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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원, 中 DJI 제품 사용 금지 법안 처리
'국가 안보' 이유, 일본·영국도 중국산 드론 규제
세계 민수용 드론 시장 80% 장악한 中 드론
비행 경로·위치 등 사용 정보 모두 중국 서버로
미국 하원이 세계 최대 드론(무인기) 제조업체인 중국 DJI 신규 제품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상원에서의 표결이 남아있지만, 미 의회 내에서 중국 견제 움직임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제재가 전기차를 넘어 드론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中 DJI 신규출시 제품, 미국 내 사용 제한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이날 중국 DJI 신규 제품의 미국 내 사용을 불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DJI가 향후 출시할 제품들을 미국 통신 기반 시설에서 작동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미 판매 중인 기존 DJI 제품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DJI 드론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드론의 절반 이상은 DJI 제품이다. 법안 발의자인 엘리스 스테파니크(Elise Stefanik) 공화당 하원의원(뉴욕주)은 "의회는 우리가 가진 모든 도구를 사용해" 중국의 "드론 시장에 대한 독점적 통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의 프랭크 펄론(Frank Pallone) 민주당 하원의원(뉴저지주)도 "이번 조치로 의회는 DJI의 신형 드론들이 미국에 수입되거나 마케팅, 판매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DJI는 해당 법안에 대해 "원산지가 어디인지만을 따져서 미국 내 드론 사용자들이 본인의 업무에 적합한 장비를 구매해 사용할 능력을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美 국방부도 DJI 드론 금지 조치
이번 하원 통과에 앞서 미국 국방부는 지난 2022년 DJI 드론을 '조달금지목록'에 추가하며 정부기관에서 DJI 드론을 사용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DJI 드론 모델이 안전하다고 판단, 정부에 사용을 권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국방부는 DJI 드론 두 모델을 분석한 결과 악성코드나 악의적인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미국 서비스와 협력하는 정부 기관과 군대에서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이듬해 입장을 바꾼 것은 역시나 안보 문제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따르면 DJI 드론을 비롯한 모든 중국의 전투 및 정찰 드론은 중국 영토의 국경을 둘러싸고 있는 ‘지오펜스(geofence·지리상 가상의 경계)’를 인식하도록 설계 및 개발됐다. 또 수출용 드론에 감시 기능을 심는 것이 통용되고 있으며 감시 시스템은 드론의 전원·무기 시스템과도 연결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SCMP는 수출 드론이 중국 국경에 접근할 경우 비행이나 무기 발사를 멈추고, 일부 드론은 감시 시스템이 개조되거나 해체될 경우 자폭하는 능력도 갖췄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본도 ‘무인기 조달 방침’을 제정해 정부 부처가 보유한 무인기의 운항 기록 및 사진 유출, 사이버 정보 탈취 우려 등을 점검해 교체하도록 지시했고, 영국 내무부의 경우 중국산 드론은 물론 폐쇄(CCTV)회로에 대해서도 사용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모두 중국제 드론으로 전투
드론의 무기화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드론 획득의 진입 장벽이 사라지면서 어느 누구든지 드론을 공격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자행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서 선봉에 선 것은 드론이었다. 작년 10월 7일 당일 하마스는 DJI(기업용 드론 매트리스-600 포함)와 오텔의 상업용 드론을 동원해 감시탑, 감시포탑(sentry gun), 감시카메라, 통신망 등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통제시설 전반에 손상을 줌으로써 이스라엘의 경계체계에 먹통과 혼란을 일으켰다. 하마스는 3단계 공격에서도 대대적인 로켓 발사 외에 자체 제작한 자폭 드론인 ‘주아리’ 35대를 사용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급속히 확산된 FPV 드론도 원래는 스포츠 레저용이었으나 현재는 정찰, 폭탄투하, 자폭 등의 용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분쟁은 세계 최초의 대규모 '드론 전쟁'으로 불릴 만큼 드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에서만 한 달에 1만 대 이상의 드론이 손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DJI 매빅 2 줌, DJI 매빅 2 엔터프라이즈 등도 포함된다. 특히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전선에서 소모하는 자폭 드론 등은 대부분 DJI가 만든 민수용 드론을 수입한 뒤 개조한 것들이다. DJI는 전 세계 민수용 드론 시장의 70~80%를 장악하고 있는 상태로 DJI의 드론을 사용하면 위치, 비행경로, 표적, 카메라 영상 등 모든 정보가 DJI 메인 서버로 전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