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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번화가 공실률 늘수록 극우 포퓰리즘 정당 지지율도 올라
번화가 쇠락에 대한 정치적 반응, 실업 상태일수록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
장기적 인프라 보충과 더불어 가시적인 효과 낼 수 있는 단기적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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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정치세력이 유럽 전역에서의 입지를 대폭 넓히고 있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별 편차가 두드러진다. 이에 띠모 펫저(Thiemo Fetzer) 독일 본대학교(University Of Bonn) 경제학과 교수 등은 영국의 지역별 쇠락 여부가 어떻게 우파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지지로 이어지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포퓰리즘에 맞서기 위해선 장기적인 지역 부양 정책뿐 아니라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단기적 정책 역시 중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연구진, 영국 번화가 공실과 극우정당 인기 관계 분석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은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득세하는 지역에서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이 같은 지역이 포퓰리즘 정당들의 ‘텃밭’이 된 배경엔 경기 침체와 긴축 정책의 가시적 외부효과, 이로 인한 지역 중심가 내 공실 증가, 노숙자와 범죄 문제의 부상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연구진은 지역 경제의 쇠퇴 현상과 우파 포퓰리즘 정당 지지율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가시적인 경제 쇠퇴의 지표로는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 번화가의 공실 데이터를 활용했다. 공실은 경기 침체의 영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현상일 뿐만 아니라 경제 상황을 매우 잘 반영하는 강력한 지표다. 눈에 잘 띄는 만큼 지역 주민들이 경제 활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지역의 실업률 같은 거시적 지표들은 통계의 노이즈가 심하고 개개인이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인의 정치 성향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
공실이 늘어나는 문제 자체는 구조적 변화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오프라인 상점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이는 지역 커뮤니티 전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물론 소비자들의 편리성 측면에선 이 같은 구조적 변화가 도움이 된 부분이 있지만, 변화의 결과는 개개인에 따라 이질적으로 나타났다. 소비 행위 자체가 일종의 연대감, 소속감, 커뮤니티의 결집력 등으로 연결되는 사회적 소비재인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번화가의 쇠락, 지역 정치 성향에 직접적인 영향
이번 연구는 2009~2019년 사이 잉글랜드와 웨일스 내 197개 도시의 8만3,000개 상업용 건물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공실률은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엔 공실률이 높은 지역이 영국 북동부에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위의 이미지는 지역별 공실률을 표시한 것으로, 색이 진할수록 공실률이 높음을 의미한다.
특정 지역의 공실률이 유독 심한 건 경기 침체의 영향이 나라 전체에 균등하게 나타나기보단 지역별로 다르게 발현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실은 경기 침체의 신호일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정치인들이 지역을 방치했다’는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지역의 전반적인 정치 지형을 형성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 실제 영국의 극우 세력인 영국독립당(UKIP)은 이 같은 정서 자극을 통해 경기 침체가 심각한 지역에서 세를 강화했다.
연구진은 사회이해조사(Understanding Society Survey) 데이터를 활용해 영국 각 지역 내 정당 지지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공실과 UKIP 지지율의 관계를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번화가의 공실률과 UKIP 지지율 사이엔 매우 강력한 연관이 있었고, 개인적 또는 지역적 변수를 제거한 통계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졌다. 위의 그래프는 두 요소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보라색 선이 공실률 증가에 따른 전체적인 트렌드를 의미한다.
이 같은 결과는 공실률로 대표되는 지역적 쇠퇴가 우파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도를 올리는 데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러한 관계는 단순히 소매업 분야의 주민들, 즉 가게 주인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이는 포퓰리즘 지지율 증가가 단순히 개인들의 경제적 불안정에서 비롯된다기보단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공간적 외부효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런가 하면 공실률이 포퓰리즘 정당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별로 또는 인구 통계 그룹별로 제각기 다르게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실직자일수록 공실 증가 상황에서 UKIP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았고, 지역 경제가 받는 충격에 대한 반응도가 더 높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의 득세를 막기 위해 경기 침체 상황에서 당장의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필요성을 보여준다. 지역 번화가를 되살리고 지역 경제 상황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들을 마련하는 것이 우파 정당 출현을 방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리 잡은 재택근무 기조에 따라 시내에서 지방으로의 이주가 대폭 늘어난 점도 현재의 지역 쇠락 추세를 반등시킬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공간적 외부효과의 기저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하려 하는 섬세한 정책들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경기 침체와 우파 정당 지지율 증가의 관계를 보다 치밀하게 분석하고, 경제적 위기가 주민들의 정치 성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킬 효과적인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를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분석하자면 우파 포퓰리스트를 저지하기 위해선 결국 지역에 장기적 이득을 가져다줄 ‘당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도 이어진다. 지역 노동인력의 숙련도를 끌어올리고 쇠락하는 지역의 기반시설을 강화하는 데 투자하는 것 등이 당근책이 될 수 있다. 이런 정책들은 가시적이고 인지하기 쉬운 공간적 외부효과를 완화하는 단기적 조치들과 결합해 효과를 증폭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원문의 저자는 티모 펫저(Thiemo Fetzer) 독일 본대학교(University Of Bonn) 경제학과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Local decline and populism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