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끊어진 선로 위의 교실, 교육을 지탱하는 바닷속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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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을 지탱하는 바닷속 연결망 복구 속도가 결정하는 학습의 연속성 데이터 시대, 인프라가 곧 교육 정책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년 대만의 해저케이블 절단은 동남아 교육 인프라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바닷속 광섬유가 끊기자, 수업이 멈추고, 시험과 연구가 동시에 중단됐다. 단 한 줄의 케이블이 멈추자, 온라인 강의는 끊기고, 대학 서버는 마비됐다. 이 사건은 단순한 통신 장애가 아니라, 지식 인프라가 얼마나 불안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줬다.
국제 데이터의 95~99%는 해저케이블을 통해 이동한다. 이 네트워크 위에서 강의 송출과 행정 시스템, 연구 협업이 동시에 작동한다. 케이블 한 줄이 끊기면 학습 관리 시스템(LMS) 접속이 중단되고, 행정과 연구가 함께 멈춘다. 전력은 남아 있어도 연결이 끊기면 교실은 정전과 다르지 않다. 동남아의 취약성은 구조적이다. 교육 데이터가 해외 서버에 저장돼 있어 회선이 끊기면 학사 일정과 연구 업무가 동시에 중단된다. 단 한 번의 단절이 학교 전체를 멈추게 한다. 바닷속 선로는 이제 교육의 흐름을 지탱하는 실질적 기반이다.
교실을 지탱하는 바닷속 연결망
교육의 연속성은 기술이 아니라 연결의 안정성에서 출발한다. 강의 송출과 행정 시스템, 연구 데이터가 모두 같은 해저망에 의존한다. 이 보이지 않는 선로가 끊기면 교실의 기능은 즉시 멈춘다. 네트워크의 안정성은 더 이상 보조 수단이 아니라 교육의 필수 기반이 됐다.
2023년 대만–마쭈(Matsu) 구간의 해저케이블이 절단됐을 때, 정부는 긴급 회선을 가동했지만, 강의 전송은 중단됐고 연구 데이터도 송신되지 못했다. 위성 연결은 일시적으로 작동했으나 용량이 제한적이었다. 이 사건은 교육의 연결망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프라의 문제임을 보여줬다. 교실이 멈추면 행정도 정지하고, 연구도 함께 차단된다.
이 구조적 한계는 동남아 전역에서도 같다. 약 4억 명의 학습자가 사용하는 교육 플랫폼과 평가 시스템이 동일한 국제 회선을 통과한다. 회선 한 구간이 마비되면 수천 개 학교의 온라인 수업이 중단되고, 대학의 학사 운영이 지연된다. 접속 지연이 이어지면 영상 강의는 끊기고, 과제 제출과 평가가 모두 멈춘다. 교육의 품질은 이제 교수법이 아니라 연결망의 안정성이 결정한다. 바닷속 선로가 흔들리면 교실도 멈춘다.

주: 전 세계 국제 데이터 트래픽의 99%는 해저 케이블(핑크) 을 통해, 1%는 위성(빨강)을 통해 전송됐다.
집중된 허브, 좁은 경로의 위험
동남아의 데이터망은 여전히 싱가포르에 집중돼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새 클라우드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구조적 편중은 해소되지 않았다. 특정 지역의 회선이 멈추면 인근 국가의 수업과 연구망이 함께 흔들린다. 연결의 중심이 한곳에 쏠린 만큼 교육망 전체가 작은 충격에도 쉽게 마비된다.
이 취약성을 완화하기 위해 비프로스트(Bifrost), 애프리콧(Apricot), 에코(Echo) 등 신규 해저케이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세 노선은 미국, 일본, 동남아 주요국을 잇는 대형 회선으로 병목을 줄이고 경로를 분산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그러나 해역 분쟁과 허가 지연으로 공사가 잇따라 늦어지고, 일부 노선은 아직 착공조차 되지 못했다.
문제는 설계보다 운영이다. 경로가 늘어나도 상륙지점이 겹치면 효과는 없다. 각국은 해저케이블을 통신망이 아닌 국가 기반 시설로 다뤄야 한다. 상륙지점을 분산하고 장애 시 자동으로 전환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 흐름이 안정돼야 교육의 흐름도 멈추지 않는다.
회색지대 압박과 복구 지연의 현실
2025년 초 대만은 군사와 평화의 경계, 이른바 ‘회색지대(Gray Zone)’ 압박 속에서 통신망을 잃었다. 중국 국적 선박이 해저케이블을 절단했고, 선장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중국은 이를 ‘정치적 왜곡’이라 반박했지만, 피해는 이미 현실이 됐다. 이 사건은 해상 분쟁이 교육망까지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 경고였다.
루손해협(Luzon Strait)은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좁은 해역으로, 아시아에서 해저케이블이 가장 밀집된 구간이다. 지진과 해저 탁류가 잦아 자연적 위험이 상시 존재한다. 여기에 남중국해의 복잡한 항로가 겹치며 앵커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2024~2025년 동안 수십 건의 케이블 손상이 보고됐으며, 상당수는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특히 중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9단선(Nine-Dash Line)’ 해역에서는 수리 허가가 잦은 지연을 겪고 있다. 9단선은 남중국해 대부분을 중국의 영향권으로 설정한 임의 경계선으로, 필리핀과 베트남 등 인근 국가와 충돌을 빚고 있다. 이 지역에서 수리선의 접근이 제한되면 주변국의 복구는 수 주 이상 늦어진다. 문제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다. 다수의 아세안 국가는 자국 해저망을 직접 복구할 법적 권한조차 명확하지 않다. 복구 절차가 지연되는 동안 학교의 온라인 강의와 연구 데이터는 끊기고, 교육기관은 멈춘 연결망을 바라볼 뿐이다.
복구 속도가 좌우하는 교육의 연속성
해저케이블 보안의 핵심은 복구 속도다. 장애는 피할 수 없지만, 얼마나 빠르게 복원하느냐가 교육의 품질을 결정한다. 복구 속도는 곧 국가의 대응 능력을 보여준다. 현재 동남아의 평균 복구 기간은 20~40일에 이른다. 그 기간 학생은 온라인 강의에 접속하지 못하고, 대학은 시험과 연구를 미룬다. 복구 지연은 학습의 공백으로 이어진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아세안 차원의 ‘케이블 회복력 협약(Cable Resilience Compact)’이 필요하다. 첫째,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넘는 사전 승인 수리 항로를 지정해 수리선이 즉시 작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공공 통신 기금과 개발은행 자금을 연계해 각국 대학과 학교가 예비 회선을 확보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는 장애 발생 시 공공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한 재정 장치다. 셋째, 비상 학습 체계 기준을 마련해 단절 상황에서도 수업을 이어갈 수 있는 절차를 세우고, 정기적인 복구 훈련을 통해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
캠퍼스 단위의 대비도 필수적이다. 핵심 데이터는 지역 서버에 분산 저장하고, 연결이 끊기면 자동으로 저용량 상태로 전환돼야 한다. 이렇게 해야 교육망의 완전한 중단을 막을 수 있다. 안정적인 접속이 화질보다 중요하며, 저궤도(LEO) 위성은 행정과 기본 통신을 유지하는 보조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복구 속도는 기술이 아니라 체계의 문제다. 대응이 빠를수록 피해는 줄어든다. 위기 대응 능력이 곧 교육의 연속성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주: 정상 회선 시 처리량은 20단위로 유지되며, 클라우드 이중화 시 12, 위성 백업 1.5, 마이크로파 0.8, 오프라인 상태 0.2로 급감했다.
바닷속 선로를 지키는 것이 교육을 지키는 일
해저케이블은 더 이상 통신망의 일부가 아니다. 전기와 수도처럼 교육을 움직이는 핵심 기반이 됐다. 데이터는 지식의 통로이자 협력의 기반이다. 그 흐름이 끊기면 교실의 기능이 멈추고, 교육의 체계도 흔들린다. 바닷속 선로는 교실과 행정, 연구를 함께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다.
경로 분산, 신속한 복구, 예비 용량 확보는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정책의 기본이다. 복원력 없는 교육망은 수업을 멈추게 하고, 연구를 고립시킨다. 정책이 늦으면 학기가 멈추고, 지식의 교류는 조용히 끊긴다. 회선의 단절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그 순간 교실은 멎고 사회의 대화도 끊긴다. 이 공백을 막으려면 바닷속 회선을 국가 기반 시설로 관리해야 한다. 해저케이블을 지키는 일은 곧 교육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Undersea Cable Security Is Now Education Policy in Southeast Asia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