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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보조금 지급에 4분기 중국 TV 수요 증가 전망
LCD 수요 증가에 시장 단가 오를 전망
삼성, LG TV대신 중국산 TV 수요만 증가
삼성, LG는 LCD 매각 후 시장 구매 중, 단가 올라 비용 부담
중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올해 4분기 TV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중국 TV 제조업체들이 올해 4분기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구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며, 패널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 시장 점유율이 2%에 불과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큰 혜택을 받기 어려우며 오히려 패널 가격 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정부 보조금 지급에 TV 판매 급증, 국내 기업은 손해만 볼 수도
14일 시장조사업체 DSCC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중국 정부가 시행한 보조금 프로그램은 4분기 TV 수요를 촉진할 것”이라며 “보조금이 시행됨에 따라 올해 중국 내 TV 판매량이 4,000만 대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달 15일 지역 상황에 따라 소비재 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에 1,500억 위안(약 28조7,000억 원)의 초장기 특별 국채 기금을 발행했다. 이에 따라 중국 소비자는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 조건에 맞는 8가지 유형의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판매 가격의 15%~20%에 해당하는 보조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에너지 효율 등급이 2단계인 TV는 15%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며, 효율 등급이 1단계인 TV를 구매하면 20%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중국 TV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출하량이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TV 출하량은 2018년 6,000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5,000만 대 이하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4,000만 대 이하로 더욱 쪼그라들었다. 올해 역시 지난해 대비 TV 출하량이 11%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보조금 지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3,000만 대 후반 수준에서 안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중국 내 LCD TV 판매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9월부터 시행한 '가전 이구환신' 정책 덕분에 그간 침체됐던 TV 수요가 다시 살아났기 때문이다. 이 정책은 오래된 가전제품을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할 때 소비자에게 판매 가격의 15~2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TV, 냉장고, 세탁기 등 8가지 품목에 대해 품목당 최대 2,000위안(약 38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올해 중국 정부는 보조금 예산을 사상 최대인 3,000억 위안(약 57조7,000억원)으로 확대했다.
혜택은 중국 기업들만, LCD 구매하는 한국 기업들은 손해
그러나 이런 혜택은 중국 자국 기업들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중·일 지역의 소비자들은 자국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중국의 주요 TV 제조업체인 TCL,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샤오미 등은 4분기 생산 목표를 10~20% 상향 조정하고 있으며, LCD 패널 구매도 늘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LCD 패널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TV 제조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의 패널 제조업체들은 올해 중순 가격이 최고점을 찍은 후 하락하자 공급을 조절하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수요 증가로 인해 빠르게 공장을 재가동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CD 패널 가격이 전년 대비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에는 비용 부담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2년에 마지막으로 LCD를 생산했고, 이후 중국 기업에 매각했다. LG전자는 올해 9월에 광저우에 있던 LCD 공장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국 지난 2022년부터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 공장을 매각하면서 우려했던 상황이 실제로 나타난 것이다. 앞서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LCD 공급을 완전히 장악한 가운데 자칫 가격 협상력마저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국내 기업들 아직도 LCD 필요한 상황, 시장 대응 전략 찾아야
이에 LCD 업계 관계자들은 OLED로 완전한 이전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LCD 사업부를 지나치게 일찍 매각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아직 글로벌 LCD 수요가 견고한 데다 국내 제조사들이 LCD 패널 제품 생산을 이어갈 계획인 만큼 이에 대응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한해 LCD TV 생산량은 연간 5,000만 대 규모로, 전체 TV 제품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산 LCD 패널 생산라인이 전부 사라질 경우 자연스럽게 전체 생산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대형 LCD 패널 시장 점유율은 49.7%에 달한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 BOE의 경우 점유율이 32.3% 달한다. 이번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공장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CSOT도 현재 17.4%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만약 광저우 LCD까지 넘어가게 되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LCD 패널의 70%가 중국이 차지하게 된다. 일각에선 대만과 일본 기업들을 물망에 올려놓고 향후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시장 전체 생산 규모를 감안했을 때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가격경쟁력과 시장 영향력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점하고 있어 다른 선택지를 고른다는 게 쉽지 않다.
막대한 고정비 및 LCD 사업부의 부채 등을 감안하면 일시적인 가격 상승을 감당하더라도 LCD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업계 관계자도 많다. 실제로 LG 디스플레이의 경우 부채만 16조원인 상황으로, OLED 사업 및 터치 인식 등의 기술적인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금융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LCD 패널 가격이 떨어진 시점에 물량을 비축한다거나, OLED 전환을 가속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