 US 스틸의 역할을 감안할 경우 거래에 대해 정밀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마저 반대 의견을 표명할 경우 M&A 성사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US 스틸의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는 이번 대선의 주요 경합 주로 분류된다. 친(親)노조 성향을 밝혀왔던 바이든 대통령이 철강 노동자의 표심을 끌어당기기 위해 이번 거래를 보류시키려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USW도 지난달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하며 "(대통령이) 우리 편이라는 개인적인 보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일찌감치 이번 인수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지난 1월 31일 교통산업 노동자 단체인 팀스터스와의 면담 이후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 발표에 대해 "우리는 (1기 재임 기간에) 철강산업을 살려냈는데, US 스틸이 일본에 팔린다니 끔찍한 이야기"라면서 "즉각 저지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다만 미국 재계에선 정계의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내 글로벌 기업을 대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얼라이언스(GBA)의 낸시 맥러넌 대표는 "안보를 명분으로 인수를 방해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며 "일본의 미국의 최대 투자국 중 하나로 100만 명의 노동자를 미국에서 고용하고 있다. 이번 인수가 무산되면 4월 정상회담은 어색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탈스틸의 아르셀로 인수 당시도 유럽 정부 반대 '암초'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가 나서 반기를 든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 세계 최대 철강업체 인도 미탈스틸은 2위였던 프랑스 아르셀로를 합병하면서 거센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프랑스와 룩셈부르크 등 유럽 각국 정부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을 뿐만 아니라 철강노조의 반대도 상당히 거셌다.

당시 룩셈부르크의 장 클로드 융커 총리는 “미탈스틸의 인수 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 정부가 보유한 아르셀로 지분 5.6%를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프랑스 및 벨기에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만나 미탈스틸의 아르셀로 인수 저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도 2만5,000명에 달하는 자국 내 아르셀로 직원들의 일자리 보전을 위해 미탈스틸의 인수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티에리 브레통 프랑스 재무장관은 “미탈스틸의 인수안처럼 악의적으로 계획된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미탈스틸은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의 미국 석유업체 인수계획이 미국 정부에 의해 어떻게 좌절됐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철강노동자연합(EMF)도 세계 1, 2위 철강업계의 결합이 대량 해고 사태를 낳을 수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피터 슈레르 EMF 회장은 성명을 통해 “몇몇 투기 세력들을 위해 아르셀로와 같은 진정한 유럽 기업과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는 계획을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합병 성공했지만, 프랑스 공장 폐쇄

미탈스틸은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병에 성공해 단일기업 최초로 연간 조강 생산량 1억 톤을 넘는 초대형 공룡 기업 ‘아르셀로미탈’로 거듭났지만, 문제는 2012년에 불거졌다.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산업장관이 프랑스 내 모든 사업을 철수하라고 직격타를 날리면서다. 당시 몽트부르 장관은 심지어 아르셀로미탈에 ‘거짓말쟁이’, ‘공갈범’이라는 폭언도 서슴지 않고 퍼부었다.

프랑스가 날을 세웠던 이유는 아르셀로미탈이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던 유럽 구조조정 때문이었다. 아르셀로미탈은 이 과정에서 프랑스 플로랑즈 지역에서 두 개 용광로를 폐쇄하고 629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프랑스 직원 2만 명이 근무하고 있는 플로랑즈의 아르셀로미탈 공장이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추가 감원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프랑스 내부에서 확산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회장에게 공장 폐쇄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지만 미탈 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분노한 몽트부르 장관이 공개적으로 아르셀로미탈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몽트부르 장관은 “미탈이 2006년 아르셀로를 인수한 후 밥 먹듯이 거짓말을 일삼아왔다”며 “이는 폭력이자 무자비한 행동으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상보다 격앙된 프랑스 측의 반응에 당시 미탈 회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아르셀로미탈 측은 유럽 철강수요 감소로 용광로를 폐쇄하겠다고 밝히며 백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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