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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부동산 가격 폭락, 결국 정책적 띄워주기 실패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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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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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아파트 가격 4년 사이 반토막
공무원들도 서울에 집 사려는 분위기
약속했던 정책 지원들 취소·연기 영향
"행정타운으로 전락" 우려 목소리↑
서울 중심 가속화에 밀릴 수 있단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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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가락마을 6·7단지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 투시도/사진=중흥건설

세종시 집값이 2022년 말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낙폭이 확대된 탓에 일부 거래의 경우는 2020~2022년 최고가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한때 전국에서 집값 낙폭이 가장 가팔랐던 세종시가 쏟아지는 공급 물량으로 인해 끝모를 하락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정부가 지은 도시, 부동산 거품 빠지나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고운동 '가락20단지베르디움' 전용 84㎡는 지난 1일 3억7,000만원(18층)에 팔렸다. 이전 최고가는 2020년 12월 기록한 7억원(11층)으로, 최고가 대비 절반 수준까지 내려온 셈이다. 관계자들은 세종시에 약속했던 각종 정책들이 대부분 무위로 돌아가면서 야기된 현상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 세종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세종시 공무원들이나 정부출연기관 연구원들이 주로 모여 사는 고운동, 아름동, 종촌동 일대의 아파트들은 지난 2020년만 해도 '이사오기를 잘했다'는 평이 나올 만큼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인상됐던 곳이다. 이후 2022년 들어 서울 강남 일대의 집값도 함께 뛰면서 '잘했다'는 목소리가 사그라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입주가격 대비 2배 이상 오른 곳들이 많아, 정부도 세종시 이전이 성공적이었다 자화자찬할 때 부동산 가격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하지만 돌연 세종시 부동산에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고운동 '가락7단지프라디움' 전용 84㎡의 경우, 이달 1일 4억4,900만원(7층)에 거래됐다. 인근 20단지 베르디움과 마찬가지로 최고가였던 2020년 12월 8억5,000만원(15층)의 절반 수준이다. 인근 종촌동 '가재마을5단지세종엠코타운' 전용 84㎡는 지난 5일 5억원(3층)에 거래됐는데 이 역시 2020년 11월 8억3,800만원(23층)에서 반토막 났다. 아름동 '범지기12단지에코타운' 전용 84㎡는 지난달 5억3,000만원(7층)에 팔렸다. 이전 최고가는 2020년 11월 10억5,000만원(16층)이다. 인근 아파트들이 채 4년도 되지 않아 집값이 절반으로 내려온 셈이다. 사실상 초기 분양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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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 전경/사진=세종특별자치시

국회 이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 지지부진에 시장 기대감도 급감

세종시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은 기대를 모았던 국회의사당 이전, 대통령 집무실 설치 등 주요 정책 약속들이 연기되거나 사실상 무산되면서 부동산 시장 전체에 활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앞서 인근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의 2배까지 뛰던 지난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정치권에서는 국회 전체가 세종시로 내려가야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2020년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세종시 천도론을 꺼내기도 했고, 문재인 정부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논의했다.

그러나 기대감이 빠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2020년 초에 세종시로 이사를 결정했던 한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은 "주말마다 서울로 이동하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고, 세종시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빠르게 뛰고 있어서 이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집값이 폭락하자 세종시 이사를 결정했던 이들은 우울한 분위기다. 2022년에 떨어진 가격에 '줍줍했었다'고 밝힌 한 사무관도 "줍줍보다 더 떨어진 상황"이라며 최근 들어 공무원 인기가 급감하는 것과 더불어 세종시 전체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관계자들은 세종시 집값 약세가 장기화 될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 2022년부터 약세장이 뚜렸해 졌던 만큼 미국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국내 금리가 동반 인하되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으나, 서울에서 '똘똘한 한 채'를 갖겠다는 수요가 다시 커진 만큼, 세종시로 발길을 돌리게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2021년, 2022년 세종시는 전국 아파트 가격 낙폭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팔린 것이 다행인 수준, 공무원 인기 저하도 원인 중 하나

이렇다 보니 최근 세종시 부동산 관계자들은 절반 가격에라도 팔리는 것이 다행인 수준이라고 씁쓸해한다. 수요가 사실상 끊긴 상태기 때문에 구매자가 나타나는 일이 드문 데다, 매물도 대부분은 급매물이라는 것이다.

행시 출신 사무관들은 세종시 부동산 가격 폭락의 원인 중 하나로 공무원 인기 저하를 꼽기도 한다. 과거 S대 최상위권 인재 인증, 출세의 상징 같은 역할을 했던 행정고시가 최근 들어서는 로스쿨 진학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점과 MZ세대 사무관들이 서울 거주를 위해서 세종시를 기피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행시 합격자 평균 연령이 30대에 진입했을 만큼 인구 감소가 빠르게 가시화 되고 있는 점도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거론된다. 공무원 기피, 인구 감소 등의 복합적인 요인을 감안하면 세종시의 아파트 가격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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