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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연은 총재 "금리 인하 늦으면 '황금 경로' 잃어"
노동시장 악화 피하기 위해선 금리 인하 서둘러야
한은 “너무 늦은 전환 시 수출·내수 간 차별화 등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Austan Goolsbee)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조만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금리 인하 시기를 너무 오래 늦출 경우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경고다.
굴스비 총재 "곧 금리 낮춰야"
18일(현지시간) 굴스비 총재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곧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으면 실업률이 크게 상승하지 않고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황금 경로’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굴스비 총재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지난 몇 달 경제 지표 개선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2%의 목표치로 낮출 수 있는 경로에 올라섰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확실히 우려되는 분야"라고 지적하며 물가 압력이 완화되는 동안 금리를 높은 수준에 유지했기 때문에 “이는 통화정책이 상당히 긴축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준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차감한 실질 금리를 보더라도 그렇다”며 “이는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경제 과열 우려가 있다면 제약적이어야 하지만 지금 경제는 과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동시장이 우려되는 부분이자 계속 주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경고하면서도 아직까지는 “더 나은 균형의 위치”로 냉각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계속 악화되지 않고 안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굴스비 총재는 연준이 언제 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일부 고위 관리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며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30~31일 열리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8회 연속 기준금리를 5.25~5.50%에 동결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으며 9월을 시작으로 최소 2회 금리를 낮출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
금리 인상 파급 시차 축소, 금리 인하로 내수 진작 기대
국내 전문가들도 통화정책을 다룰 때 정책의 파급 시차가 8분기에서 4분기로 단축된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영경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3월 연준의 통화정책을 분석한 결과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방향 예고), 대차대조표 정책 등을 함께 시행하면서 파급시차가 짧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한국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짚으며 이 같이 말했다.
한은 경제모형실 분석에 따르면 금리 변경 후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파급 시차가 약 10년 전에는 각각 5분기, 8분기였으나 최근엔 모두 4분기로 축소됐다. 한은이 작년 1월 금리를 3.5%로 인상한 이후 1년 넘게 금리를 동결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3.5% 금리가 성장, 물가에 충분히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서 전 위원은 “IMF(국제통화기금)의 논의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보면 그동안 환율 변동 용인, 금융 심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확대 등에 힘입어 금리정책의 파급시차가 단축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이런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IMF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변화는 금융 및 외환시장, 기대 변화 등을 통해 시차를 두고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데 국가별 경제 구조, 시장 상황, 경기 여건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서 전 위원은 산업, 고용 등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성장과 물가 등 거시경제변수를 중시해 왔으나 이제는 산업과 고용 등 미시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과 노동시장의 구조변화는 단기시계에서의 통화정책 대응을 넘어서 중립금리 변화 등을 통해 통화정책의 장기 경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기적 요인뿐만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와 같은 구조적 요인에 대한 이해도 통화정책의 정도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대차대조표(B/S) 정책과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활용도 필요하다고 봤다. 서 전 위원은 “전통적으로 신흥시장국에서는 선진국과 달리 기준금리가 제로하한(ZLB)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B/S 정책의 활용도가 크지 않았지만 이번 위기 과정에서는 한은은 대차대조표의 자산과 부채 구성을 변화시킴으로써 시장조성자, 최종대부자, 선별적 신용지원 등과 같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차이는) 시장의 장기채권을 매입하면서 한편으로 보면은 양적 완화일 수도 있지만 벤 버냉키(전 연준 의장)가 말한 대로 장기시장금리를 조절을 하는 정책이었는데 우리나라의 대차대조표 정책도 장기 시장금리를 어느 정도 관리한다는 면에서는 일맥상통한다”며 “그러나 일단 우리나라는 제로금리가 아니기 때문에 한정된 전체 유동성을 빨아들이면서, 총량을 관리하고 미국은 무차별적으로 장기채권을 매입해 시장 금리를 인하시켰지만 유동성 경색이 심하게 나타난 부분들을 타깃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부연했다. 이와 더불어 서 전 위원은 △유연한 정책대응 필요 △통화정책에 있어 금융안정도 적극 고려 △환율의 대외충격 흡수기능 확대 △통화정책의 커뮤니케이션 강화도 앞으로의 과제로 제시했다.
금리 인하 시점 늦춰지면 '내수 부진·금융 불안' 확대할 수도
기준 금리를 너무 늦게 내릴 경우 우려되는 부분은 수출·내수 간 차별화 심화, 금융시장 불안 리스크 증대 등이다. 한은이 발간한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 보고서에서 분석한 국내 경기 상황을 보면 내수는 1분기 중 반등한 소비와 건설투자가 2분기 이후 조정받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수출은 글로벌 IT 경기 등 대외요인의 영향으로 호조가 나타나고 있다.
내수가 부진한 이유로는 고물가와 금리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 긴축 기조가 지속될 경우 이 같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수출과 내수의 차별화가 확대되면 예상치 못한 대외 충격이 발생했을 때 취약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수출이 외부요인에 의해 급감할 때 내수가 버텨줘야 하는데 현재의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 경기가 크게 침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 시장의 부실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통화긴축 기조 지속이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측면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PF 부실 확대로 금융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긴축이 장기화할수록 부실 위험이 커지고,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정책기조를 너무 일찍 전환할 경우엔 물가 상승률의 둔화속도가 느려지고, 늦게 전환하면 내수 회복세 약화, 연체율 상승 등 시장 불안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양 측면의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