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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밀크플레이션' 오나, 유업체·낙농가 간 우윳값 협상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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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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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새 가격 적용, 협상 시한 얼마 남지 않아
낙농가 "생산비 올라가 원유 가격 인상 불가피해"
유업계 "가격 인상에 소비 줄어 올해는 동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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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업계와 유(乳)업계가 올해 우유 원유 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두 달 가까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원유 가격은 매년 낙농가와 유업계 인사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흰 우유를 생산하는 유업계는 올해 원유 가격 동결을 요구하는 반면 농가 상황과 흰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는 상황을 고려해 올해도 원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낙농가 입장이다.

농림부, 생산비 증가분의 최대 60% 반영 권고

25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올해 원유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 6월 1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소위원회 회의를 진행했다. 오는 8월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원유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으로 6월 첫 회의 이후 매주 두 차례씩 회의를 열고 있는 낙농진흥회는 협상 시한이 임박했음에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26일과 30일 두 차례 더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협상 주체인 낙농가는 생산 원가 상승에 따른 인상을 요구하고, 원유를 가공해 판매하는 유업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낙농가의 우유 생산비는 리터당 약 1,003원으로 2022년 959원과 비교해 4.6% 증가했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부터 제도를 개편해 원유 가격에 시장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면서 낙농가의 주장대로 늘어난 생산비를 모두 음용유 가격에 모두 반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음용유 사용량이 전년 대비 2% 감소한 점을 고려해 생산비 상승분인 리터당 44원의 0~60%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권고했다. 양측이 정부가 제시한 권고안을 수용할 경우 현재 리터 당 1,084원에서 최대 1,110원으로 인상된다. 만약 남은 두 차례 협상에서도 양측이 의견을 모으지 못하면 원유 가격은 현재와 동일한 리터당 1,084원으로 유지되고 해당 가격은 다음 달 1일부터 바로 반영한다.

지난해 우유 소비자물가지수 10% 가까이 올라

반면 유업계는 지난해 한 차례 원유 가격이 인상되며 음용유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추가 인상 시 소비량 감소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며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흰 우유와 발효유 등 신선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 가격이 리터당 88원 인상됐다. 치즈, 연유, 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 가격은 리터당 87원 올랐다. 지난 2013년 원유 가격 연동제를 도입한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으로 리터당 2,700~2,800원 수준이던 흰 우유의 소비자 가격은 3,400원 수준으로 올랐다. 이어 원유가 들어가는 여가공식품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며 밀크플레이션이 현실화했다. 가장 먼저 아이스크림 가격이 올랐다. 지난해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은 일부 제품의 대형마트 출고 가격을 300~500원 인상했다. 이후 과자와 제빵 가격이 인상됐고 커피 전문점에서 우유가 들어가는 메뉴의 가격도 조정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으로 전년 대비 9.9%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기록한 19.1% 이후 1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으로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3.6%와 비교해 무려 2.8배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우유 물가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6월 우유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116.56 대비 5.9% 오른 123.49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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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유튜브

저렴한 멸균우유 수입 급증, 장기 보존도 장점

국내산 우유의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수입산 멸균우유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뜨거워지고 있다. 멸균우유는 130~150℃에서 2~5초간 가열하는 초고온 초고압 순간살균법으로 처리해 우유에 함유된 세균의 포자까지 100% 사멸시킨 제품을 말한다. 올해 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전년 대비 18.9% 증가한 약 3만7,000톤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9배나 증가한 수치다.

멸균우유 수입량은 올해 특히 증가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멸균우유 수입량은 2만6,699톤으로 지난해 상반기 1만8,379톤과 비교해 45% 늘어났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멸균우유의 수입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저렴한 가격이 꼽힌다. 실제로 수입산 멸균우유는 국산보다 리터당 500원~1,500원가량 저렴하다. 지난 2월 한 대형마트에서는 폴란드산 멸균우유 1리터를 국내 흰 우유보다 20% 이상 저렴한 1,900원에 판매했다.

수입산 멸균우유의 유통기한도 보통 1년으로 길며, 실온 보관도 가능하다. 반면 국내 멸균우유와 신선우유의 유통기한은 각각 12주, 11~14일이다. 유익균까지 사멸시켜 영양학적 가치가 떨어진다거나 방부제가 들어갔다는 잘못된 인식이 바로잡힌 것도 수요 증가를 견인했다. 이제는 멸균우유가 유럽과 미국에서는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대중적인 제품이라는 점과 영양소 파괴 없이 미생물을 고온 처리해 오히려 안전한 제품이라는 평가가 확산하고 있다.

낙농업계, 사료 가격 등 생산비 급등에 폐업 속출

이에 유업계는 국산 흰 우유와 수입산 멸균우유를 가격으로만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토로한다. 국내 품질 기준 자체가 수입산 멸균우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가격 오름세는 수입산 멸균우유도 가파르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국내 낙농가 생존을 위해 유업체별 정해진 쿼터를 소화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수입산 멸균우유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경우 유업체는 물론 낙농가까지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늘어나는 멸균우유 소비량에 비해 국내 제조사의 우유 판매량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링크에 따르면 주요 제조사의 우유 소매점 총매출은 △2020년 2조4,652억원 △2021년 2조1,841억원 △2022년 2조1,766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우유 및 유제품 소비량과 1인당 원유 소비량은 각각 전년 대비 4.4%, 2.1% 감소했다. 저출산 등으로 유제품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제품 가격이 지속해서 오른 여파가 국내산 우유의 소비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낙농가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하다. 흰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대체재인 멸균우유의 수입 확대, 생산비 증가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유 생산비가 급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유 생산비는 전년 대비 13.7% 상승한 리터당 958.71원으로 집계됐다. 생산비 증가분의 84%는 사료비와 부산물 수입이 차지했다.

2022년 기준 젖소용 배합사료의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2.9% 상승했다. 1주일령 젖소 수송아지 산지 가격은 68.5% 하락했고 젖소 1마리당 순수익은 전년 대비 37.2% 감소한 152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낙농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50마리 미만의 '소규모 농가'의 경우, 1마리당 순수익이 1,000원으로 사실상 영업이익이 0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99.9% 감소한 수치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감소분이 109만3,000원에 이른다.

생산비 증가에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22년 낙농진흥회와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2020년 이후 2년간 폐업한 낙농가 수는 300여 호에 달한다. 소규모 농가 중심으로 폐업이 이어지면서 낙농 생산 기반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젖소사육두수는 39만 두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고 원유 생산량은 197만7,000톤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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