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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호황에도 내수는 최장기 침체, 3분기도 '성장 부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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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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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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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2.6% 성장' 목표
車·반도체 수출 온기 확산 안 돼
건설·설비투자 동반 침체 지속
소매 유통 체감 경기도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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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소비와 투자를 비롯한 내수 장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대 초반에 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을 앞세운 수출 호황의 온기가 하반기 들어서도 좀처럼 내수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년 넘게 반도체 중심의 대기업 투자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애초 기대한 낙수효과는 체감이 어렵다는 평가다. 결국 수출 증가가 고용, 소비 등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4분기 경기 회복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3분기 GDP 증가율, 0% 초반 예상

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 안팎에서는 3분기 GDP가 직전 2분기 대비 0%대 초중반만 증가해도 선방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세부 지표를 좀 더 분석해 봐야 알겠지만 3분기 내수 지표도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1분기에 GDP가 1.3% 깜짝 성장하면서 비교 기준 자체가 높아진 영향도 적지 않지만 수출 호황이 내수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올 1분기 GDP가 1.3% 증가했을 당시 3분기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에 제로 성장을 하더라도 3분기와 4분기 GDP 증가율이 각각 0.5%만 나오면 올해 2.6%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기재부가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6%로 대폭 상향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2분기 때부터 빗나갔다. 2분기 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2%였다.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코로나19 영향이 있던 2022년 4분기(-0.5%) 후 처음이었다.

기재부는 한국은행이 2분기 GDP 속보치를 공개한 지난 7월 말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2.6%)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반기에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완화되면서 내수가 개선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는 한은이 다음 달인 8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내린 판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내수 진작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논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수출·내수 엇박자, ‘낙수효과’ 없었다

실제 국내 경제는 수출이 12개월 연속 증가라는 기록에도 내수 회복세는 미미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9월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9월 수출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587억7,000만 달러(약 79조4,000억원)로,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자동차, 선박, 바이오헬스 등 6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인 29억4,000만 달러(12.9%)에 달했다. 특히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136억 달러(37.1%)로 11개월 연속 증가세다. 컴퓨터 수출은 132.0% 증가한 15억 달러(약 2조원)로 9개월 연속,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19억 달러(19.0%)로 7개월 연속 늘었다.

반면 내수의 핵심인 민간 소비와 건설·설비투자는 하반기 들어서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7월 2.0% 감소했다가 8월 1.7% 깜짝 증가했지만, 9월엔 전월 휴가철 특수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에 소매판매 지표가 다시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 달간의 공사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도 5월 4.6% 감소한 이후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이다. 특히 작년 3월부터 9월까지 건설수주가 7개월 연속 전년 대비 두 자릿수로 일제히 급감했다는 사실은 향후 건설기성 지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추를 더한다. 건설수주 급감은 1년~1년 6개월간의 시차를 거쳐 건설기성 지표에 반영된다.

기업들의 체감경기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한은이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91.2로 집계됐다. 제조업 CBSI는 90.9로, 전월보다 1.9포인트 하락했고 비제조업 CBSI는 전달보다 0.8포인트 내린 91.4다. 지난 7월 다섯 달 만에 하락 전환된 이후 석 달째 내림세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 등 주요 지수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로, 장기 평균 100을 넘으면 기업 심리가 낙관적,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4분기 경기 전망도 빨간불을 가리키는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경기조사에 따르면 4분기 경기전망지수는 전분기 대비 4포인트 하락한 85로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S&P PMI 제조업지수도 5월 51.0을 정점으로 7월 49.7, 8월 49.7로 하락했고, 특히 미국의 제조업 PMI는 8월 47.9에서 9월 47.0으로 지난 15개월 내 최저 수준을 하락하며 강한 부진 신호를 보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나라 수출의 상승세 지속이 어려울 수 있음을 예고한다. 이 경우 수출의 낙수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수출 상승세가 꺾이는 것은 물론, 내수도 회복세로 전환하지 못하고 장기 침체를 지속할 가능성이 증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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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고금리가 내수부진 유발" vs 한은 "수출기업 고용 연계 하락 문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출 호황에도 우리나라 경제가 후퇴한 이유가 고금리에 있다고 확신한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뒤로 미루면서 민간 소비가 살아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KDI에 따르면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내구재 등 금리에 민감한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유지됐고, 내수 부진으로 개인사업자의 부채 상환 부담도 지속됐다. 아울러 세계 경제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긴 하나, 고금리 기조와 지정학적 위험, 주요국 제조업 경기 불안 등 하방 위험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하지만 한은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대기업들이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을 줄였고, 취업자도 늘리지 않으면서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가 끊겼다고 본 것이다. 한은 금통위의 한 위원은 “수출 증가로 유입된 자금이 설비투자, 민간소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갔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월평균 실질임금은 2019년 340만7,000원에서 2020년 352만7,000원, 2021년 359만9,000원으로 증가하다가 2022년 359만2,000원, 2023년 355만4,000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소득에서 이자 비용, 세금, 소비지출을 모두 뺀 가구의 실질 흑자액이 8개 분기 연속 감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윳돈이 없으니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은은 또 수출 업종이 반도체·IT 등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재편하면서 수출이 고용 및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업종별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우리나라 수출 증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우 100만 달러(약 13억5,000만원)당 2.6명 고용에 불과해 총수출 평균인 100만 달러당 7.6명 고용에도 못미쳤다.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은 2020년 이후 해외생산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렸지만, 국내 설비투자는 2022년 이후 큰 폭으로 줄였다. 건설사의 수주실적도 2023년 중반 이후 해외가 국내 실적을 크게 앞질렀다. 수출의 온기가 국내로 들어오기 힘든 구조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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