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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회 국회도 여소야대,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동력 잃어
태영건설 워크아웃·지분 매각 등 산은 대내외 과제 산적
조직 개편 및 리모델링 단행한 부산 지점, 단순 '설레발'이었나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KDB산업은행(Korea Development Bank, 이하 산은) 부산 이전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산업은행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관련 안건에 대해 신중론을 강조했던 야당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탓이다. 본사 이전의 또 다른 걸림돌로 꼽히는 노조의 반발 역시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산은 이전, 또 '여소야대'에 막혔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해오던 산은 본점 부산 이전 방안이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임기가 다음 달 종료되는 가운데, 산은 개정안이 본회의에도 도달하지 못한 채 폐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법안을 재발의할 방침이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통과를 장담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앞서 정부는 산은의 필수 조직을 제외한 본사의 100%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운 공약으로, 2022년 5월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이후 정부는 산은의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발의된 산은법 개정안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 측은 이전 목적에 대한 실효성 논란, 산은 구성원 합의 부족 등을 반대의 근거로 내세웠다.
실제 다수의 산은 구성원은 부산 이전에 대해 반발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산은 퇴직자(정년퇴직·임금피크제 적용·무기계약직 제외)는 2022년 97명, 지난해 87명에 달한다. 민주당의 개정안 주요 반대 논거인 '내부 반발'이 지난해에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달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만큼, 산은법 개정안은 22회 국회에서도 이렇다 할 진전 없이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본사 이전이 중요한 때가 아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전'이 아니라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기업 구조조정 등 산은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산은은 주채권은행으로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재무 개선 작업)을 무사히 완수해야 한다. 최근 태영건설이 기업 개선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채권단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대주단 사이의 조율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이은 지분 매각 실패 역시 산은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산은은 최근 HMM 매각(지분율 29.2%)에 실패했다. 현재 산은이 보통주 전환을 앞둔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이 지연될수록 상황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분율이 상승하면 매각의 최대 걸림돌로 꼽혔던 '몸값' 역시 뛰어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새 주인을 찾지 못한 KDB생명도 산은이 떠안아야 할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 진행도 문제다. 각국의 규제당국이 합병 승인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며 투자 자금 회수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최근 프랑스 항공당국은 대한항공 측에 '티웨이항공의 프랑스 취항은 협정 위반'이라는 의견을 표명, 유럽연합(EU)이 내세운 합병 승인 조건을 불허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산은은 이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정책 자금 약 3조5,000억원을 투자한 뒤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이전 준비하던 부산 지점 어쩌나
각종 악재가 겹치며 본사 이전 여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꾸준히 이전을 위해 준비하던 산은 부산 지점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산은은 조직 개편을 통해 국내 지점 영업을 총괄하는 지역성장부문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부산 지점에 지역성장실과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설치한 바 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신설된 동남권투자금융센터가 부산 이전에 대비한 '선발대'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산은은 지난달 4건의 '부산 지점 건물환경 개선 공사' 입찰 공고를 게시하기도 했다. 부산 지점에서 건축·설비·전기·내부 장식 등 환경 개선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부가세를 포함한 공사비 예산은 14억4,463만원이다. 산은 측은 해당 공사가 건물 노후화에 따른 리모델링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부산 이전이 지연됨에 따라 산은이 선제적으로 부산 지점의 환경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문제는 본사 이전에 대한 노조 및 야당의 반발이 계속되며 이 같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산은 노조는 "부산 이전은 국내 금융산업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산업은행과 거래하던 기업은 혼란에 빠지고, 부산·울산·경상도 지역에 소재하는 부산·경남은행 등 지방은행, 산업은행의 수많은 지점이 '산업은행 본점'이란 메기 등장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