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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만성적자 시달리던 '아르헨티나' 재정 흑자, 복지·예산 확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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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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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만성적자 및 디폴트 시달리던 아르헨티나
지난 1월 재정 흑자로 전환, 인플레·환율도 안정
서민 고통 발판으로 이룬 성과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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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가죽 재킷 차림에 전동 톱을 들고 유세하고 있다/사진=하비에르 밀레이 인스타그램

아르헨티나가 12년 만에 첫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각종 복지 삭감을 밀어붙인 결과다. 밀레이 대통령의 충격요법에 단기간 가파르게 치솟은 인플레이션 지표도 진정되는 모양새다. 아울러 달러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암시장)간 간극이 크게 줄면서 통화시장도 정상화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12년 만에 첫 재정 흑자

올 1월 아르헨티나 정부는 5,184억1,000만 페소(약 8,100억원) 재정흑자를 기록했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며 2000년 이후 세 차례의 디폴트를 선언했던 아르헨티나가 2012년 8월 이후 처음 기록한 흑자다. 이는 밀레이 대통령이 대규모 복지지출 삭감과 정부부처 축소, 예산동결, 연금동결을 밀어붙인 성과다. 대대적인 정부 재정지출 감소로 인플레이션도 진정세다. 취임 첫 달인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율은 25.5%까지 치솟았지만, 1월 인플레이션율은 20.6%, 2월은 13.2%로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페소화의 낮은 신뢰성으로 연간 250%의 물가상승과 환율급등에 시달려온 아르헨티나 경제의 비정상적인 지표들도 정상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암시장에서 공식 환율보다 2배 이상 높게 거래되던 달러 시세는 현재 공식 환율 대비 15% 내외 더 높은 수준으로 안정됐다. 취임 직후인 작년 12월 13일 페소화 가치를 달러당 365페소에서 800페소로 약 54% 절하한 데 따른 효과다.

표면상 ‘극약처방’ 자체는 효과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남경옥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통화가치를 하루 만에 50%를 절하하는 경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2000년 이후 3번의 디폴트가 반복되며 거시경제 불안이 오래됐고 공식환율과 비공식환율의 격차가 크다보니 그에 맞춰 개혁의 폭도 커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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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dobe Stock

밀레이 취임 후 빈곤율 57.6%로 상승

문제는 이같은 개혁 드라이브가 계속될 수 있을지다. 단기 물가급등과 각종 복지삭감에 따른 서민 고통을 비롯한 부작용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페소화 가치를 절반으로 깎는 조치를 취하면서 수입물가가 폭등했다. 또 재정긴축을 위해 각종 보조금을 철폐하자 에너지, 교통비 역시 치솟았다.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 현지 교민은 “밀레이 대통령이 각종 보조금을 철폐하면서 주유소 기름값은 석 달 새 2배로 뛰었고, 지하철 요금도 올 초 110페소에서 최근 574페소로 5배 이상 올랐다”며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이 너무 극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아르헨티나 정부가 재정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는 소식을 두고 서민의 고통을 발판으로 한 성공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밀레이 정부의 흑자 전환 발표 다음 날인 지난 1월 1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이 2023년 12월 49.5%에서 2024년 1월 57.6%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가톨릭대학(UCA) 산하 아르헨티나 사회부채 관측소가 펴낸 ‘아르헨티나 21세기: 만성적 사회부채와 증가하는 불평등 전망과 도전’ 보고서에 따르면 빈곤율 상승은 지난 12월 극우 자유 경제 신봉자인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취임 후 시행된 현지화 평가절하가 식료품 가격과 물가 전반을 급등시켰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UCA 측은 아르헨티나 인구의 57.6%인 약 2천7백만 명이 가난하고, 이 중 15%는 극빈층에 해당한다며 여기에는 물가 급등 외에 가계 수입의 문제도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UCA 사회부채 관측소 아구스틴 살비아 이사는 "이는 2004년도에 기록한 54.8%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라며 "당시는 빈곤율 수치가 점차 낮아지면서 2001∼2002년 경제위기에서 탈피하는 단계에 나타난 수치지만 이번 수치는 정부의 경제 프로그램이 성공하지 못하면 (경제 붕괴에) 진입하는 단계에서 상승하는 수치라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면 안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사회적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밀레이 정권 취임 이후 가장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는 계층은 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않는 중산층과 일부 서민층이며, 정부 보조금을 받는 사회 취약층도 이를 비켜가진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투자 유치 통해 번영 되찾을 수 있을까

한편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54% 평가절하된 가운데 흑자 전환까지 성공한 만큼, 해외 자금 유입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밀레이는 취임하자마자 기존의 18개 부처를 9개로 축소했으며, 대선 유세 때 무분별한 정부 지출을 전기톱으로 싹 잘라내겠다고 공약했던 것처럼 전속력으로 톱날을 휘두르며 정부 재정 긴축을 시행에 옮겼다. 밀레이 대통령의 계획을 요약하면 강력한 정부의 예산 긴축으로 재정 균형화로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연 210%를 상회하는 물가를 안정시키며, 각종 경제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서 해외 투자를 유치해 아르헨티나의 '잃어버린 번영'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밀레이 정부는 페소를 평가절하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만성 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취임식에서 “재정·수출 쌍둥이 흑자를 자랑하던 전 정부는 오늘날 우리에게 국내총생산(GDP)의 17%에 달하는 쌍둥이 적자를 남겼다”며 “폐허처럼 변한 사랑하는 조국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래의 안정을 위해 막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 속, 아르헨티나가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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