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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자동차 행동 계획', 현지 생산 의무화 '관세장벽' 뚫는 中 전기차·배터리 BYD·체리·CATL, 유럽 현지시장 집중 공략

유럽이 전기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지 배터리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한때 '자동차 명가'로 불렸던 유럽이 중국에 내준 전기차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EU 집행위, 전기차 경쟁력 확보 박차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오는 5일 '자동차 행동 계획' 초안 발표한다. 유럽 전기차의 경쟁력을 미국, 중국 등 선진국들의 전기차만큼 끌어올리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초안엔 EU 판매 전기차에 현지 생산 배터리 의무 탑재량을 늘리는 방안과 무공해 대형 차량에 대한 도로 요금 면제 방안도 포함된다.
이와 함께 EU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책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러한 지원은 EU 기업뿐 아니라, 유럽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을 공유하는 외국 기업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만큼 이를 현지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EU는 자동차 부문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입을 위한 조건을 제안할 계획으로, 이는 특히 기술 공유와 현지 파트너십 요건을 포함할 방침이다. 또한 EU 27개국은 기업들에 법인용 차량을 구매할 때 전기차를 구매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자동차산업 '소생' 대책 논의도
이번 초안 발표에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 1월 ‘유럽 자동차 산업 미래에 관한 전략대화’를 출범해 청정 전환, 규제 간소화, 밸류체인, 기술 및 디지털 혁신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오는 3월 5일 관련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EU가 사전 공개한 전략대화 추진안(Concept Note)에 따르면 1월 회의에서는 탈탄소화 가속화를 위한 전기차 보급 확대 방안이 논의됐는데, EU는 이 부문을 당면한 '단기 과제'라 지적했다.
실제로 EU는 2035년부터 내연차 판매를 전면 금지할 예정이지만 정작 높은 비용과 인프라 부족에 전기차 보급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3년 신규 등록된 차량 가운데 배터리 전기자동차(BEV) 비중은 14.6%에 그쳤다. 이에 EU는 대책으로 범유럽 차원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 도입을 내놨다. 추진안에는 "회원국 간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와 재정 조치를 강화하고 조화롭게 하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소형 전기차' 보급 확대 방안도 추진안에 언급됐다.

中, EU 규제 맞서 현지 생산 확대
EU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데는 중국 제조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짙게 작용했다. 제한된 충전 인프라, 상대적으로 높은 차량 가격, 독일을 비롯한 주요국의 정부 보조금 감소 등으로 인해 현재 유럽 전기차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EU는 중국을 상대로 관세 장벽을 높였지만, 중국은 우회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등 지속적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인 CATL은 세계 4위 완성차 제조업체인 유럽·미국의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스페인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립 중이다. 연산 5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 시설로 총 41억 유로(약 6조2,800억원)를 투입한다. 이는 CATL의 세 번째 유럽 공장으로, 현재 독일에 세운 첫 공장에서 연 14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고, 올해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 데브레첸에도 100GWh 규모의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CATL뿐 아니라, 세계 2위 배터리 제조 기업이자 1위 전기차 기업인 BYD도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에 연산 20만 대, 튀르키예에 연산 15만 대의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같은 현지 투자 움직임은 2023년 3월 튀르키예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해 4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작년 7월부터 중국산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승용차에 추가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하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EU 회원국인 튀르키예를 통해 중국산 자동차의 EU 진입을 노린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튀르키예 이외에 헝가리, 스페인, 폴란드 등에서도 현지 공장을 증설하거나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2017년부터 헝가리 공장을 운영해 온 BYD는 최근 공장 증설용 토지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체리자동차는 지난해 4월 스페인의 에브로 전기차와 함께 현지 공동 생산 계약을 맺었다. 또 지리자동차는 일렉트로모빌리티폴란드(EMP)와 폴란드 현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링파오(립모터)는 스텔란티스와 협력을 통해 폴란드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