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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 분할·권고사직에 노사 갈등 심화, 엔씨소프트 노사관계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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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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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노사 갈등 확대 조짐, 노측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달라"
리니지 IP 영향력 약화에 기업 실적↓, 결국 권고사직 통보하기도
노조 활동에 게임·IT업계 이목 집중, '노조 무풍지대' 해소 계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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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와 노사 간 갈등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측이 소통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노측이 가까운 시일 내 단체행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면서다. 업계에선 엔씨소프트 노조의 단체행동으로 게임업계 노조 무풍지대가 본격적으로 해소될 수 있으리란 전망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불안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조의 행보가 심화할 경우 실적 개선을 위한 회사의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단 것이다.

엔씨소프트 노조 '단체행동' 예고

27일 엔씨소프트 노조 관계자는 "현재 준비 중인 단체행동으로 참여 조합원 규모, 일정 등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조만간 상세히 설명할 수 있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노조에선 성명문 발표를 시작으로 현수막 설치까지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고 최종적으로 파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임을 공식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단체행동의 명분은 소통이다. 이는 노조가 이달 초 발표한 조직개편 반대 성명문에도 나타난다. 노조는 해당 성명문에서 "지난달 리더 설명회를 진행한다면서 실장과 CC장만 모아놓고 질문을 받더니 노조의 공문에는 회신이 없었다"며 "일방적인 분사와 인원 감축 계획을 중단하고 직원들과 소통하라"고 일갈한 바 있다. 노조의 근본적인 요구는 "분사 이후 근로환경 등에 대한 회사의 의견을 조합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소통해달라"는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분사를 진행하면서 근로환경 및 고용이 불안정해졌단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이사회를 통해 QA(품질 보증) 서비스 사업,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 등 2개 사업 부문의 물적 분할을 결정한 바 있다. 각 사업 부문별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전문화된 영역에 역량을 집중해 사업 고도화를 실현하겠단 취지에서다. 해당 기업 분할은 각 신설 회사 발행주식의 100%를 분할존속회사인 엔씨소프트가 배정받는 단순 ·물적분할 방식이다. 분할 후 엔씨소프는 상장법인으로 존속하며 두 신설회사는 비상장법인이 된다.

문제는 기업 분할 과정에서 직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단 점이다. 신설 법인으로 전환 배치될 경우 근로계약이 변경돼 처우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의 승계가 불투명해 향후 정리해고가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엔씨 노조 '우주정복'은 성명을 통해 "고용불안 위기감 조장을 중단하고 일방적인 분사 계획을 철회하라"며 엔씨소프트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직원을 단순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효율화, 투명화 그리고 책임감을 높인다면서 기존에 있던 업무를 없애고 알아서 업무를 찾아내라는 지시 사항은 해고 목적으로 하는 분사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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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택진,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사진=엔씨소프트

권고사직 통보에 노사관계 악화

이에 앞선 권고사직 통보도 노사관계 악화의 계기가 됐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엔씨소프트는 비개발·지원 부서에 소속된 직원을 중심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엔씨소프트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엔씨소프트의 총직원 수는 5,023명이며, 직군별로는 게임 개발 관련 연구개발직이 3,591명, 사업·경영관리직이 1,107명, IT·플랫폼 직군이 325명이다. 사측에서 인원 감축 규모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낸 바는 없지만, 업계는 전체 인력의 약 5% 이상이 감축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권고사직을 단행하면서 노사 갈등의 불씨는 점차 커졌다. 노조 측은 지난 4월 25일 전사 메일로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를 향해 “지금 당장 권고사직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은 한결같이 시장 변화로 힘들고 업계 전반이 어렵다고만 하지, 자아 성찰의 모습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며 “회사는 직원들을 수술대 위로 올리고 있지만, 우리는 어떤 설명도 들은 바 없다”고 역설했다.

노조 측은 또 "동종 업계 동일 규모 대비 몇 배나 많은 임원, 직원과의 연봉 격차 1위로 자주 기사가 나오는 김택진 대표, 그리고 김 대표의 보상을 지금까지 결정한 박병무 대표는 성과만큼 보상받고 있는 게 맞느냐”고 역설하기도 했다. 경영진의 태도를 질타하는 의견을 내놓은 셈이지만, 엔씨소프트 측은 별다른 대응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노조 측의 반발에 대책을 강구하겠단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노조 측이 거듭 엔씨소프트의 소통을 지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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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게임 '쓰론앤리버티'/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노사 갈등, 게임업계 노조 향방에 분수령 되나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이번 엔씨소프트 노사 갈등의 향방이 향후 게임업계 전반의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게임업계, IT업계는 '노조 무풍지대'란 인식이 강했다. 노조 설립이 제대로 이뤄진 바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상황이 바뀌었다. 넥슨에 노조가 설립된 이후로 스마일게이트·엑스엘게임즈·웹젠·엔씨소프트·NHN·넷마블 등 게임업계와 판교, 서울 구로에까지 노조가 설립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노조 활동이 초창기인 만큼 큰 움직임이 일어난 바는 거의 없으나, 이번에 엔씨소프트 사태에서 노조가 일정한 성과를 내는 데 성공하면 여타 노조들도 보다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22년 게임 이용자를 중심으로 트럭 시위 파동이 일어난 것처럼, 이번엔 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업계 전반에 단체활동 파동이 일어날 수 있단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엔씨소프트 노조가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거란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사측에서 경영 효율화에 대한 소통을 이미 충분히 했단 시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연초 미디어 간담회를 시작으로 지난달 전 직원 대상 온·오프라인 설명회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까지 잇단 공식 석상에서 인력 감축에 나서는 배경과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왔다"고 강조했다.

실제 박 공동대표는 가장 최근 있었던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지속적인 매출과 이익 증가를 위해 회사는 매출, 비용, 자원분배, 주가관리 등 크게 4가지 방향에서 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며 "비용 부문에서 5월 중 권고사직을 단행하고 연내 분사 등으로 4,000명 중반으로 인원을 줄여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든 인력을 동결하고 많은 부분을 아웃소싱으로 기능을 확충할 것"이라며 "경영 효율화와 비용 효율화는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경영 방향성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위기 상황에 놓인 엔씨소프트 입장에선 권고사직 등을 발 빠르게 단행하는 거야말로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 아니냔 의견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979억원, 257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영업이익은 68% 줄어든 수준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0% 줄어 571억원에 그쳤다. 그간 엔씨소프트의 실적을 견인해 온 '리니지' IP 게임의 매출이 감소한 데다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마저 흥행이 저조했던 탓이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의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월 엔씨소프트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영업 변동성이 커졌단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회사와 척을 지고 있는 노조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엔씨소프트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조직은 좀처럼 바뀌려고 하지 않고 설령 바뀌어 나간다고 해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데 엔씨소프트는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그 방향성을 공유해 왔다"고 강조했다. 사측에서도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을 뿐임을 감안해야 한단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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