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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선 도시 주택 가격 1년 사이 9.4%↓
금리 인하 등 부양책 효과 미미
금융 지원에서 주택 공급으로 정책 확대
중국의 올해 부동산 판매액이 2021년 최고치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당국의 각종 부양책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 또한 중국 부동산 시장이 한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일치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대규모 주택 개조 사업에 나서는 등 한층 강도 높은 시장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성수기 사라진 중국 부동산 시장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1~11월 신규 상업용 부동산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2% 감소한 8조5,100억 위안(약 1,700조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11월 매출은 8,270억 위안(약 164조원)으로 전월 대비 3.7% 증가했지만,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부동산 판매액은 9조6,000억(약 1,900조원) 위안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는 2021년 최고치인 18조2,000억 위안(약 3,600조원)의 절반 수준이자, 2016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중국은 부동산 최성수기로 불리는 9월과 10월에도 악화일로를 걸어 왔다. 통상 중국 정부는 9월 말 중추절(추석) 연휴를 전후해 부동산 관련 정책을 내놓는다. 시장 침체 국면에서는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등이 주된 내용이다. 그럼에도 전국 부동산 거래는 주택과 상가를 가리지 않고 감소 추세다. 부동산 시장조사기관 중지연구소에 의하면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15~17일 전국 25개 대표 도시 신규 주택 매매 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55%나 줄었다.
가격 또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1~3선 도시 중 중고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한 도시 수는 역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1선 도시 가격은 전년 대비 9.4% 하락했고, 2~3선 도시는 각각 8.6%와 8.5% 떨어졌다. 수도인 베이징만 놓고 보면 최고점 대비 무려 25%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전국 주요 도시 중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도시와 하락한 도시의 숫자를 비교해 경기를 판단한다. 하락한 도시가 더 많을 경우, 시장 참여자들의 수요 심리 위축이 더 크게 작용하는 신호로 풀이한다. 슈유에진 중국지수연구소 연구부국장은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 소득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구매자 움직임 또한 없는 모습”이라고 진단하며 “거래세 및 수수료 인하 같은 직접적인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시장 내 ‘거품 꺼지기’까지 먼 길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이 중국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하이빈 주 JP모건 중국 수석 경제학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붕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하며 “일러도 일러도 2025년까지는 불안정한 시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분석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최근 지표에서 비롯된 것으로, 차이나 인덱스 아카데미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중국 100개 도시의 신규 주택 매매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0.11% 상승에 그쳤다. 이는 6월 기록한 0.13% 성장률보다 더 둔화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5조4,000억 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나섰지만, 부정적 전망을 지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위니 우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BofA Securities) 수석 전략가는 “정부는 금리를 낮춰 대출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소비가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이야기의 한 측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금융기관은 마진을 보호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 금리를 인하하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가계 저축의 이자 수입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무조건적 대출 확대는 최선의 정책이 아니며,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을 압박하는 것은 더더욱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이러한 하향 나선보다는 선순환을 유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 유동성 확대로 구조적 리스크 해소
중국 정부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는 어떤 식으로도 자국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부동산 시장 부활 총력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는 지난 10월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부문 화이트리스트 대출 규모를 연말까지 4조 위안(약 800조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화이트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우량 국유·민간 부동산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기업 가운데 적합한 담보물이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사업성은 있지만, 자금난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어려운 부동산 회사에 유동성을 투입해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중국 정부는 대규모 주택 개조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도시 내 노후 주택을 개조해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전역 대도시에서만 개조가 필요한 주택은 170만 가구로 추산된다. 조건에 부합하는 낡고 위험한 주택 100만 가구부터 개조 사업을 시작해 주택 소비자의 매수 심리를 확대하는 효과를 노렸다.
아울러 주담대 금리를 인하하고, 2주택 대출 최소 계약금 비율을 25%에서 15%로 축소하는 등 기존에 발표한 부동산 관련 금융 조치 역시 지속적으로 이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타오링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은 “금리 인하 등 포괄적인 금융 정책을 이미 발표했는데, 이번에 나온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맞물려 소비자의 신뢰 제고와 시장 안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