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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의 '선구제 후회수'에 대응하는 정부안 제시
기존 피해주택 매입 후 장기 임대 방식 유지
요건 완화해 물량 확대하고 재정 지원 강화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해 피해자에게 공공임대 방식으로 최장 20년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에 대응하는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최장 20년간 살던 집에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
27일 정부는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피해주택을 매입해 피해자에게 장기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 정부안은 야당이 고수해 온 선구제 후회수 방안 대신 실질적으로 피해자의 안정적인 주거를 지원하고 보증금 손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날 발표된 정부안을 살펴보면 LH가 피해주택을 정상가보다 낮은 낙찰가로 매입하면서 발생한 차익을 활용해 피해자가 추가적인 임대료 부담 없이 살던 집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경매 차익을 공공임대 보증금으로 전환해 월세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부도임대 주택을 처리할 때 적용한다.
피해자가 최초 10년간 거주한 뒤 계속 거주를 희망할 경우 무주택 요건을 확인해 시세 대비 50~70%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10년간 더 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초 10년에 추가 10년을 더해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임대료를 지원하고 남은 경매 차익은 피해자가 피해주택에서 퇴거할 때 지급해 보증금 손해를 최대한 도울 예정이다.
위반건축물·신탁사기 주택 등 매입 사각지대 해소
아울러 정부는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 각종 위반건축물과 신탁사기 주택 등의 요건을 완화해 매입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다가구주택은 피해자 전원이 동의할 경우 LH 등 공공이 경매에 참여해 매입하고 남은 경매 차익을 피해액 비율대로 안분해 보증금으로 돌려준다. 보증금을 전부 돌려줘야 하는 선순위 임차인이 거주 중인 피해주택에 한해서는 공공이 보증금을 인수하지 않는 조건으로 매입해 경매 차익으로 보증금 피해 회복을 지원한다.
더불어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되면 임대차계약이 종료되기 전이라도 임차권 등기 없이 기존 전세대출의 대환을 신청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기존 버팀목전세대출은 피해자 전용으로 대환하도록 지원한다. 금융당국은 보금자리론 지원 대상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추가하고 디딤돌대출의 경우 최우선변제금 공제 없이 경락자금의 100%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개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반환하지 않는 등 악성 임대인 명단은 최대한 공개하고 빌라 계약을 앞둔 임차인은 임대인 동의 없이도 확정일자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야당의 추진하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주택도시기금의 막대한 손실을 일으켜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은 민생 현안인 만큼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신속히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에서 이번 정부안을 중심으로 여·야와 긴밀히 협의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주택 매입 사례 단 1건, 절반은 '매입 불가'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매입 확대 방안을 두고 실효성과 적시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전세사기특별법' 시행 1년이 다 돼가지만, LH의 피해주택 매입 실적은 단 1채에 그쳤다. LH는 피해주택 매입과 관련한 사전협의 신청을 받으면 해당 주택의 권리분석, 실태조사를 한 뒤 매입 가능 여부를 통보한다. 매입 가능 통보를 받은 피해자가 주택 매입을 요청하면 LH가 경·공매에 참여해 주택을 낙찰받은 뒤 피해자와 매입한 임대주택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 매입 신청을 한 주택의 과반이 ‘매입 불가’를 통보받았고, 매입을 추진한 사례 가운데 LH가 경·공매에서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낙찰받은 피해주택도 1가구에 불과해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해당 피해주택은 인천 미추홀구 소재 주택으로 지난 1월 LH가 낙찰받아 매각 대금 납부와 소유권 이전 절차를 진행했다. 이마저도 특별법 시행 8개월여 만에 첫 매입 사례다.
국토부는 제도 시행 당시 근생 빌라 등 위반 건축물이나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 전원으로부터 우선매수권 양도 동의를 얻지 못한 다가구 주택, 경·공매 완료 이후에도 소멸하지 않는 권리가 있는 주택 등을 매입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지난해 말 다가구 주택의 경우 임차인 전원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후순위 임차인들이 뜻을 모으면 LH가 매입 임대주택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매입 요건을 완화했다.
공공 매입 확대도 장기적으론 국가 재정에 부담
피해주택 공공 매입은 가장 시급한 주거 안정의 문제를 해소하고 거주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사적 금융의 영역인 전세 계약으로 인해 사인 간에 발생한 채무를 공적 재원으로 직접 변제하는 야당의 선구제 후회수안 보다는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공공 매입 역시 국가의 재정 부담을 야기한다는 측면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공공이 매입할 경우 보증금 보전 효과는 있겠지만 악성 임대인 대신 공적 재원을 투입해 모든 피해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전세사기 피해가 확대될 경우 국가재정에도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결국 국민의 세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28일 오후 5시경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재석 의원 170명 찬성 170명으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물론 정부도 피해자 지원의 형평성 문제 및 사회적 공감대 등을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 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