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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투업으로 번진 티메프 사태' 크로스파이낸스, 600억 규모 선정산대출 상환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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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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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낸스, 수백억 규모 상환지연 발생 공지
대출 갚아야 할 PG사 루멘페이먼츠, '지급불능' 영향
금감원 현장검사 돌입, 매출채권 활용한 상품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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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투자연계금융(온투·P2P)업체인 크로스파이낸스에서 수백억원대의 선정산대출 상환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그간 크로스파이낸스는 소상공인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연계대출을 실행했는데, 이 돈을 상환해야 할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인 루멘페이먼츠가 갚지 못하며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PG업계와 온투업계로까지 전이되는 모습이다.

크로스파이낸스, 600억대 리스크 발생

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오전 크로스파이낸스로부터 선정산대출 상환 지연을 보고받고 해당 사태를 점검하고 있다. 6일 기준 크로스파이낸스 대출 잔액은 809억4,752만원에 달하며, 상환이 지연된 규모는 약 6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크로스파이낸스의 보고를 받은 뒤 해당 사태의 세부 사항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크로스파이낸스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연계대출을 실행하는 온투업체다. 온투업은 인터넷을 통해 투자자와 대출 희망자를 이어주는 서비스로, 대출을 받고자 하는 차주의 상환 능력에 따라 책정한 대출조건을 온라인을 통해 다수의 개인투자자와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법제화가 되기 전에는 P2P로 불렸다. 대출을 원하는 차주는 온투업체를 통해 1금융권보다는 높지만 2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온투업체들은 1금융과 2금융 사이 '1.5금융'을 포인트로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투자자의 경우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매력이 높은 투자처로 꼽힌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연계대출 상품은 가맹점의 카드매출 선정산을 위한 대출이다. 해당 상품은 온투업체가 가맹점 카드매출권을 담보로 선정산업체에 대출을 내주면 선정산업체가 이를 소상공인 등 가맹점에 빌려주는 구조다. 온투업체는 선정산 업체가 대출을 신청하면 PG사의 가맹점 카드매출 정산금액을 확인하고 돈을 빌려주며, 대출 상환은 PG사가 한다.

그런데 루멘페이먼츠가 이 돈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상환 지연 30일이 지나면 연체로 분류되는데 연체가 길어지면 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은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PG사의 상환 지연이 길어질수록 투자자들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할 위험도 커진다. 현재 크로스파이낸스의 선정산 연계대출 상품의 90% 이상은 루멘페이먼츠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크로스파이낸스는 분납 상환을 하겠다는 루멘페이먼츠의 의사를 전달받았음에도 추가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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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루멘페인먼츠

다른 대출과도 연관돼 파장 우려

온투업계는 루멘페인먼츠로 촉발된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루멘페인먼츠가 크로스파이낸스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과도 선정산대출 관련 대출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아울러 온투업계 내에서는 루멘페이먼츠의 정산금 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루멘페이먼츠 측은 크로스파이낸스에 정산금 상환 지연에 대해 “정산금 상환에 차질이 생긴 후 정상적인 상환을 위해 사업 운용 자금까지 끌어다 썼지만 결국 돈이 메말라 정산 지연이 발생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PG사가 정산 기일 동안 보유하는 정산금을 용도 외 목적으로 쓰더라도 이를 제지할 제도가 없다. 정산금을 별도 보관해야 하는 의무는 결제대금예치(에스크로)업에만 해당한다. 루멘페이먼츠의 경우 PG업만 등록했기 때문에 정산금을 분리해 관리하지 않았더라도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는다.

현재 업계는 큐텐이 미국의 이커머스 기업 위시를 인수하는 데 티몬·위메프의 PG업 정산금을 쓴 것과 맥락이 같다고 보고 있다. 온투업계 고위 관계자는 “루멘페이먼츠가 정산금을 유용해 이러한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루멘페이먼츠가 정산금 관리를 엄격하게 했다면 이러한 지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고에 병든 온투업, 도산 우려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가뜩이나 고금리 영향으로 위기에 몰린 온투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온투업계는 연체율 악화와 대출 축소 등 이중고에 시름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숙원 규제도 풀리지 않으면서 자금 수혈이 되지 않아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는 악순환이다. 또 자금이 시중은행으로 몰린 데다 온투업 대출의 약 70%를 부동산 담보 대출이 차지하고 있어 부실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이미 한계에 다다른 중소형 온투업체들은 라이선스를 반납하는가 하면 법정 자본금 요건을 채우지 못해 줄폐업 위기에 놓인 기업도 다수다. 온투업 상품의 경우 여타 금융 상품과 달리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온투업체가 도산할 경우 투자자는 기존 투자금을 고스란히 떼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가 별도의 자본금 요건을 두고 온투업체의 건전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등록 취소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한편 금융권에서도 티메프 사태로 e커머스로부터 받을 돈, 즉 정산 채권에 투자하는 온투업 상품의 구조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현재 티몬·위메프 판매자의 정산 채권을 담보로 투자하는 상품을 판매한 온투업체는 4곳으로 투자 규모는 30억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감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크로스파이낸스가 먼저 투자자에게 투자 위험을 제대로 고지했는지, 이번 사태가 업계 전반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아울러 상환 지연을 일으킨 PG사인 루멘페이먼츠에 관해서도 점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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