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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영어유치원 보내봤자 헛수고, 학습 능력·자존감에 오히려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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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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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사교육 관련 연구 결과
언어능력·어휘력에 영향 없어
학업 수행 능력에도 효과 미미

유명 영어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시험, 이른바 '4세 고시'가 성행할 정도로 영유아 사교육이 과열된 가운데, 영유아기의 사교육 경험이 아이의 언어·문제 해결 능력 등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영유아 사교육이 아이의 자존감 등 정서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돼 무분별한 조기 사교육 열풍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과도한 사교육, 아이 자존감만 깎

15일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교육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영유아기 사교육, 정말 필요한가?’ 발표에서 실증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 논문의 책임연구원이다.

논문에 따르면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은 초등학교 1학년 시기의 전반적인 언어 능력이나 어휘력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초등학생 언어 능력, 문제 해결력, 집행 기능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만 예술 사교육에 참여한 아동의 경우 예방책 능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며 긍정적 효과가 일부 확인됐다.

사교육 경험은 성실성, 자존감, 개방성, 타인 이해 등 정서·행동 특성과도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자아 존중감, 삶의 만족도 등 사회 정서적 측면에서는 사교육의 효과가 없거나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아동의 지능 지수와 가구 소득, 부모 학력 등 다양한 변수를 통제했음에도 사교육의 독립적 효과는 미미했다”며 “사교육 효과가 과대평가됐을 가능성과 함께 아동 발달에 사교육 외 다른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영유아기 시기에는 사교육보다 부모의 돌봄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국가 첫 연구로 드러난 '영어유치원' 부작용

실제로 정부가 처음으로 영어유치원의 교육적 효과를 직접 점검해 본 결과 아이의 발달은 물론, 가정과 사회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 또한 상당했다. 앞서 정부는 영어유치원을 중심으로 조기 사교육의 부작용 사례가 속속 보고되자, 지난 2023년 처음으로 정책연구에 나섰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학부모 1,000여 명 가운데 자녀에게 학습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응답은 37.1%로, 이 중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는 과목은 단연 영어였다. 자녀가 영어에 흥미를 느꼈으면 해서, 또 어릴수록 효과가 좋다는 기대가 이유였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응답자의 26.7%는 자녀가 영어 사교육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고, 34.3%는 자녀와 갈등을 겪고 있다고 했다. 영어 사교육에 대한 기대와 실제로 경험한 효과도 따져봤더니 조사한 항목 모두에서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 반면, 부작용은 예상보다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 나이부터 과열된 사교육이 가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했다. 영어를 포함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식비나 의류비 등 기본 생활비를 줄였다는 가정은 42.2%, 아이를 더 낳지 않거나 망설인다는 응답도 41.3%에 달했다. 학부모 스스로도 90% 이상이 대한민국 사교육은 과열됐다고 인식했고, 이로 인해 지역과 계층 간 위화감이 조성된다고 답했다.

영어유치원 가려고 ‘4세 고시’ 내몰리는 아이들

이런 부모의 불안을 먹고 자라는 영유아 사교육 시장은 현재 4세 고시가 성행할 정도로 과열된 상태다. 4세 고시는 유명 영어유치원 입학을 위한 시험을 일컫는 말로, 영어유치원 입학을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경쟁률이 높아진 탓에 다수의 학원에선 아이들의 기본적 지적 능력과 일정 영어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과한 아이들은 2~3년 정도 영어유치원을 다닌 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유명 영어학원 입학 테스트를 치른다. 4세 고시에 앞서 유행처럼 번졌던 ‘7세 고시’다.

학부모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자녀들에게 두 차례 고시를 치르게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아이의 영어 실력을 어느 정도 완성하기 위해서다. 더 멀리 보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이미 7년 전 절대평가로 전환된 영어 과목이 중·고등학교 시절 대입 준비 과정에서 아이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른바 ‘초등 의대반’까지 나오는 상황 속 아이들의 ‘N세 고시’ 현상은 더욱 심화하는 형세다.

영어 조기 교육이라는 인식 속에서 이 같은 영어유치원 선호 현상은 점차 커져 왔다. 유명 영어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입학 시기 이전 조기 등록이나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미리 올려놔야 할 정도다. 일부 영어유치원의 경우 경쟁률이 3대 1에서 5대 1까지 되는 곳도 있다. 이들에게 영어유치원은 ‘영어유치원 → 명문초 → 초등 의대반 → 영재입시반’으로 이어지는 입시 코스의 출발점이 됐다. 문제는 레벨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니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강남을 중심으로 유명 영어유치원 입학을 위해 3~4세들을 위한 ‘프렙(PREP·준비를 뜻하는 영단어 preparation)’ 학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학교 밖 교육을 강요하며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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