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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해고 칼바람, 코로나19 때와 맞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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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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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짐싼 미국인 17만 명, 4년 7개월 이후 최대
트럼프발 무역 전쟁 우려, 소비 위축 등 영향
자동차 할부금 연체율도 30년래 가장 높은 수준

지난달 미국에서 해고된 사람이 코로나19 발발 이후 역대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할부금 연체율은 30년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에 미국 내에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인한 미국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월 美 해고자 17만2,017명, 전년 동월比 103% 증가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재취업 중개업체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해고자 수가 17만2,01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치는 전년 동월 대비 103% 증가한 것으로, 2020년 7월 이후 최대치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인해 대량 실업이 나타났던 2020년 중순 수준으로 대규모 해고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지난달 해고된 노동자 중 3분의 1 이상인 6만2,242명은 연방정부에서 해고된 공무원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효율부(DOGE)를 통해 재정지출 삭감을 추진하면서 실업자를 대거 양산하게 된 것이다. CGC는 "민간기업들이 지난달 수천 명의 직원 해고 계획을 밝혔다"며 "정부효율부의 영향과 정부 계약 취소, 무역전쟁 우려, 기업 파산 등으로 지난달 해고자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해고된 사람이 크게 늘어난 데는 소비 위축도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소매업계 해고자는 3만8,956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무려 6배나 늘어난 수치로, 메이시스와 포에버21 등 유통사들이 구조조정을 한 결과다.

경기 둔화를 반영하듯 금융시장에는 대출 부실 경고등이 켜졌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자동차 구매자들의 월 할부금 60일 이상 연체율은 6.56%에 달했다. 이 같은 연체율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높다. 마이크 지러드 피치 선임국장은 "저소득층이 크게 영향을 받았다"며 "이런 상태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물가와 고금리의 영향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슬라 직격타, 시총 190조원 '증발'

미국 내 경기 부실 우려가 나타난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다. 트럼프발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월가 금융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됐다. JP모건체이스는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지난해 11월 말 17%에서 지난 4일 31%로 상향 조정했고, 골드만삭스 역시 경기침체 가능성을 지난 1월 14%에서 지난 4일 23%로 올렸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조글루 JP모건 전략가는 “최근 몇 주 동안 미국 경제 활동 지표가 약화하고 기업 및 소비자 신뢰지수가 약화한 상황에서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가 발효되면서 향후 기업 및 소비자 신뢰에 더 큰 타격이 발생할 위험이 커졌다”며 침체 가능성을 높인 배경을 설명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 칼리지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총장도 경기침체 가능성을 연초 10%에서 25~30%로 상향 조정했다. 5년 만기 국채 가격이나 주요 금속 가격 지표, 소형주 주가 지표로만 볼 때는 경기침체 확률이 50% 정도까지 올라간다.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는 경기가 침체되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5일 발표된 지난달 ADP 민간 고용은 7만7,000명 늘어나 최근 7개월래 가장 낮았고, 월가 전망치(14만 명)도 크게 밑돌았다. 연준 역시 최근 3월 경기 동향 보고서(베이지북)를 통해 “미국 내 사업자들이 원재료 가격 인상을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 사업자는 제품 가격을 선제적으로 이미 인상했다”고 밝혔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자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시장 반응을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대장주' 테슬라 주가도 급락했다. 10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43% 내린 222.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9월 8일(-21.06%) 이후 최대 낙폭으로, 장 중 한때 220.66달러까지 떨어지며 220달러선이 위태롭기도 했다. 테슬라 주가가 떨어진 건 7주 연속으로 테슬라 상장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다.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의 주가 상승분도 모두 반납했다. 테슬라 주가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상하며 기대감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테슬라 주가는 미국 대선일인 지난해 11월 5일 251.44달러였지만, 12월 17일 사상 최고가인 479.86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10일 종가는 지난해 10월 중순의 주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테슬라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1,303억 달러(약 190조2,000억원)가 떨어졌다. 시총 순위도 크게 고꾸라졌다. 테슬라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시총 7위까지 올랐지만, 브로드컴에 이어 이날 일라이릴리에까지 역전을 허용하며 12위에 자리 잡았다.

트럼프, '단기적' 경기침체 가능성 인정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도 단기적 경기침체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방영된 폭스뉴스 ‘선데이 모닝 퓨처스’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런 예측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제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 ‘성장통’이 있을 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추진하는 변화는 매우 크다. 미국으로 부를 되돌려 오고 있다”며 “항상 그런 (힘든) 기간이 있다. 시간이 좀 걸린다. 하지만 우리에게 굉장히 좋은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엄청나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료주의적 행정업무가 줄어들고 공장 노동이 증가하는 형태의 경제를 꿈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단순한 무역 정책이 아니다. 미국 경제를 제조업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다. 그는 “중국은 100년을 내다보고 정책을 추진하지만, 우리는 분기별 실적에 집착한다”며 “장기적인 경제 구조 강화를 위해서는 증시 변동성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미국 경제가 경제 전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7일 CNBC에 나와 “시장과 경제가 정부 지출에 중독된 상태”라며 “우리는 정부 지출에 의존하는 구조가 됐으며 이제 해독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인기가 높은 연방 지출 프로그램인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에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 재정 적자 감축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감세 정책까지 제안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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