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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원전 복원' 본격화, 신한울 3·4호기가 신호탄 쐈다
원전에 불안감 드러내는 시민들, 시민단체 중심으로 반발 확산
글로벌 원전 수요 증가에 일각선 낙관적 전망 나오기도
윤석열 정부의 '원전 복원' 계획이 본 궤도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됐던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 사업이 본격 재개되면서다. 정부는 공사 시간을 최대한 당겨 2033년까지 3·4호기 건설을 마무리하고 신규 원전 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탈원전 폐기 정책에 속도를 내겠단 취지다.
신한울 3·4호기 드디어 첫 삽 뜬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전날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 안건을 의결했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해당 원전을 건설할 기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 원전의 위치·구조 및 설비가 원전위 내부 규칙으로 정해진 기술 기준에 적합하단 점 등을 고려한 결과라는 게 원안위 측의 설명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과정에서 쓰이는 방사성 물질의 안전 기준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하다는 판단도 나왔다. 원안위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운영 과정에서 외부로 배출되는 기체 및 액체의 방사성 물질 배출관리 기대치는 각각 0.133 및 0.0148이다. 관련 기준인 1 이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신규 원전 계획도 윤곽, "2038년까지 3기 원전 건설할 것"
신한울 3·4호기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처음 건설이 추진됐다. 당시 정부가 내건 준공 예정 시기는 각각 2022년과 2023년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전면 백지화했고, 그 결과 2016년 6월 새울 3·4호기(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이래 8년 3개월 동안 국내 원전 사업은 '공백기'에 접어들었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내세운 2022년에도 신한울 3·4호기 사업은 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프로젝트가 재개되긴 했으나 건설 허가 심사가 지지부진한 탓에 2년 동안 첫 삽조차 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원안위의 건설 허가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선 "한국 원전 사업이 드디어 정상화의 길에 들어섰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업을 기점으로 '원전 복원'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는 분위기다.
정부는 우선 신한울 3·4호기 기초 굴착공사를 즉시 착수하는 등 공사 기한을 최대한 당겨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방침이다. 터 닦기 공사는 이미 완료됐고, 원자로와 발전기 등 원전 관련 기기들은 수주사인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에서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기기 계약 규모는 2조9,000억원 수준이며 이외 펌프, 배관, 케이블 등 보조 기기 계약은 10년간 2조원 규모로 순차 발주될 예정이다.
신규 원전 계획도 윤곽이 잡혔다. 지난 5월 공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원전을 새롭게 건설하고 2035년부터는 소형모듈원전(SMR)을 발전에 본격적으로 투입한다. 재생에너지인 태양광·풍력 발전과 원전을 함께 늘려 2038년까지 국내에서 생성되는 전기 중 70% 이상을 무탄소 전기로 채우겠단 내용도 담겼다. 2038년까지 주요 무탄소 전원인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각각 35.6%, 32.9%로 확대하는 게 정부의 최종 구상이다.
시민사회 반발 크지만, 전문가들 "원전 사업 속도감 유지될 듯"
문제는 시민사회의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단 점이다. 지난 12일 시민단체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 사람들'의 이규봉 대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사실에 분노하며 "문재인 정부 때 로드맵에 따라 중단됐던 사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다시 추진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정부의 안전성 검사를 두고 "후쿠시마 원전은 안전한 설비가 아니라서 사고가 났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었다. 원전 설비에 대한 불안감이 그만큼 높단 방증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전에 대한 우려와는 별개로 원전의 필요성 및 강점이 부각되는 추세여서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원전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유의미하다는 분석 결과가 도출된 영향이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환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기준 연도인 2018년 대비 6,470만 톤 감소했다. 눈에 띄는 건 이 기간 국내 전체 발전량 중 원전 비중이 133.5TWh(23.4%)에서 180.5TWh(30.7%)로 35% 이상 늘었단 점이다. 결국 원전 비중 확대에 따른 화석발전 사용량 감소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녹색성장위의 해석이다.
원전을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계기로 여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력 수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원전의 전력 생산량은 2,959TWh(테라와트시)로 2023년 대비 10%(CAGR 2.6%)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에너지 공급난이 현실화하자 원전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관련 기술 역량을 강화하면 원전 수출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미 원전 수출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22년 폴란드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한수원과 폴란드 정부는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설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업무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 사업의 수주액은 3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에도 전기·전력 설비 전문 중소기업 YPP가 튀르키예 아쿠유 원전에 터빈 계통 관련 계측 설비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의 규모는 460만 유로(약 66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