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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 5연속 금리인하 성장률 전망 0.2% 하향 조정 금리인하 일시 중단 가능성도 시사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책금리를 또 내렸다. 5차례 연속 금리인하이자 지난해 6월 첫 인하 이후로는 여섯 번에 걸친 하향 조정이다. 다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무역 전쟁과 유럽 국방지출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인하 속도조절을 예고했다.
예금금리 연 2.75→2.50%, 美 관세 리스크 대응 차원
6일(이하 현지시간) 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이사회를 열어 예금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기준금리를 연 2.90%에서 2.65%로 각각 0.25%포인트 내렸다고 밝혔다. 한계대출금리도 연 3.15%에서 2.90%로 인하했다. ECB는 이들 세 가지 정책금리 가운데 예금금리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짠다.
ECB는 지난해 6월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선 뒤 6차례 연속해서 금리를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연간 4.25∼4.50%)와 ECB의 예금금리 격차는 1.75∼2.00%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날 ECB는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4%에서 1.2%로 낮췄다. ECB는 "올해와 내년 무역정책 등 광범위한 정책의 불확실성에서 비롯하는 수출 감소와 지속적인 투자 둔화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發 군비 증강, 유럽 경기 부양 기대
이번 ECB의 금리 인하 조치는 시장이 예상한 대로였다. 시장에서는 ECB가 이후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를 보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발 무역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유럽의 재무장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일 ‘유럽 재무장’을 위해 총 8,000억 유로(약 1,250조원)의 군비를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승리로 독일 차기 총리를 예약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도 같은 날 군비 확대와 인프라 투자를 위해 10년간 총 5,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기금을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의 연간 신규 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 이내로 제한하는 부채 한도 규정에 대해 국방비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도록 헌법도 바꾸겠다고 했다. 독일은 유로존에서 가장 엄격한 재정정책을 유지해 왔는데 최근 안보 지형이 급변해 기조가 변한 것이다.
시장에선 군비와 인프라 지출이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 발행도 늘어난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정부의 재정정책 변화와 관련해 “2012년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유럽 재정위기 당시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뭐든 하겠다”며 과감한 돈풀기에 나선 바 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는 4일 장중 연 2.92%까지 뛰었다.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자, 하루 상승폭(0.3%포인트)으론 1997년 이후 28년 만의 최고치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차기 독일 정부가 예고한 개헌안이 통과되면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7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보다 거의 1%포인트가량 뛸 수 있다는 것이다.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재가동 협상 착수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이 재운영될 가능성이 커진 점도 경기 부양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최근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사이버 공격 작전을 중단하고, 노르트스트림2 운영을 재개하는 협상에 착수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은 발트해를 거쳐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으로 1과 2가 있다. 노르트스트림1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AG는 러시아 국영회사인 가스프롬이 주식 51%를, 나머지는 서방 회사 등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이다. 노르트스트림2AG는 아예 가스프롬이 주식 100%를 보유한 회사다.
노르트스트림 1과 2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모두 가동이 중단됐다. 2011년 개통된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6개월 뒤인 2022년 8월 운영이 중단됐다. 노르트스트림2는 건설은 됐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의 이유로 운영된 적조차 없다. 또한 2022년 9월 말 노르트스트림 1·2 가스관이 덴마크령 보른홀름섬 부근에서 폭발하는 사건이 일어나,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운영 중단에는 쐐기가 박혔다.
이후 독일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여 지난해 우크라이나인들이 관여돼 있다며 관련 인물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당시 사건으로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관 2개 및 노르트스트림2의 가스관 1개가 폭파됐으나, 노르트스트림2의 가스관 1개는 손상되지 않았다. 손상 안 된 가스관은 연 275억㎥의 가스를 수송할 수 있다.
그간 미국 정부는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을 심화시키는 노르트스트림 프로젝트에 반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1기 집권 때 이 가스관 프로젝트를 신랄히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자산으로 보고 있다. 다만 노르트스트림2 운영이 실제 재개되려면 미국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 해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재개, 독일의 가스 공급 배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