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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성적표 받아든 우리은행, 내부통제 부실 문제까지
경영진 비판 수위 높이는 금감원, 임종룡·조병규 징계 가능성 거론되기도
조 행장 징계 현실화 시 연임 불가능할 듯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임기 만료 시기가 다가오면서 우리은행이 후임 행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다. 조 행장은 후임 행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기 전까지 연임을 포기하지 않으면 후보군에 포함될 예정이다. 다만 최근 발생한 금융 사고에 대한 조 회장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실제 연임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 착수, 조병규 행장의 거취는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이달 내로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를 열고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에 착수한다. 이에 금융권은 조 행장이 후보에 포함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조 행장이 스스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롱 리스트(잠재후보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연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든 데 대해 조 행장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조 행장 취임 이후 우리은행의 기업 대출 규모가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의 대출잔액은 324조원이며, 이 중 기업 대출은 183조원(56.5%)에 달한다. 지난해 동기(161조원) 대비 13.7% 늘어난 수준이다. 문제는 건전성 지표가 오히려 악화했단 점이다. 기업 대출 연체율은 상반기 기준 0.32%로 지난해 말(0.24%)보다 올랐다. 부실채권 지표인 기업의 고정이하여신도 5,697억원으로 지난해 말 3,939억원 대비 44.7% 급증했다.
올해 초 공언한 '시중은행 순이익 1등' 목표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한 1조6,735억원 선이다. 규모로 비교하면 4대 시중은행 중 세 번째에 해당한다. 겨우 꼴찌만 면한 수준인 셈인데, 그나마도 KB국민은행이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보상으로 1분기 8,620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며 순이익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홍콩 ELS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우리은행이 그대로 4위에 안착했을 가능성이 높단 의미다.
여전한 내부통제 부실, 금감원 "경영진 책임 커"
내부통제 부실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적정 대출 건으론 징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모양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차주를 대상으로 42건,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당국은 이 중 28건, 350억원이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부적정하게 취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법률상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가동해 검사 제재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은행 경영진에 대한 강경 발언을 내놓은 상태다. 우리은행 경영진 측이 감독 당국 보고 및 자체 감사 등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않은 데 책임을 묻겠단 취지다.
금감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해당 대출 건을 담당한 A본부장 퇴직(지난해 12월) 이후인 지난 1월 자체 감사를 실시했으나 감사 종료 및 A본부장 면직 등 감사 결과를 감독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지난 5월경 제보 등에 따라 우리은행에 사실관계 요청을 하고 나서야 이 같은 감사 결과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이에 당국은 "우리은행 경영진 차원에서 보고를 고의로 지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보고할 의무가 없는 사항이었단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건은 여신 심사 소홀에 따른 부실에 해당하므로 금감원에 보고할 의무가 없었다"며 "당시 뚜렷한 불법행위도 발견되지 않아 수사 의뢰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해명에 모순이 있단 이유에서다. 금감원 측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8월 9일 수사기관에 제출한 부당대출 관련인 대상 고소장엔 배임·사기·사문서 위조 등 금융사고 보고 대상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를 적시했다"며 "이는 우리은행이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종룡·조병규 옥죄는 징계 리스크
현행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 41조 2항에 따르면 금융사고 보고를 고의로 지연하거나 숨긴 자에 대해선 금융사고에 관련이 있는 임직원에 준해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경영진이 고의적으로 보고를 누락한 게 확실시될 경우 조 행장을 넘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까지 징계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단 뜻이다.
다만 임 회장은 당장 거취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3월 3년 임기를 시작한 데다, 불법대출 자체가 은행에서 발생한 사안인 만큼 지주 회장이 직접적인 제재 대상에 오르진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반면 조 행장은 올 연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고, 행장 직위에 있는 만큼 은행법 위반 등으로 직접 제재 대상에 오를 여지도 많다. 만일 조 행장이 제재 과정에서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불가능하게 된다.
연임에 제한을 받는 수준의 징계가 아니어도 임원추천위원회가 조 행장에게 새로운 임기를 부여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지배구조 개선 등 CEO 선임 절차를 강조했고, 직접적인 책임 소재를 언급하는 등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 임추위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행장 선임 과정에서 해당 리스크를 충분히 논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