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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북부 철도 부지, 전시·호텔·판매·업무 복합단지로 탈바꿈한다
사업성 부족 문제 지적돼 온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올해도 지연 가능성
7,400억원 자금 조달했지만, 공사비 인상 등 본질적인 문제 여전
서울역 북부 철도 부지를 개발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서울시는 낙후돼 있던 부지를 전시·호텔·판매·업무 복합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해 강서구 화곡역 일대와 중랑구 사가정역 일대의 지구중심기능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서울시와 건설사 측은 2028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겠단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근 10년간 이어져 온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의 고난사가 올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철도사업 대부분이 사업성 부족 등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본격화
11일 서울시는 제10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의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안을 원안 가결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의 핵심은 서울의 관문이자 국가중앙역인 서울역 일대 공간 대개조다. 주요 내용으로는 ▲서울역광장 간 연결브릿지의 규모와 선형 변경 ▲시민개방공간인 최상층 전망대 위치 조정 ▲국제회의시설에 전시장용도 추가 등이다.
화곡역 지구중심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변경)안과 면목지구중심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도 수정가결했다. 화곡역 일대 지구중심은 지난 2015년 강서 미라클메디특구로 지정된 바 있으며, 오는 2031년 광역철도 대장홍대선이 준공되면 환승역세권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서울시는 화곡역 역세권 통합관리를 위해 역세권 범위까지 지구단위계획구역을 확대하고 역세권 중심기능 강화를 위해 상업지역 및 준주거지역 일대를 의료관광기능 권장용도로 계획했다. 선가로변은 주거복합건축물 외 주거용도를 불허용도로 결정하고 간선변 주거지역 일부엔 오피스텔을 제외한 업무시설에 대한 용도 완화 계획을 수립했다.
주차난 해소 방안도 포함됐다. 주거기능 도입 시 소형 주택에 대한 도입 비율을 제한해 의무 확보 법정 주차대수를 강화하고 '서울시 부설주차장 공공개방사업'과 연계해 부설주차장을 추가 설치, 일반에 개방할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역세권 환승 편의를 높이기 위해 간선변 버스정류장 일대 공개공지 조성을 유도하며 보도 확보가 어려운 협소한 도로변은 벽면한계선을 결정해 추가 보행공간을 확보하도록 했다.
면목지구중심 지구단위계획 대상지는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 일대 지역이다. 이곳은 사가정로를 중심으로 서측으로는 청량리·왕십리와 연계되고 동측으로는 용마터널이 근접하고 있어 경기 동부지역과 연계되는 주요 교통 거점으로 꼽힌다. 이번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지난 2016년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 이후의 주변 및 대상지에 대한 개발 현황과 여건 변화 등을 반영해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하는 게 골자다.
서울시는 사가정역 역세권 일대를 특별계획구역 및 특별계획가능구역으로 신설해 역세권 통합개발 유도 및 주요 보행축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 사가정로 남측 특별계획가능구역 2개소에 대해선 향후 개발 시 면목로에 접하는 부지의 일부를 도로로 공공기여 하도록 계획했다. 이를 통해 상습 정체 구간인 면목로의 교통 여건 완화 및 지구 중심성 강화 등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사업성 부족에 사업 지연 '고난사', 우협 선정에 잡음 일기도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은 지난 2008년 처음 계획됐다. 낙후돼 있던 서울역 북부지역에 35층 규모의 국제 컨벤션 센터를 건립해 부지 활용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사업을 맡았던 한화그룹과 한국철도공사가 손을 떼기로 하면서 무기한 보류됐다. 지난 2014년엔 코레일이 한화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한 뒤 협상을 진행했으나 역시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무산됐다.
2019년엔 사업 우협 선정 과정에 잡음이 발생하면서 소송으로 비화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해 4월 코레일은 공개입찰에서 최고 입찰가를 낸 메리츠컨소시엄을 우협으로 선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4월 말 우협 발표 없이 평가 기간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갑작스럽게 발송했다.
이후 코레일은 5월 메리츠컨소시엄에 출자자 구성에 대한 금융위원회 승인을 요구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분리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의결권 주식 20% 이상을 소유하려면 금융위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메리츠컨소시엄은 메리츠종금 증권(지분율 35%)과 메리츠화재(10%) 등 메리츠 금융그룹 측 출자 비중이 45%다. 금산분리법을 들어 메리츠컨소시엄의 사업자 선정에 제동을 건 것이다.
문제는 당시 메리츠컨소시엄 입장에선 금융위 승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단 점이다. 공모 지침서에 따르면 우협 지정 이후 업추진협약 체결을 위해 60일간 협상해 협약을 체결하고 협약이 체결되면 사업신청자는 사업시행자의 지위에서 3개월 이내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게 돼 있다. 결국 코레일은 우협 선정을 하지도 않은 시점에 이후의 절차를 요구한 것이다. 우협으로 선정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지분을 조정할 수 있음에도 입찰 단계에서부터 금산분리 관련 승인을 요청하는 건 무리수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본질적인 사업성 부족 문제, 관계기관의 허술한 대처 등이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고난사를 만들어 온 셈이다.
낮은 공사비에 지지부진한 철도사업, 북부역세권도 영향받나
올해도 사업 진행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브릿지론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금리 상승, 미분양 확산으로 인한 시행·시공사 리스크 확대, 공사비 인상 등 각종 악재에 건설 경기가 침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향후 자재 수급이나 공사비 협상 등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사업이 재차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위례신사선 등 철도사업 대부분이 낮은 공사비와 사업성 부족 등에 사업 지연을 겪으면서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마저 지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다. 앞서 지난 8일 위례신사선 우협 GS건설컨소시엄은 "서울시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위례신사선 사업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위례신사선 민간투자사업 공사비를 최초 총사업비 1조4,847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약 18% 증액하겠다고 밝혔지만, 건설사들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공사비 상승 폭이 크다 보니 1조7,000억원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교통 개선 공약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관심을 받은 서부선과 강북횡단선 등도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부선(새절역~서울대입구역)의 경우 서울시와 민간투자회사인 두산건설컨소시엄이 공사비 인상분 차액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강북횡단선(목동역~청량리역)은 지난달 5일 기획재정부 제4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예비타당성조사 심의에서 탈락했다. 산악 구간 등을 통과하는 노선 특성상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반면 수요는 적게 예측돼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철도 사업 대부분이 공사비가 낮게 책정돼 건설사들이 나서기 쉽지 않다"며 "그나마 위례신사선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좋은 편에 속하지만, 이마저도 넉넉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전했다.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의 우협으로 선정된 한화컨소시엄 측은 한화그룹 계열사의 지원을 바탕으로 사업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단 입장이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공사 착공 계획이 '2024년 상반기'에서 '2024년 하반기'로 이미 한 차례 미뤄진 바 있기 때문이다. 연내 착공, 2028년 준공 등 기본 계획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도 확률에 걸어야 할 상황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