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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 타깃 넘쳐난다" 제2의 고려아연 물색하는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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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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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적대적 M&A 시도 더 늘어날 것"
최대주주-2대주주 간 지분율 차이 작고 경쟁력 갖춘 기업이 타깃
지배구조 전문가들 "시장 경쟁 통해 효율적 경영자 선정하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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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작년 한국앤컴퍼니에 이어 올해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시도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등 주주가치 확대를 요구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주주 사이의 이해 상충 문제가 경영권 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에 증권가는 PEF, 리서치센터를 불문하고 ‘제2의 고려아연’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주권리 강화 움직임, 적대적 M&A 시도 확대로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경영권 분쟁, 금융 선진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21년 이후 아시아 국가 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적대적 M&A 공격 횟수가 확대되는 추세로, 한국도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도입, 밸류업 프로그램 등에 따라 나타난 주주 가치 개선 및 주주권리 강화 움직임은 경영권 분쟁이나 적대적 M&A 시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꼽는 제2의 고려아연 후보는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고 사업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면서 보유 현금 및 자산이 많아 주주환원정책을 펼 수 있는 기업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여기에 현재 주가까지 저평가받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증권가에서는 △고려제강 △사조대림 △신도리코 △삼목에스폼 △동원개발 △태양 등이 적대적 M&A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막대한 자산을 보유 중인 데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저평가 우량주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주요 주주 간 지분율 차이가 적은 △엔씨소프트 △금호석유 △현대건설 등도 경영권 분쟁이 가능한 종목으로 꼽혔다.

일각에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을 주목하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대명소노그룹은 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보유 중이던 티웨이항공 지분을 사들이며 2대주주로 올라섰는데, 최대주주인 예림당과의 지분 격차를 2%포인트(p)대로 좁히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지폈다. 대명소노그룹은 JKL파트너스로부터 프리미엄을 얹으면서까지 비교적 높은 가격에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경영권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면 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이다.

자사주 취득, 적대적 M&A 맞설 유일한 방어책

이 같은 적대적 M&A를 마주한 상황에서 현행 상법·자본시장법이 기업에 허용하는 방어수단은 자사주 취득이 유일하다. 법조계에 따르면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 및 제한을 준수하는 한, 공개매수기간 중엔 자사주를 취득해선 안 된다는 특별한 제한은 없다. MBK-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최근 자사주 취득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차입하면서 '배임'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법은 자사주 취득 재원의 종류에 대해선 제한하고 있지 않다. 자산은 충분하나 현금이 부족한 경우도 있는 만큼 자본충실을 해치지 않는 이상, 차입으로 현금을 확보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다. 대법원이 “배당가능이익 내라면, 차입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취지로 판시한 적도 있다.

그러나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자사주 공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증권 발행·공시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자사주 보유 물량이 전체 발행 주식 수의 5% 이상인 상장사는 구체적인 자사주 보유 현황과 목적, 향후 처리 계획 등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 이사회의 승인을 받고 이를 사업보고서에 공시해야만 한다. 자사주 처분 시 신주 발행처럼 주주의 지분 비율에 따라 처분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미국·일본 등에서 인정되는 방어 수단인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주식도 허용되지 않는 만큼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유일한 방어 수단마저 소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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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인 줄여 vs 적합한 플레이어 선정 수단

적대적 M&A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비판론자들의 경우 적대적 M&A의 남발은 기업의 투자를 줄이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고 지적한다. 자사주 매입을 비롯해 경영권 방어에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적대적 M&A는 엄연히 합법적인 절차다. 각종 첨단 금융기법과 법률적 지식이 동원된다는 점에서 M&A의 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기업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는 미국과 영국 등의 기업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한국에선 유독 인식이 좋지 않다. 국외 헤지펀드가 주도했던 소버린 사태와 칼 아이칸 사태 등에서 국부 유출 논란이 집중적으로 부각된 탓이다. 이는 적대적 M&A 시도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키운 계기가 됐다.

과거 국내에서 적대적 M&A가 원천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1968년 제정된 자본시장육성법은 대주주가 아닌 사람이 기업 지분 10% 이상을 인수하려면 기존 대주주에게서 매입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았다. 해당 법은 1993년 사라졌지만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적대적 M&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다.

그러나 긍정론자들은 적대적 M&A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본다. 적대적 M&A 시도가 지배주주에게는 위협적이지만, 다수의 일반주주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단 얘기다. 과거 소버린 사태를 지나며 SK㈜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나, 칼 아이칸 사태 이후 KT&G의 주주환원책이 대폭 강화됐다는 점도 순기능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적대적 M&A는 기업의 지배권을 가장 효율적인 경영자에게 이전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애초 지배주주가 기업뿐 아니라 기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영을 제대로 한다면 M&A 시도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대적 M&A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가장 적합한 플레이어를 선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면 필요악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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