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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파병으로 북·러 혈맹 확인, 한반도 전쟁 시 '러시아 개입' 가능성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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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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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북한군 정예부대 등 1만2,000여 명 파병"
북·러 관계, 실질적 군사동맹에서 혈맹으로 격상
군사력 강화·경제협력 확대 기회 될 것으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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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전투 병력을 파병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병력의 규모도 1만여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러시아와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에 따른 조치로, 양국 관계가 군사동맹을 넘어 혈맹으로 격상하면서 한반도에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도 높아졌다. 또한 북한이 무기와 병력을 보내는 베팅으로 경제·군사적 반대급부를 챙기게 될 경우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안보 지형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 "북한군 파병 세계 위협"

2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장비뿐만 아니라 전장에 배치될 군인들을 보내고 있다는 위성·영상 증거가 충분하다”며 “(북한의 지원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 다른 국가가 사실상 참전한 것으로, 북한이 전쟁에 더 개입하면 모두에게 해로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이 현대전에 숙련이 되면 불행하게도 불안정과 위협이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만약 세계가 지금 침묵하고, 우리가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방어해야 하는 것처럼 최전방에서 북한 군인과 교전해야 한다면 세계 누구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전쟁을 장기화할 뿐”이라며 “우리의 파트너들이 더 정상적이고 솔직하게 강력하게 대응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7일 벨기에 브뤼셀 EU 정상회의 참석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보당국에 따르면 지상군, 기술자 등 여러 종류의 인력을 모두 합해 북한이 러시아 편에 서서 우크라이나와 맞서 싸울 병력 총 1만 명가량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를 찾은 자리에서는 “북한 내에서 병사 1만 명을 준비시키고 있다는 첩보가 있으나, 아직 이 병력이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로 이미 이동한 것은 아니다”라고 추가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18일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북한 특수부대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러시아로 수송되는 것을 포착했다"며 북한군의 참전 개시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국정원은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과 호위함 3척이 해당 기간 북한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 1,500여 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송 완료했다"며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보내는 지원 인력의 규모가 1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북한이 러시아로 대규모 병력을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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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추정 병력들이 러시아 군사기지에서 보급품을 지급 받고 있다/사진=우크라이나 문화정보부 산하 전략소통센터 및 정보보안센터(SPRAVDI) 페이스북

北, 러시아로부터 ICBM 등 핵심 군사기술 확보 전망

북한의 대규모 파병이 확인되면서 북·러 관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 파트너십이 지난 6월 체결한 북·러 조약을 통해 군사동맹에서 혈맹으로 진화했음이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북·러 조약의 핵심은 '침공받을 경우 지체 없이 군사원조를 한다'고 명시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다. 조약 체결 당시에는 그 의미에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지만, 이번 파병으로 해당 조항의 골자가 양국 간 군사동맹에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한·미 상호안보방위조약 이상의 강력한 군사동맹을 구축함에 따라 동북아의 지정학적 질서가 재편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번 파병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북한이 전쟁을 벌일 경우 러시아군이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침략 행위가 일어나면 우리의 법에 따라, 그리고 북한의 법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며 군사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주장하며 최근 남북 육로 단절과 요새화를 선언하고 나선 것도 파병을 위한 포석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내부적으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해 병력 동원을 정당화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 입장에서는 대규모 파병을 하게 되면 그만큼 본토를 지키는 군사력이 줄어들어 국내외 적대 세력에게 취약점이 노출됨에도, 러시아가 개입할 것이란 확신이 있어 대담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파병을 결정한 데는 북·러 관계에서 취할 수 있는 기술적 지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북한은 이번 파병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나 군사정찰위성 등 민감한 핵심 군사기술을 넘겨받을 공산이 커졌다. 러시아의 핵 추진 잠수함 제조 기술과 소형 원자로 기술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북한의 공중 전력은 사실상 방공망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러시아의 지원으로 이 점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S-400 방공포대가 F-35A 등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요격할 능력이 갖춘 만큼 북한이 S-400을 확보할 경우 한국군이 평양 등 북한 심장부를 타격하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 북한 잠수함은 한국의 재래식 잠수함과도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로 노후화됐고 기술력도 떨어지지만 핵 잠수함을 확보한다면 해저전(海底戰)에서도 일거에 판세가 역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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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을 통해 美 무기체제 등 현대전에 대한 경험 쌓아

북·러 혈맹에 기반한 북한의 군사력 강화는 비단 기술적인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국방 전문가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은 북한군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것"이라며 "새로운 무기와 현대전에 대한 장교들의 준비 태세를 시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군은 파병 경험이 많지 않아 사용 장비는 물론 실전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추정되는데 정예 병력을 파병해 현대전에서 실전력을 시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가 제공했던 122㎜·152㎜ 포탄,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 등 재래식 무기를 현장에서 직접 운용하며 무기 사용 감각을 익히는 등 군사적 데이터를 축적할 가능성도 있다. 또 전투를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 등 서방국과의 전쟁을 경험하면서 상대국의 작전 운용이나 무기체계를 정밀하게 파악할 기회기도 하다. 더욱이 현대전이 드론, AI 등을 활용한 '유·무인 복합 전투'로 바뀌고 있어 이에 취약한 북한군으로선 놓칠 수 없는 실습 기회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경제 협력도 북한이 파병을 결정하게 된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북한은 지금까지 러시아에 포탄 등을 제공하고 식량이나 원유를 공급받아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 추이에 따라 2차, 3차 파병으로 이어지면 북한은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의 협상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러시아군의 처우와 비슷하다고 볼 때 북한은 파병의 대가로 매달 수천만 달러의 외화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인력 유출과 저출산으로 고심 중인 러시아에 북한 노동자를 파견하거나 천연가스, 석유 등 물자를 지원받는 등 경제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오랜 제재와 팬데믹 국경 봉쇄 등 여파로 정권 유지 자금마저 부족한 상황인 만큼 러시아로부터 받을 달러와 현물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재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을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과거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당시 한국이 베트남전 참전을 통해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미국의 선진 무기체계를 전수받을 수 있었다. 또 파병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경제 발전을 위한 자금으로 확보했다. 북한 역시 이번 파병을 계기로 동맹 강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평이다.

정부, 우크라이나에 포탄 우회 지원 등 대응방안 고심

문제는 러시아가 북한에 경제·군사적 반대급부를 제공할 경우, 우리나라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추가 파병을 이어간다면 한국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국정원이 북한군 파병을 공식화한 18일 대통령실도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당장 우크라이나에 직접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기류다. 가장 먼저 꺼낼 수 있는 대응 카드로는 155mm 포탄 우회 지원이 거론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포탄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비축량 역시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그런 만큼 155mm 포탄을 추가로 우회 지원하는 자체가 북한의 파병을 주저하게 만들 강한 압박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이 포탄 50만 발을 미국에 대여해 주며 우회 지원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은 북한군 파병에 대한 국정원의 발표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 장관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는 러시아에 파병한 게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확인할 수 없다"며 "이런 움직임이 사실이라면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국무부 등도 "이런 보도가 정확한지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사실이라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미 정보당국이 군사위성 등으로 북한군 움직임을 밀착 감시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긴밀하게 정보 공조를 해온 것을 고려하면, 한국 정보기관이 확실하다고 공개한 정보에 대해 미국이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신중론을 두고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에 영향을 의식해 ‘공식 확인’을 미루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참전을 공식화할 경우 미국으로선 그에 대응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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