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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고령 취업자 675만 명, 행안부 정년 연장 물꼬 열어
그냥 쉬는 청년 매년 급증, 정년 연장 시 청년 실업률 확대 가능성도
정년 연장 만이 청년 실업 원인일까, 경기 부진에 따른 채용 감소도 영향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는 늘어나고 청년들의 경제활동 참가는 줄어드는 역전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정부 부처 중 처음으로 정년을 연장에 나섰다. 내년이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만큼 보다 발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충분한 대책 마련과 준비 없이 정년 연장의 포문을 열면서 청년 일자리 감소 우려에 따른 세대 간 갈등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행안부, 공무직 정년 65세로 연장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대비 27만2,000명 늘어난 674만9,000명을 기록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이들 고령층은 비정규직도 마다하지 않았다. 8월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중 60세 이상이 281만2,000명(33.2%)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청년층(15~29세)은 ‘그냥 쉰다’고 답한 숫자가 44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6만9,000명(18.5%)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5년간 60세 이상 취업자가 43% 늘어나는 동안 20대 취업자는 4.7%가 줄어들었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구 고령화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65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하지만 이 같은 취업 역전 현상은 세대 간 갈등은 물론 미래 특정세대의 경제 활동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최근 행정안전부가 공무직 노동자들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행안부 소속 무기계약 근로자 2,300여 명이 더 일할 수 있게 됐지만 청년층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정년 연장,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
실제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각종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해 노동경제논집에 발표한 '정년 연장의 청년층 일자리 효과' 논문에 따르면 2016년부터 시행된 60세 정년 의무화로 23~27세 청년층의 전일제 임금 근로 일자리가 6% 감소했다.
장년층(56~60세)에 의한 청년층(23~27세)의 대체효과를 환산할 경우 장년층 고용 1명 증가에 따라 청년층 전일제 고용은 적게는 0.29개, 많게는 1.14개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기업이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 체계를 운영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여기서 청년의 일자리 진입이 더 어려워지면 세대 간 임금 격차는 지금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를 통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60세 정년 의무화로 민간 기업에서 고령층 일자리는 증가했지만 청년층 일자리는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한 연구원은 "정년 연장이 급격하게 이뤄질 경우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년을 점진적으로 증가시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으로 정년 연장을 명시하고 의무화할 경우 시행하기도 전에 대규모 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년 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큰 기업의 경우 그전에 명예퇴직이나 해고 등의 방식으로 정년 연장의 효과를 상쇄하는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이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생산성이 높은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며 "고액 연봉을 받는 정년 연장자들이 인건비 대비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년 실업 근본 원인은 '채용 축소', 일자리 미스매치 심화
다만 정년 연장이 청년 실업률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고령층 고용률이 청년층 실업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없고 상호 간 부정적 관계도 없다는 내용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분석을 발표한 바 있다. 오히려 청년층과 고령층 간에는 직종 분리가 상당해 둘 사이가 대체관계라기보다는 보완관계라는 것이다.
정년 연장보다 기업들의 채용 감소가 청년 실업률을 부추기는 근본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8월 매출액 500대 기업 인사담당자(응답 120개사)를 대상으로 '2024년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10곳 중 6곳(57.5%)은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하반기 조사와 비교하면 올 하반기 '채용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17.5%)은 0.9%p 증가했고, '채용계획 미정'이라고 응답한 기업(40.0%)은 8.0%p 감소했으며, '채용계획을 수립'한 기업(42.5%)은 7.1%p 늘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로 '수익성 악화·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경영'(23.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부진(20.6%) △필요한 직무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 어려움(17.5%) 순으로 응답했다. 또한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정작 기업들은 원하는 인재를 찾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 관련 애로사항으로 '적합한 인재 확보의 어려움'(3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직군으로는 '연구‧개발직'(28.8%)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어 △전문‧기술직(27.1%) △생산‧현장직(20%) 순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