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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일본 쌀값 폭등, 왜 대처 못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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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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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감반정책·고율관세로 쌀 공급 유연성 상실
단순 가격 보장은 생산 유인에 한계
성과 연동형 보조금이 현실적 대안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2025년 2월, 일본 정부는 치솟는 쌀값을 잡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비축미 21만 톤을 방출했다. 언론은 기록적 폭염으로 인한 생산 감소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실제 2024년 쌀 생산량은 오히려 2023년보다 18만 톤가량 늘었다. 가격 급등의 진짜 원인은 기후가 아니라, 생산 확대를 막는 정책 구조와 수요 대응이 어려운 유통 시스템에 있었다.

사진=ChatGPT

줄어든 논과 좁아진 완충지대

1970년 도입된 일본의 감반(減反) 정책은 쌀 과잉 문제에 대응하려는 조치로, 이후 50년간 논 면적은 330만 헥타르에서 150만 헥타르로 절반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1인당 쌀 소비는 57% 감소하는 데 그쳐, 수요보다 생산 기반 축소 속도가 더 빨랐다. 이에 따라 기후 충격이나 수급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 폭이 점점 좁아졌다.

일본의 쌀 재배면적과 1인당 소비량의 추이 (1970~2023년)
주: 1인당 쌀 소비량(연간 kg, 좌측 축)과 쌀 재배면적(백만 헥타르, 우측 축)

더욱이 일본은 외국산 자포니카 쌀에 최대 778%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국제 가격과의 연동을 차단해 왔다. 이에 따라 수입 쌀은 가격 급등 시에도 완충 역할을 하지 못했고, 시장은 외부 충격에 취약해졌다.

수급보다 정치가 앞선 쌀 보호 정책

일본의 쌀 생산은 생계 수단이라기보다 일종의 ‘연금 제도’처럼 기능하고 있다. 고령·소규모 농가가 밀집한 농촌 지역은 전체 하원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농업협동조합(JA)은 정치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 기반 위에서 일본은 고율 관세, 생산 쿼터, 고정 보조금 등 각종 보호 정책을 수십 년간 유지해 왔다.

이러한 정책은 농가의 수익을 안정시키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시장의 수급 신호를 무력화하고 생산 유연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실제로 농가는 수요나 가격에 상관없이 쿼터를 지키는 것이 더 이득이기 때문에,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유인이 작았다. 결과적으로 쌀값이 급등해도 생산을 늘릴 수 없는 구조가 고착됐다.

경작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 쌀값 급등

2024년 폭염과 수요 증가로 쌀값이 급등했지만, 정부는 생산 확대를 허용하지 않았다. 배경에는 쌀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다. 생산 제한을 풀면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다시 떨어질 수 있고, 이는 농지 가격 하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농지는 쌀값과 연동돼 있으며, 약 60조 엔 규모의 농업 대출이 이를 담보로 한다. 정부는 생산 제한을 풀면 농지 가격이 최대 15%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정부는 생산 대신 비축미 방출로 대응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유통 구조가 경직돼 비축미는 수요 지역으로 제때 공급되지 못했고, 4월 중순까지 소비자에게 전달된 물량은 2%에 불과했다. 공급은 막히고 수요는 급증하면서, 시장에는 쌀이 부족하다는 신호만 커졌다. 쌀값 폭등은 구조적 대응 실패의 결과였다.

보장은 유인이 아니다, 인도가 보여준 한계

일본 내에서는 쌀 생산 유인을 살리기 위해 더 강력한 가격 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인도 사례는 이 주장에 의문을 던진다. 인도 정부는 매년 20개 이상의 농산물에 대해 MSP(Minimum Support Price, 최소 지원 가격)를 책정 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초, 인도에서는 MSP를 모든 작물에 법적으로 확대하라는 요구와 함께 대규모 농민 시위가 벌어졌다. 경작비와 물가는 상승했지만, 소득은 정체됐고, 농민들은 MSP의 법제화와 함께 50% 이상의 이윤 보장을 요구했다.

인도와 일본의 쌀 보조금 비용 비교 (2023~2024년)
주: 인도와 일본의 보조금(십억 달러), 비축미 규모(백만 톤), 톤당 비축 비용(현지 통화 및 달러 기준)

인도 정부는 쌀 1톤을 비축하는 데 약 435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일본은 이보다 7배 넘는 비용을 들이고도 가격 안정이나 생산 유인 측면에서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인도 사례는 단순한 가격 보장이 시간이 지날수록 ‘권리’로 고착되며, 유인이 아닌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이 지금 선택해야 할 것은 단순한 보장 확대가 아니라, 유연성과 책임이 함께 작동하는 새로운 구조다.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단순한 가격 보장이 농민의 지속적 참여를 이끌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 지금, 해법은 보장의 방식에 달려 있다. 유연성과 책임을 함께 반영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이미 전국 217개 스마트농업 시범 지역에서 위성과 지상 데이터를 활용해 벼의 생육, 수확 시기, 기온 등을 정밀 추적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같은 지역 평균 수확량을 초과한 농가에 보너스를 지급하고, 크게 못 미칠 보조금을 감액하는 ‘성과 연동형 보조금’ 제도 도입이 가능하다. 2023년 데이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 제도는 약 10만 5,000톤의 추가 생산을 유도할 수 있으며, 소요 예산은 현재 비축미를 두 배 확대할 때 드는 비용의 10% 수준에 그친다. 이는 기본적인 안정성과 함께 생산성과 유인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초기에는 규슈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도입하고, 이후 성과에 따라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 정치적 수용성과 실효성을 모두 높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된다.

경직된 정책, 이제 바꿔야 한다

이번 쌀 시장의 교란은 기후변화 그 자체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경직된 정책 구조가 만든 결과다. 수십 년간 유지된 감반제와 고정 보장 구조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성과와 책임을 연동하는 구조적 전환이 가능성으로 입증된 지금, 선택은 정부의 몫이다. 유연한 안정으로 전환할 것인가, 고비용 정체를 반복할 것인가 지금이 바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원문의 저자는 요시히사 고도(Yoshihisa Godo) 메이지가쿠인대학교(Meiji Gakuin University)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Japan reaps the consequences of flawed rice policie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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