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유럽 AI 전략, 기업이익과 세원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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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쟁 핵심은 기술보다 수익 귀속 인프라와 자본이 산업 경쟁력 뒷받침 역내 세원 확보가 복지 지속성 좌우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이 인공지능(AI) 도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경제적 성과가 역내 기업의 이익과 세수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핵심 AI 모델과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해외 기업에 의존할수록 생산성 향상으로 늘어난 부가가치의 일부가 사용료 형태로 역외로 이전될 수 있어서다. 실제 유로존이 미국 지식재산권(IP) 보유자에게 지급한 사용료는 지난 10여 년 동안 약 다섯 배로 늘었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면 AI 활용이 확산돼도 기업이익과 과세 기반은 기대만큼 커지기 어렵다.
기술보다 수익 귀속이 좌우
유럽이 AI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기술 우위는 이미 뚜렷하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이 공개한 주요 AI 모델은 각각 59개와 35개였으며, 이 가운데 90% 이상을 민간 기업이 개발했다. 미국의 민간 AI 투자액은 약 2,859억 달러(약 418조원), 중국은 정부 투자를 제외하고도 124억 달러(약 18조원)에 이른다. 이러한 기술 격차가 벌어질수록 글로벌 AI 시장의 주도권도 해외 기업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 AI 플랫폼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면 기업 실적은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이용료와 라이선스, 구독료, IP 사용료도 함께 늘어나면서 새롭게 창출된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은 해외 기업으로 이전된다.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정작 수익과 세원은 역외에 축적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해외 AI 기업의 성장으로 유럽 투자자가 얻는 수익도 적지 않다. 지난해 유로존 거주자가 글로벌 상장주식 투자로 거둔 자본이득은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약 1.3%인 2,000억 달러(약 292조원)로 추산됐다. 다만 금융투자 수익만으로 산업 경쟁력과 재정 기반을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투자 소득은 일부 자산 보유자에게 집중되는 데다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AI 경쟁력의 조건, 인프라와 자본
AI 산업 경쟁력은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I를 실제 산업에 확산하려면 전력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자본이 유기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분석에 따르면 100메가와트(MW) 규모 데이터센터의 가동이 1년 늦어질 경우 경제적 가치는 5억 달러(약 7,300억원)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요금 상승보다 인허가와 전력망 연결 지연이 더 큰 비용을 초래하는 셈이다. 따라서 광범위한 세제 지원보다 신속한 인허가와 전력망 연결, 투명한 계통 접속 절차, 안정적인 청정에너지 공급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유럽연합(EU) 데이터센터는 전체 전력 수요의 약 2.5%를 차지하며 설비 용량도 2025년 약 12기가와트(GW)에서 2030년 28GW로 확대될 전망이다.
인프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 서비스의 핵심 기반인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클라우드가 EU 시장의 약 75%를 차지하는 반면 EU 기업의 점유율은 13%에 그친다. 해외 서비스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비용 부담이 커지고 AI 도입도 늦어질 수 있다. 오히려 문제는 소수 사업자가 저장공간과 AI 모델, 데이터, 서비스 이전 조건까지 좌우하는 시장 구조다. 이를 완화하려면 개방형 표준과 멀티클라우드 환경, 데이터 이동성을 확대해 기업이 특정 사업자에 묶이지 않는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AI 경쟁력은 자본시장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EU 가계는 금융자산의 약 3분의 1을 현금과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벤처캐피털(VC) 운용 규모는 약 1,500억 유로(약 249조원)로 미국의 9,300억 유로(약 1,545조원)에 크게 못 미친다. 충분한 성장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해외 투자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본사와 핵심 경영 기능도 함께 이전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실제 EU의 성장기업 약 10%가 해외로 이전했고 이 가운데 85%는 미국을 선택했다. 이와 같이 연구개발 인력이 유럽에 남더라도 기업 가치와 투자, 세수, 고부가가치 일자리는 해외에 축적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 현장이 승부처
AI 경쟁력은 최첨단 모델을 기존 산업에 얼마나 빠르게 확산시키느냐에서 결정된다. 유럽은 제조업과 자동차, 화학, 의료기기 등 세계적인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AI 활용 수준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EU 대기업의 AI 활용률은 55%에 달했지만 중소기업은 17%에 그쳤다. 업무 전반에 AI를 깊이 통합했다고 응답한 기업도 7%에 불과했다. AI 도입 효과를 높이려면 단순히 챗봇을 도입하거나 AI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생산계획과 물류, 유지보수, 연구개발(R&D), 에너지 관리 등 핵심 공정 전반에 AI를 적용해야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도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공공조달 역시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단순히 유럽 기업이나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방식은 비용 부담을 키우고 경쟁도 위축시킬 수 있다. 대신 개방형 표준과 데이터 이동성, 감사 가능성 등을 조달 기준으로 제시해 기술력과 신뢰성을 갖춘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혁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데 더 효과적인 접근이다.

재정을 지키는 기술 전략
유럽이 추구해야 할 기술 주권은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AI가 창출한 부가가치와 기업이익, 세원이 역내에 남는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반도체와 AI 모델, 데이터센터를 모두 자체적으로 확보하기보다 강점을 가진 산업을 중심으로 AI 활용을 확대하고,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클라우드, 자본시장을 육성하는 편이 현실적인 전략에 가깝다.
이 같은 전략의 성과는 투자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전력망 연결 기간과 실제 가동 중인 컴퓨팅 규모, 스케일업 기업의 본사 입지, 해외 디지털 서비스 지급액 등 부가가치가 어디에 귀속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를 함께 살펴야 한다. 2024년 기준 EU의 사회보장 지출은 약 4조9,250억 유로(약 8,181조원)로 GDP의 27.3%를 차지했다. AI 산업의 성과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이어질 경우 복지 재정을 뒷받침할 기반도 갈수록 약해질 수 있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AI가 만든 부가가치와 기업이익, 세원을 역내에 얼마나 축적하느냐에 좌우된다. 생산성 향상이 기업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세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EU의 산업 경쟁력과 복지국가의 지속 가능성도 함께 뒷받침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urope’s AI Fiscal Capacity Depends on More Than Adop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