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핵심 광물 전쟁, 정제가 권력이 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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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핵심 광물 통제로 재편되는 세계 공급망 질서 정제와 가공 기술이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 자원국과 선진국이 연합해 공급망 재구성 모색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희토류의 90%가 중국에서 정제된다. 특히 방위산업과 고성능 영구자석에 사용되는 중(重)희토류는 거의 전량이 중국에서 처리된다. 정제공정을 장악한 국가는 단순한 공급자가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통제하는 주체가 된다. 이것이 ‘핵심 광물 무기화’의 구조다.
중국의 전략은 공급을 차단하기보다 통제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수출 허가와 행정 심사를 통해 가격과 물량을 조정하며, 필요할 때마다 산업별·국가별로 압박을 가한다. 미국이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잇달아 인상하자, 중국은 갈륨·게르마늄·흑연·텅스텐 등 주요 소재의 수출을 제한하며 대응했다. 이 경쟁은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선다. 광물을 캐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이익을 보장받을 수 없다. 정제 기술과 가공 설비를 확보한 나라만이 공급망의 주도권을 쥔다. 핵심 광물 시대의 힘은 ‘채굴’이 아니라 ‘정제’에서 나온다.

통상전쟁의 새로운 무대
중국이 핵심 광물을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면서 세계 공급망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2023년 중국은 라디오 주파수 칩과 전력전자 부품에 필요한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고, 이듬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흑연에도 같은 규제가 적용됐다. 2025년에는 텅스텐,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몰리브덴 등 주요 금속이 추가로 통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 조치는 공급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행정 절차를 이용해 가격과 시점을 조정하고, 필요에 따라 특정 산업과 국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국가안보’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 목적은 공급망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있다.
통제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중국은 원광뿐 아니라 자석 생산과 분리 공정에 필요한 장비와 정제품까지 관리 대상으로 포함했다. 일부 규정은 미국의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을 본떠, 중국산 기술이나 소재가 일부라도 들어간 해외 생산품까지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동맹국 기업들도 규제 위험에 노출되며 글로벌 조달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025년 수출 허가 강화 이후 중국의 자석 수출량은 급감했고, 특히 미국 대상 물량이 크게 줄었다. 자석 생산이 위축되자 자동차, 전자, 방위산업 등 핵심 산업의 생산라인이 연쇄적으로 흔들렸다.

주: 공정별 광물 유형-희토류 정제·분리, 희토류 영구자석, 배터리용 흑연 음극재, 코발트 정제(X축), 세계 정제·가공 점유율(Y축)
바뀐 힘의 균형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이제 ‘상품의 전쟁’에서 ‘소재의 전쟁’으로 옮겨갔다. 2024년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에도 추가 관세를 적용했다. 2025년에는 반도체에도 50%의 관세가 예고됐다. 이에 맞서 중국은 핵심 광물의 수출 통제를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정제 리튬·니켈·코발트·희토류 공급 증가의 70~75%가 중국, 인도네시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세 나라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배터리용 흑연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된다. 정제와 가공이 소수 국가에 집중된 구조에서는 정책 변화 하나만으로도 납품 지연과 가격 급등 같은 실질적 충격이 발생한다.
관세만으로는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과 고성능 자석 생산에서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인도네시아와 콩고민주공화국은 각각 니켈과 코발트 공급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정제 시설과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 관세는 조립 공장을 옮길 수는 있어도 정제 기술과 금속공학 역량을 키워주지 않는다.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제한하자, 일부 기업은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입을 시도했다. 중국은 이를 막기 위해 허가 요건을 강화했고,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더 커졌다. 이에 주요 산업국들은 호주와 캐나다 등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하고, 재활용 기술을 통한 자원 회수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환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며, 기업들은 결국 진정한 경쟁력이 ‘정제와 가공 능력’과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달려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자원 부국의 선택, 위기를 기회로
핵심 광물 무기화는 자원을 가진 나라에 위기이자 기회다. 자원 가격이 올라도 기술과 인력이 남지 않으면 부는 다시 해외로 빠져나간다. 이른바 ‘자원의 저주’다. 그러나 단순히 광물을 캐내는 단계에서 벗어나 정제와 가공 산업을 육성하면, 채굴국도 공급망의 주체로 올라설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 변화를 가장 먼저 실행했다. 정부는 원광 수출을 전면 중단하고 정제소와 금속 가공 공장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그 결과 2023년 세계 니켈 생산의 절반 이상이 인도네시아에서 나왔다. 수출 품목도 광석에서 가공 금속으로 전환됐다. 페로니켈 수출액은 2020년 약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에서 2023년 150억 달러(약 20조원)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환경 부담과 가격 변동, 정치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중간 공정 투자가 고용과 협상력을 높인 대표 사례로 꼽힌다.

주: 제품 구분-페로니켈, 니켈 중간재(X축), 수출액(Y축)/2020년(연한 빨강), 2023년(진한 빨강)
짐바브웨와 나미비아도 같은 전략을 택했다. 짐바브웨는 2022년 원광 수출을 금지하고, 2027년부터 리튬 정광 수출도 중단할 계획이다. 이는 배터리용 리튬 화합물 공장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나미비아 역시 미가공 리튬 등 핵심 광물의 수출을 제한하며 현지 정제 역량을 키우고 있다. 다만 중국이 분리·정제 기술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 단순한 수출 금지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장비와 공정 기술, 품질관리 역량을 현지 산업에 이전해 산업 생태계를 함께 키워야 한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산업은 이러한 구조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 나라는 2023년 전 세계 코발트의 74%를 생산했지만, 정제는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졌다. 광석이 나가고 화학제품이 돌아오는 구조에서는 부가가치가 국내로 환류되지 않는다. 이를 바꾸려면 광산 인근에 정제 시설과 재활용 공장을 세우고, 환경 기준과 안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기술 인력 양성과 공공투자를 병행하지 않으면 수출 금지가 오히려 투자 이탈과 불법 채굴을 부를 수 있다.
핵심 광물 시대의 전략 전환
핵심 광물 경쟁의 본질은 공급망의 주도권이다. 자원의 매장량보다 정제 기술이, 채굴권보다 공정 운영 능력이 가치를 좌우한다. 관세는 무역의 흐름을 늦출 수 있지만, 소재를 다루는 기술력은 시장의 질서를 바꾼다. 이제 전략의 초점은 바뀌어야 한다. 개발도상국은 원자재 수출에 머물지 않고 정제와 가공 역량을 키워야 하며, 선진국은 관세만으로 공급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동맹국 간 공동 투자와 기술 협력이 필수적이다.
핵심 광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외교 전략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다. 정제 능력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고 산업 기반을 강화한다면, 다음 위기에서도 충격은 훨씬 작을 것이다. 핵심 광물 시대의 승자는 자원을 보유한 나라가 아니라, 그것을 가공하고 활용할 수 있는 나라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ritical Minerals Weaponization Is Changing Education and Industrial Strateg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