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 시대, 세금은 기술보다 이익에 매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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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자본소득 중심 과세체계 전환 필라 2 보완과 시장국 과세권 확보가 핵심 과제 노동세 의존 줄이고 AI 시대 맞춤형 세원 재편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유럽연합(EU) 조세수입의 51.5%는 근로소득세와 고용 관련 부담금에서 나왔다. 인공지능(AI) 과세 논의는 이러한 세수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AI가 창출한 부가가치가 기업 이익과 자본이득, 배당, 라이선스 수수료, 해외로 이전된 이익으로 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득의 중심이 노동에서 자본으로 이동하면 고용이 크게 줄지 않더라도 노동소득을 기반으로 한 세원은 점차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AI 자체에 과세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알고리즘이나 소프트웨어, AI 활용에 세금을 부과하면 AI를 도입하는 기업의 비용만 높아질 뿐, 정작 초과이익을 확보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는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익의 귀속이 과세 대상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모든 기업이 이를 핵심 업무에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로지역 조사 대상 기업의 약 70%가 AI를 활용했지만 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도입한 곳은 7%에 그쳤다. AI 활용 여부만으로 과세 대상을 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단순 챗봇을 도입한 소매업체와 AI 모델과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빅테크를 같은 기준으로 과세할 수는 없다.
AI로 발생한 수익만 따로 구분해 과세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기업의 이익은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특허, 데이터, 인력, 조직 혁신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만들어진 결과다. 이 가운데 AI의 기여분만 객관적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인위적으로 나누면 과세 기준이 불명확해지고 소득 분류를 통한 절세나 과세 회피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AI세의 한계와 과세 원칙
AI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특정 국가에만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 설계와 클라우드 운영, AI 서비스, 최종 활용까지 가치사슬이 여러 국가에 걸쳐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위치만으로 AI 서비스 전체의 이익을 배분하기는 적절하지 않다. 데이터센터는 AI 가치사슬의 일부일 뿐, 가치가 최종적으로 실현되는 지점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못한다. 물론 데이터센터를 유치한 지역은 전력과 용수 사용, 인프라 확충 등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을 부담한다. 이러한 비용은 전력망 이용료나 환경 부담금처럼 지역 단위의 부담 체계를 통해 회수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반면 AI 서비스에서 발생한 초과이익까지 데이터센터가 있는 지역에 모두 귀속시키는 방식은 과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AI 모델이나 토큰, 사용량에 직접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 이 경우 초과이익을 거두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보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제조업과 의료, 금융, 중소 서비스 기업이 먼저 세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AI의 범위와 사용량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기존 소프트웨어와 어떻게 구분할지도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 때문에 새로운 AI세를 도입하기보다 기존 세법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득을 중심으로 과세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다국적기업의 초과이익과 경제적 지대, 특허소득, 배당, 자본이득, 고정사업장이 없는 역외 기업의 역내 매출 등이 대표적인 대상이다. 실제 이익이 귀속되는 곳을 기준으로 과세하면 새로운 제도를 만들지 않고도 집행 부담과 행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필라 2 이후 남은 과제
유럽은 AI 시대에 활용할 수 있는 과세 기반을 이미 마련해 두고 있다. 글로벌 최저한세인 필라 2(Pillar Two)는 연매출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적용하는 제도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JRC)는 2025년 보고서에서 필라 2 시행으로 EU의 법인세 수입이 연간 260억 유로(약 43조원) 증가해 기존 대비 7.1%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무형자산을 활용한 다국적기업의 역외 이익 이전을 억제하는 핵심 장치로 평가받는다.
다만 필라 2는 최저세율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제도다. AI 서비스의 가치가 창출된 시장국에 과세권을 배분하는 기능은 충분하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필라 1(Pillar One) 다자협약도 아직 발효되지 못했다. 그 결과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유럽 시장에서 거둔 수익이 시장국의 과세소득으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이 도입한 디지털서비스세(DST)가 과도기적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주요국은 15억 유로(약 3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했으며, EU 전역으로 확대하면 연간 130억 유로(약 22조원)의 세수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매출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은 수익성이 낮은 기업에도 부담을 줄 수 있고,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DST는 필라 1이 시행될 때까지 과세 공백을 메우는 한시적 제도로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AI 시대 조세개혁의 방향
AI 시대의 조세체계는 국제조세와 국내 세제 개편을 함께 추진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글로벌 최저한세인 필라 2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시장국 과세권을 담은 필라 1 합의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는 정상적인 투자수익을 보호하면서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 기능을 강화하고, 자본이득과 배당, 로열티, 출국세도 함께 보완해 실현된 소득에 대한 과세 기반을 넓혀야 할 시점이다.
공공투자의 성과를 환수하는 장치도 보강이 불가피하다.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AI 기업이 상업적 성과를 거둘 경우 신주인수권과 로열티, 성과연계 상환 등을 활용해 공공이 부담한 위험에 상응하는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공공 재원이 혁신의 마중물 역할에 그치지 않고 다시 미래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노동소득 중심의 조세체계도 새로운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 노동소득을 기반으로 한 세원이 약화된다고 임금 과세를 확대하거나 AI 활용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면 고용과 기술혁신을 동시에 위축시킬 수 있다. 앞으로의 세원은 초과이익과 실현된 자본소득, 재산세, 환경 부담금 등 가치가 실현되는 지점을 중심으로 개편이 요구된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AI세'가 아니다.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변화한 경제 구조에 맞는 세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과세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axing AI Profits in Europe: Follow the Rent, Not the Tool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