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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도 안 산다" 얼어붙은 비아파트 시장, 출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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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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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살아나는데 빌라는 찬바람" 부동산 시장 양극화
정부가 힘써도 시장 '먹구름' 여전해
전문가들, 비아파트 시장 '법인화' 가능성에 주목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연립·다세대(빌라) 등 비(非)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각종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 침체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양상이다.

서울 빌라 거래 위축

18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총 5,17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1%, 전월 대비 54%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지난달 빌라 거래는 1,85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전월 대비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된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이 포함된 강남 3구에서도 빌라 거래는 활성화되지 못했다. 지난달 강남 3구에서 발생한 빌라 거래는 159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24% 감소했으며, 전월과 비교하면 단 4%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강남 3구 아파트 거래는 1,105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137%, 지난 1월 대비 55% 급증했다. 다방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로 아파트 거래량과 매매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빌라는 여파가 미미한 상황"이라며 "규제 해제에도 전세 사기로 인한 기피 현상과 비아파트 시장 침체의 장기화 영향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비아파트 살리기'

정부는 얼어붙은 비아파트 시장을 살리기 위해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청약 시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비아파트 범위를 확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전엔 수도권에서 전용면적 60㎡·공시가격 1억6,000만원 이하(지방 기준 전용면적 60㎡·공시가격 1억원 이하)인 아파트와 비아파트 소유자만 청약 때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정부는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아파트 기준은 그대로 두되, 비아파트 기준을 수도권 기준 면적 85㎡·공시가격 5억원 이하, 지방 기준 면적 85㎡·공시가격 3억원 이하까지 완화했다.

정부의 비아파트 시장 부양 의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8·8 대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당시 정부는 비아파트 시장에서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축 사업자들이 LH 보증을 통해 매입 금액의 최대 90%까지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건설업자가 자본금 부담 없이 대출을 통해 신축 빌라나 다세대주택을 건설하고, 정부에 주택을 매각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주거 시장 침투하는 '해외 법인'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이 사실상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한때 빌라는 '갭투자' 수요를 끌어모으며 상승세를 탔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시장 질서가 새롭게 정립돼야 할 때"라고 짚었다. 이어 "빌라들을 법인이 인수해 가도록 처리하고, 법인이 월세 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비아파트 시장을 재구성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혼란을 근본적으로 잠재우기 위해서는 비아파트 시장의 법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가능성에 주목한 글로벌 부동산·금융시장 큰손들은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월세 수요가 커지는 한국 주거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낸 것이다. 오피스빌딩 투자에만 집중하던 미국 하인스는 최근 사상 최초로 한국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었고, 영국 푸르덴셜생명 계열 부동산 투자 회사인 M&G리얼에스테이트도 주거 임대차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세계 3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영국계 자산운용사 ICG 등 글로벌 큰손들도 최근 연이어 한국 임대주택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모건스탠리는 서울 금천구에서 SK디앤디와 협력해 195실 규모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며, 성북구에서도 60실 규모 주거 시설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KKR은 홍콩계 공유 주거 기업 위브리빙과 손잡고 동대문구에서 임대주택 ‘위브플레이스 회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영등포구의 한 호텔을 프리미엄 주거 시설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ICG는 국내 부동산 전문기업 홈즈컴퍼니와 함께 지난해 3,000억원 규모 펀드를 구축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과 가산, 명동 일대 등에서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해 주거 시설로 전환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 사업 확대를 위해 지사 설립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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