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희토류 통제·관세 합의는 부산에서? APEC 회담장 피한 양국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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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고위급 무역회담, 베선트 美재무 "기본틀 합의" 농산물·틱톡·펜타닐·희토류 포함, 양국관계 전반 논의 30일 부산서 6년만의 정상 만남, 양국 '합의체결' 낙관론도

6년만에 만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에서 얼굴을 붉히게 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달 말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역 전쟁을 유예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다. 중국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연기하기로 했고, 미국은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양측이 타협점을 찾는 쪽을 택한 것은 미·중 무역 갈등의 확전이 가져올 파국적 결과는 피해야 한다는 데 이해가 일치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일정한 무역합의를 체결할 수도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미국 재무부 “무역전쟁 유예 잠정 합의”
26일(이하 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말레이시아에서 이틀에 걸친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을 끝낸 뒤 NBC, CBS, ABC 방송 등에 출연해, 양국 정상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무역협상을 위한 ‘실질적인 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먼저 무역 갈등의 핵심 쟁점인 희토류 및 관련 기술의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해 베선트 장관은 “중국이 이 조치를 1년간 연기한 뒤 (시행 여부를) 재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대응해 100% 관세 부과를 경고함으로써 협상에서 최대한의 지렛대를 줬다”며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피했다고 생각하며, 그 결과 관세도 피하게 됐다”고 전했다.
양국은 무역 분쟁의 또 다른 쟁점이었던 미국산 대두 수출문제를 두고도 합의에 도달했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이 미국 농민들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며 “합의가 발표되면 미국의 대두 농민들은 당장 올해뿐 아니라 향후 수년간 긍정적인 전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대두협회(ASA)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최대 구매국으로, 2023년과 2024년에 미국 대두 수출량의 50% 이상을 수입했다.
미국과 중국은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문제에 관해서도 기초 합의를 이뤘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이 펜타닐에 관련된 전구체 화학물질 문제에 대해 우리를 돕기로 했다”고 전했다. 펜타닐은 미국에서 치명적인 약물 중독 사태를 유발하고 있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제조에 사용되는 전구체 화학물질이 중국에서 유입되고 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 문제에 대한 결론도 나왔다. 베선트 장관은 "(틱톡 문제에 대한) 대화를 마치고 오늘 세부사항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요 쟁점이었던 틱톡 알고리즘 이전에 대해서는 자신이 "중국이 틱톡 거래를 승인하도록 설득했을 뿐, 매각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대답을 피했다.
중국 대표단도 ‘긍정’ 평가
협상 상대방인 중국도 이번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양국은 미국의 중국 해사·물류·조선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치와 상호 관세 중단 기간 연장, 펜타닐 관세와 법 집행 협력, 농산물 무역, 수출 통제 등 양국이 함께 관심을 가진 중요 경제·무역 문제에 관해 솔직하고 심도 있으며 건설성이 풍부한 교류·협상을 했다"며 "각자의 우려를 해결하는 계획(安排)에 관해 기본적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회담을 마친 뒤 “양국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이익과 윈-윈(win-win)”이라며 “협력으로 이익을 얻고 대립으로 손해를 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양국 무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은 양국 국민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국제사회의 기대에도 부응한다”며 “경제·무역 갈등을 다루는 데 있어 양측은 상호 존중, 평화공존, 상생 협력의 원칙을 견지해야 하며,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서로의 우려를 적절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경제·무역 협의의 성과를 지켜내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미국이 중국과 같은 방향으로 협력해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 이뤄진 중요한 합의를 이행하고, 올해의 무역회담에서 도출된 성과를 이어가며,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차이를 관리하며 협력을 확대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중국 측 협상단의 2인자인 리청강 상무부 부부장 겸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도 “양국이 함께 관심을 가진 중요 경제·무역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교류·협상을 했다”며 "각자의 우려를 해결하는 계획에 관해 기본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추가로 확인했고, 각국의 비준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미·중 양국은 협상의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추가로 확정하고 각자 국내 승인 절차를 이행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정상회담 개최지 경주 아닌 부산, 트럼프-시진핑 동선·경호 등 고려
이번 고위급 무역협상은 양국의 관세 휴전 기한인 11월 10일 이전 마지막 회동이자, 오는 30일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조율형태의 논의였다. 양국은 지난 4월부터 서로 고율 관세와 무역 통제 조치를 주고받으며 대치하는 한편, 5월 스위스 제네바, 6월 영국 런던, 7월 스웨덴 스톡홀름, 8월 스페인 마드리드 등 장소를 바꿔가며 4차례 고위급 무역 회담을 열고 협상을 이어왔다. 미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 철회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펜타닐 원료 물질에 대한 단속 강화를 촉구하고 있고, 중국은 △관세 철회 △반도체 등 핵심 기술 접근 제한 완화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직전에 두고도 공방을 주고 받으며 긴장감을 키웠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해외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 결정'을 통해 희토류 및 희토류 관련 수출 규제를 한층 강화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미국은 또 22일 중국을 겨냥해 미국산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의 수출 통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24일에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트럼프 1기 무역합의를 중국이 제대로 지켰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같은 공방은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정상 간의 담판에서 자기 쪽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일종의 샅바싸움인 셈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경주가 아닌 부산 나래마루에서 개최될 전망이다. 김해공항 공군기지 내 접견장인 나래마루는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국 정상과 대표단이 잠시 머물 공간으로 조성됐다. 2019년 한·아세안 정상회의 당시에도 주요국 정상들의 접견실로 나래마루가 활용됐다.
나래마루는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부대 안에 위치해 있는 군사 시설이라 일반인들은 공항 청사를 드나들 수 없다.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빅 이벤트를 준비하는 양국으로선 APEC 정상회의 개최로 세계 각국 언론이 모여드는 경주 보다는 보안이 용이한 군 공항을 선호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29~30일)이 짧은 점에서 경주와의 접근성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오전 방한해 30일 오후 귀국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30일 방한해 다음 달 1일 귀국하는 시 주석의 일정을 모두 감안하면 두 정상의 전용기가 이착륙할 김해공항이 모든 면에서 적합하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부산이 미·중 정상회담의 무대가 됐다는 점만으로도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 강화됐지만, 결과에 따라 '중간자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결국 미·중 모두 "정상회담에서 생산적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실질적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 내에서는 대선과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일정이, 중국 내부에서는 경기둔화와 실업률 상승 압력이 협상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양측 모두 경제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진정시킬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서 '부분적 합의' 또는 '관세 휴전 연장'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한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