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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안보조약 이후 60년만에 양국 안보 동맹 최대로 격상 내달 10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 통해 주일미군 개편 발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우려, 중국 견제 위한 조치로 해석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적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등 무력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 자위대 통합사령부 창설에 맞춰 주한미군사령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일본이 미국과의 공조를 확대하는 가운데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새로운 안보 협력을 선언한 한·미·일 3각 동맹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美 정부, 인·태사령부 산하 합동TF 창설해 주일미군 기능 강화
지난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요미우리신문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이 안보 동맹을 최대로 격상한다. 1960년 '미·일 상호 협력 및 안전 보장 조약' 체결 이후 60년 만의 조치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 간의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다음 달 10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주일미군사령부 개편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주일미군의 지휘·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일본은 올해 안에 육상·해상·항공 자위대를 총괄 지휘하는 통합작전사령부를 창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일미군의 규모는 5만4,000여 명으로 실제적인 부대 운영과 작전지휘권 등은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태사령부가 도쿄에서 6,200km 이상 떨어진 하와이에 위치하고 있어 자위대와의 조율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대(對)일본 지원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하와이에 주둔 중인 인·태사령부 소속의 태평양함대 산하에 새로운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창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후 TF 소속 미군을 주일미군으로 배치함으로써 주일미군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상세한 조건은 미·일 정상회담 이후 열리는 미·일 안전보장 협의위원회를 통해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양국 간 안보 동맹은 대만 충돌과 같은 위기 상황을 포함해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일간 군사 공조와 작전계획 수립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다음날 정상회담에서 주일미군과 자위대 간의 즉시 대응 태세가 구축된다면 그 자체로 중국과 북한에 보내는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미국과의 안보 동맹 활용해 외부 군사 위협에 대처"
미·일 안보동맹의 출발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패망한 일본을 부흥시킨 요시다 시게루 전 수상이 주창한 ‘요시다 독트린’에서 비롯됐다. 요시다 독트린이 제시한 안보 협력의 핵심은 미국에 의존해 스스로의 방위력은 최소한으로 하고 경제외교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후 일본의 방위정책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시대·상황적인 안보 정세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받으며 변화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미·일 안보체제를 활용해 외부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패전국으로서 타국에 위협을 주는 군사대국(軍事大國)화를 하지 않는다는 기본이념을 지키면서도 자국의 안보를 위해 미국을 절대적으로 이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다. 실제로 냉전시대가 종식되고 소련의 위협이 사라진 이후에도 미국과의 공조가 강화되고 있으며 우파든 좌파든 집권 정권의 성향과 상관없이 안보 정책에 있어 미국과의 협력을 우선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일본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는 충분하다. 지정학적으로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거점으로 간주돼 왔다. 일례로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국 해병대는 아시아 주요도시로부터 가까운 곳에 위치해 분쟁지역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다. 또한 중국, 북한, 러시아의 해양 진출을 봉쇄할 수 있는 기지로서도 활용 가치를 갖는다. 이 밖에도 중동으로 이어지는 해상안전로(Sea Lane) 확보, 첨단무기 공동개발 등 양국의 국익이 직접적으로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韓·美 동맹을 美·日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이런 가운데 이번 미·일 안보 동맹 격상을 계기로 지난 60여 년간 이어져 온 미·일 관계의 기조가 다시 한번 전환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일본 내부에서는 주일미군사령관을 현재 3성 장군에서 4성 장군으로 높여 권한을 강화하고, '오늘 밤이라도 싸운다(Fight Tonight)'는 구호를 강조하는 한·미연합사령부와 같이 즉각적 대응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다만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지휘 통제가 일원화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자위대와 주일미군의 지위계통을 분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2000년대 들어 미·일 동맹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은 확장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이라크 파병 등 자위대의 평화유지활동 범위를 확대했고, 2010년대 들어서는 중국의 부상으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영토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집단적 자위권’에 행사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어냈다. 이후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는 미군이 활동하는 전 세계 모든 지역의 ‘평화 유지, 해상 안보, 후방 병참 지원’ 등으로 확대됐다.
이같이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가 진전되는 상황은 한·미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 D.C.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이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공조를 이어갈 것을 공식화했다. 이와 함께 대만해협의 안정,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비롯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의 송환 등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미·일 3각 동맹의 탄생은 분명 중대한 안보 상황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미 동맹은 분명 미·일 동맹과 같은 수준에 있지 않다. 일례로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한 상황에서 휴전선 인근에 배치됐던 주한미군 대부분이 한강 이남으로 철수하면서 인계철선이 사실상 사라졌다. 더욱이 일본과 달리 한·미상호안보조약은 1953년 체결된 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이 채택한 기본원칙과 정신이 3국간 안보 동맹의 '새로운 시작이자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리한 가치 외교를 내세우기보다는 한·미 동맹을 미·일 동맹과 같은 반열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이고 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