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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아시아에서 응집되는 미국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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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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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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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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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을 중심으로 제도화되는 방위·기술 협력 구조
산업과 안보가 결합된 복합형 연합의 부상
제도에서 지속성을, 사람에서 확장성을 찾는 리더십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리더십은 약화가 아니라 응집이다. 한국갤럽이 2025년 초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인의 80% 이상이 미국을 세계 1위 경제로 평가했다. 이는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방향과 역량’에 대한 신뢰로 읽힌다. 교역과 기술 협력, 안보 연합을 통해 체감된 경험이 쌓인 결과다.

최근 몇 년간 미국 내부의 정치 갈등은 불안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행정부와 의회 간 대립, 외교 정책의 일시적 혼선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리더십을 정치적 수사나 외교 제스처가 아니라 위험 분담과 위기 대응의 구조로 본다면 평가는 달라진다. 핵심은 확장이 아니라 응집이다. 단기적 정치보다 지속 가능한 제도, 선언보다 실질적 협력이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변화의 무게중심은 한미일 체제로 이동했다. 한국과 일본은 방위·기술·정보 협력을 동시에 강화하며 삼자 구조를 고도화했다. 대만은 방위 현대화를 추진하고, 필리핀과 베트남은 점진적으로 미국과의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중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동맹의 결속은 오히려 단단해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던 질서는 이제 ‘공유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 각국의 방위 예산이 연동되고, 정보망과 연합 훈련이 하나의 운영 체계로 통합되면서 협력은 외교적 수사를 넘어 제도적 장치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구축된 틀은 리더십을 선언이 아닌 운용으로 보여준다. 그 결과 아시아의 권력 지형은 확산이 아닌 응집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위기 대응의 제도화와 기술 결속

2023년 8월 열린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 정상회의 이후 한미일 협력은 단기 공조에서 제도적 구조로 진화했다. 정상회의의 정례화, 사전 협의 체계, 실시간 미사일 경보 공유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세 나라는 위기 발생 시 동시에 정보를 탐지하고 판단하는 운용 절차를 확보했다. ‘연락 협의’가 ‘통합 대응 체계’로 발전한 것이다.

이 변화는 협력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정치적 연대에서 실질적 대응 체계로 이동하며, 각국의 방공망이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 위기 상황에서 판단과 대응이 시간 차 없이 이어지도록 설계된 구조다. 동맹의 신뢰는 이제 약속이 아니라 기술과 절차로 구체화한다. 한국은 이 체계의 중심축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한미일이 구축 중인 실시간 경보 시스템은 한국의 감시·탐지망을 기반으로 연동된다. 합동훈련에서도 한국군의 작전 참여 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운영 주체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일본은 2025년도 국방예산을 8.7조 엔(약 583억 달러·약 80조 원)으로 확정하며 GDP 대비 2% 목표에 근접했다. 방위비 증액은 재정 확대가 아니라 공동 대응 체계 유지를 위한 투자다.

2024년 첫 시행된 한미일 다영역 연합 훈련 ‘프리덤 엣지(Freedom Edge)’는 2025년에 공중·해상·사이버·방공 등으로 확대됐다. 세 나라는 위기 절차를 세부 단위까지 맞추며 상호운용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기술과 절차의 결속이 강화될수록 대응의 속도와 신뢰가 함께 높아진다. 동북아의 불안정성을 완화하는 새로운 안정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2025년 동북아 주요국의 대미(對美) 동맹 인식
주: 2025년 한국인(빨강) 89%, 일본인(핑크) 78%가 미국을 자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인식하며, 삼국 간 안보 협력의 대중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압박이 만든 연합의 방향

연합은 압박 속에서 단단해진다. 2024년 6월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숄(Second Thomas Shoal)에서 필리핀 보급 임무가 차단되고 부상자가 발생했다. 워싱턴은 즉각 “필리핀에 대한 무력 공격 시 조약 의무가 발동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사건의 성격을 현장 충돌에서 동맹 사안으로 격상한 것이다.

이 조치는 외교 수사에 그치지 않았다. 필리핀 내 ‘확대 방위 협력 협정(EDCA)’ 9개 부지 개선 사업에 예산이 배정됐고, 2024년 연합 훈련 ‘발리까탄(Balikatan)’은 사상 최대 규모로 실시됐다. 상륙·방공·해양작전 절차가 세부 단위까지 점검되면서 연합 운용의 실효성이 높아졌다. 마닐라는 전략적 중립에서 벗어났다. 선택의 기준은 수사가 아니라 해상 위험이었다. 상선과 군함, 해안경비대의 안전을 보장하는 파트너가 누구인가가 핵심이 됐다. 필리핀의 정책축은 ‘자율적 회피’에서 ‘동맹 연계’로 이동했다. 연합의 방향은 항로에서 먼저 드러났다.

베트남은 조용하지만, 일관된 행보를 보였다. 2023년 9월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한 뒤, 반도체·디지털 무역·공급망에서 협력이 빠르게 진전됐다. 하노이는 전략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술 이전과 시장 접근에서 미국과의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 2025년 역내 여론은 미국 선호로 돌아섰다. 이는 단순한 호감도의 변화가 아니라 위험 인식의 재조정이다. 남중국해의 압박과 공급망 재편 수요가 누적되면서 주요 수도의 판단 기준이 바뀌었다. 압력은 침묵을 줄이고 규칙 기반 공조를 늘렸다. 연합은 갈등의 언어가 아니라 운영의 절차로 굳어지고 있다.

산업과 안보를 잇는 연합 구조

한미일 협력의 산업 축은 한국에서 출발한다. 한국은 첨단 방산 기술과 사이버 대응 역량을 기반으로 연합의 기술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방산 기업들은 미·일과의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으며, 사이버 위협 대응 훈련도 정례화됐다. 미사일 방어, 감시 체계, 인공지능 기반 정보 분석 등 첨단 분야에서 협력이 확장되고 있다. 한국의 기술력은 연합의 작동 속도를 높이는 실질적 동력이다.

일본은 방위산업 강화에 재정을 집중하고 있다. 2025년도 국방예산을 8.7조 엔(약 583억 달러·약 80조 원)으로 확정하며 GDP 대비 2% 목표에 근접했다. 증액은 단순한 군비 확충이 아니라 생산 기반 확보를 위한 조치다. 일본은 방산 부품의 국산화와 공급망 자립을 추진하며 한미일 기술 협력의 하드웨어 축을 담당한다. 두 나라는 공동 개발과 정보 공유, 연합 조달에서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 중이다.

대만도 이 구조 안에서 비중을 높이고 있다. 2023년 미국은 ‘대통령 군수지원 권한(Presidential Drawdown Authority)’을 활용해 3억 4,500만 달러(약 4,900억 원) 규모의 군수 물자를 지원했다. 2024년에는 대공 방어 체계 판매를 승인했다. 납품이 늦어지고 있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대만은 M1A2 전차와 고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 방공 체계를 차례대로 도입하며 실전 대응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무기 거래가 아니라 생산과 훈련, 운용이 연결된 체계 구축의 과정이다.

이처럼 한국의 운용 통합, 일본의 예산 확충, 대만의 조달 체계가 연합의 뼈대를 형성한다. 여기에 필리핀의 기지 접근권과 삼자 해안경비 협력이 더해지며 동남아의 전략적 연결성이 강화됐다. 산업과 안보가 결합된 이 구조는 더 이상 전통적인 군사 동맹이 아니다. 생산과 방어, 기술과 안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맞물리는 ‘복합형 연합’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본 방위비 증가 추세 (2023~2025 회계연도)
주: 일본의 방위비는 2023년 약 440억 달러(약 61조 원)에서 2025년 약 580억 달러(약 81조 원)로 늘었다. 미사일 방어와 타격 능력, 연합 운용 강화를 중심으로 약 32% 증가했다.

불안 속에서도 작동하는 시스템

‘미국의 분열로 리더십이 흔들린다’라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2023년 이후의 변화는 이미 제도와 절차로 고정됐다. 미사일 경보망, 연합 훈련 일정, 전진 배치 기지, 예산 구조가 체계적으로 편입되면서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지역별 흐름은 엇갈린다. 호주에서는 2025년 대미 신뢰가 하락했지만, 동북아에서는 결속이 오히려 강화됐다. 한국과 일본은 정보 공유 범위를 넓히고 훈련 주기를 단축하며 협력을 정례화했다. 한미일 체제의 상호운용성이 절차와 표준으로 제도화되는 국면이다. 신뢰의 기준은 발언의 강도가 아니라 참여의 일관성과 예산의 지속성으로 바뀌었다.

정치적 변수도 구조를 흔들지 못했다. 올해 가을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경주에서 열린 국빈 의전과 동시에 한미일 합동훈련이 중단 없이 이어졌다. 마닐라와 도쿄에서 합의된 협력도 유지됐다. 운영 체계가 정치적 톤의 변화를 흡수할 만큼 견고해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리더십의 중심이 선언에서 운용으로 옮겨간 결과다.

이제 과제는 사람으로의 확장이다. 정부와 대학은 장학금 제도를 새로 설계해 방공, 해양 안전, 핵심 광물, 인공지능 안전 등 전략 분야에 인재를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단기 교육과 전문 과정도 이에 맞춰 개편해야 한다. 교육에는 기술과 안보의 기본 이해를 포함하고, 한미일 및 필리핀 중심의 교류·인턴십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의 학술 협력은 학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틀 안에서 관리돼야 한다. 국제 학생 지원과 언어 교육의 수용 능력 역시 강화해야 한다. 결론은 명확하다. 시스템은 정치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작동하며 신뢰를 축적했다. 그 신뢰가 향하는 곳은 추상적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 현장이다.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선원과 교실에서 기술을 배우는 학생에게 안정이 닿을 때, 연합의 의미는 비로소 현실이 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U.S. Leadership in Asia Isn't Collapsing. It's Consolidating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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